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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한겨레] 재벌 3세: 독일 VS 한국

재벌 3세: 독일 VS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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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독일의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축인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가족경영에 바탕한 ‘리더십의 지속성’이 꼽힌다. 지난해 3월 독일 현지에서 <한겨레>와 만난 만하임응용과학대의 빈프리트 베버 교수는 “히든 챔피언의 가족경영이 성공한 바탕에는 ‘합리적 승계 프로그램’이 있다”고 강조했다.
1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프리미엄 가전업계 1위인 밀레는 대표 사례다. 밀레코리아의 안규문 대표는 밀레의 성공비결로 두 창업가문이 4대째 지켜오는 ‘합리적 승계 및 경영시스템’을 꼽는다. “창업가문에서 1명씩만 경영에 참여해 공동대표를 맡는다. 가문의 대표는 엄격한 후계자 선정 과정을 거쳐 능력을 검증한 뒤 최종 승인을 받는다. 이사회에서는 창업가문의 2명과 전문경영인 3명이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창업가문-전문경영인 간 파트너십 경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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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재벌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스웨덴의 발렌베리가 150년의 역사를 이어온 배경에도 자손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 검소함이 몸에 배도록 가르치고,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기른 뒤 세계적 금융회사에서 일하며 전문성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도록 하는 치밀한 승계 전략이 숨어 있다.
한국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재벌의 사정은 이와 매우 다르다. 재벌 3세들은 20대 중후반에 아버지 회사에 바로 입사한 뒤, 별다른 검증 없이 30대 초중반에 임원으로 승진하고, 40살 이전에 사장 등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다. 롯데처럼 다른 회사에서 먼저 경영수업을 받는 경우는 예외적이다. 롯데의 한 임원은 “신동빈 회장(롯데 2세)은 젊은 시절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8년간 경영수업을 받았고, 신 회장의 장남(롯데 3세)은 그 전통을 따라 2년 전 노무라증권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회사에 들어와서도 실적 부진에 책임지지 않는 자리만 맡다가, 최고경영자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총수 가문의 3세인 이재용 부회장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부회장은 33살에 처음 임원 승진을 한 뒤 42살에 사장을 거쳐, 44살에 부회장에 올랐다. 그나마 이는 재벌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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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 회장은 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잘못을 직접 사과하고,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추후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총수들이 배임·횡령·탈세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아 경영에서 물러났다가도, 얼마 뒤 경영에 복귀하는 게 지금까지 이어져온 관행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영세습을 하더라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을 엄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재계 안에서 이를 정면으로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5대 그룹의 한 건설 계열사 임원은 “승계 문제는 그룹 안에서도 일종의 ‘성역’이다. 회장님 귀에 거슬리면 바로 잘리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않는다”고 털어놨다.
재벌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큰 비중을 고려하면 재벌 3세에 얽힌 ‘리스크’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될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여러 재벌 기업에서 일한 바 있는 한 전문경영인은 “대다수 재벌 3세들이 어렸을 때부터 황태자 대접을 받고, 회사에 들어와서도 초고속 승진을 하다 보니 안하무인이 되기 쉽다”며 “3세들은 대중과의 소통이 거의 없고,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그들만의 리그’에서 생활해,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지적한다.
효성의 3세 출신으로, 황태자 자리를 스스로 박차버린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상당수 재벌 3세들은 창업자와 2세들에 비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고, 기업 돈과 내 돈을 구분하지 않고, 돈을 번다면 법을 어기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런 3세들이 걸러지지 않는 한 재벌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수많은 가족경영 기업들이 100년 이상 역사를 거쳐오면서, 변화된 경영환경에 맞춰 합리적인 승계 시스템 갖추지 못한 곳들은 대부분 도태됐다.

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헤럴드경제] 미술계 쥐락펴락 '슈퍼 파워' 사모님들

이인희-뮤지엄 산, 박강자-금호미술관 등
대부분 모기업 후원 ‘재벌가 미술관’ 건립
변함없는 예술사랑…미술계 발전 큰 기여


[특별취재팀] 슈퍼리치들이 다년 간 수집해 구성한 미술품 컬렉션은 그들의 재력 뿐만 아니라 예술을 바라보는 안목까지 보여준다. 대부분 모기업의 후원을 받아 지어진 미술관을 통해 자신들이 수집한 미술품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한다. 재벌가 미술관인 만큼 대중의 관심도 높다. 우수한 콘텐츠(미술품)와 플랫폼(미술관)을 모두 갖춘 이들은 국내 미술계의 흐름도 주도해왔다. 예술계를 주름잡은 재계의 슈퍼컬렉터들을 알아봤다.

▶ 재벌가 1세대 여성 컬렉터 한솔 이인희ㆍSK 고(故) 박계희=이인희 한솔그룹 고문(87)은 재벌가의 대표적인 미술 애호가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인 그는 이 회장의 미술품 수집 취미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의 컬렉션은 작년 5월 강원도 원주에 문을 연 ‘뮤지엄 산(구 한솔뮤지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발 275m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개관 전부터 화제가 됐다. 또 세계적인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겐지스필드, 웨지워크, 호라이즌, 스카이스페이스)이 아시아 최초로 4개나 설치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야외에는 골프 코스를 따라 국내 작가 최만린과 영국 작가 헨리 무어의 조각품이 설치돼 있는 등 오랜 기간 미술품을 수집해 온 이 고문의 역량이 집중된 곳이다.



고 최종현 전 SK 회장의 부인이자 워커힐 미술관의 관장이었던 고 박계희 여사 역시 생전에 손꼽히는 미술품 컬렉터였다. 미국 미시간주 카라마주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1984년 워커힐미술관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앤디 워홀전(展)을 열어 주목 받았다. 또 피카소와 호펜하임 등의 작품을 전시하고 신진 작가 발굴에 앞장서는 등 미술계에서 영향력이 컸던 인물이다. 1997년 타계한 후 그의 미술 사랑은 며느리 노소영 씨(54)가 이어받았다. 서울대 공대 출신인 노 씨는 2000년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뛰어들었다. 시어머니가 회화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면 노 씨는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아트 분야에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다. 미술관 곳곳에도 다양한 디지털 아트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아트센터 나비 설립 당시 이 분야 전문가를 찾을 수 없어 본인이 직접 맡아서 하다 보니 지금의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 미술계 ‘슈퍼 파워’ 삼성 이건희ㆍ홍라희 부부=삼성은 리움을 비롯해 호암미술관, 플라토(구 로댕갤러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70)가 이들 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다. 호암미술관은 고 이병철 회장이 수집한 고미술품을 공개하기 위해 1982년 개관했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을 자랑한다. 설계 및 디자인은 건축계 3대 거장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 프랑스의 장 누벨, 네덜란드의 렘 콜하스가 맡아 화제가 됐다. 홍 관장은 2005년 미술 전문지 ‘아트프라이스’가 작가, 평론가, 화랑주, 미술기자 등 23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파워 리더 1위로 뽑히기도 했다. 국내외 우수 작가의 전시를 유치하고 미술품 수집을 활발하게 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홍라희 관장은 1983년 현대미술관회 이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최근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후 외부 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홍 관장이 지난 달 2일, 4개월 만에 나선 공식 행사도 리움에서 열린 미술행사였다.



박강자 금호미술관 관장도 유명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미술관은 박인천 창업주의 차녀이자 박삼구 회장의 누나인 박강자 관장(64)이 이끌고 있다. 1989년 개관 이래 박 관장은 금호가 벌이는 문화사업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지역 작가들과 신진 작가들을 중점적으로 후원하는 점이 박 관장의 소신이자 금호미술관 고유의 특징이다. 지난 해에는 국내 미술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 모기업 몰락 불구 변함없는 미술사랑=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 씨(75)는 아트선재센터 관장을 맡아 지금까지 미술관을 운영해오고 있다. ‘선재’는 1990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아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2011년 정 관장의 고향 경주에 있던 경주 선재미술관이 매각되면서 아트선재센터만이 대우가(家)의 유일한 미술관으로 남았다. 정 관장은 과거 대우그룹이 전 세계 호텔 건설에 활발하게 나설 때 그곳에 필요한 그림을 고르면서 자연스레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건축학과 졸업 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그는 1976년 37세의 나이에 하버드대에 진학해 동양미술사를 공부하는 등 대우그룹의 예술경영을 안팎으로 도왔다. 2012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몽블랑이 문화예술 분야 발전에 기여한 인사에게 수여하는 ‘제21회 몽블랑 후원자상’의 첫 한국 여성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뒤늦게 그의 공헌이 인정받기도 했다.



쌍용그룹 창업주 고 김성곤 회장의 호를 따 1995년 설립된 성곡미술관은 현재 쌍용그룹 김석원 전 회장의 부인 박문순 씨(61)가 관장을 맡고 있다. 김성곤 창업주의 자택을 개조해 만들었으며 본관과 별관으로 이뤄진 전시공간 외에도 외부에 조각공원과 숲이 조성돼 있어 관람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의 위세는 약해졌지만 성곡미술관은 자체적으로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등 예술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교수에서 공예가로 변신한 김성곤 회장의 장녀 김인숙 씨(75)가 이곳에서 구슬공예품 전시회를 여는 등 쌍용가(家) 여성들이 중심이 돼 예술사업의 명맥을 이으려 노력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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