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6일 수요일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Why Is Chuck Hagel Resigning? 5 Reasons Defense Chief Is Leaving Obama Administration

Why Is Chuck Hagel Resigning? 5 Reasons Defense Chief Is Leaving Obama Admini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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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 Hagel
U.S. President Barack Obama (left) speaks as Secretary of Defense Chuck Hagel listens at the start of a Cabinet meeting at the White House, Nov. 7, 2014. 
President Barack Obama praised Secretary of Defense Chuck Hagel's long career of public service Monday even as he showed him the door. Obama did not explain during a press conference why Hagel, a Republican who has served as the nation's defense chief since early last year, submitted his resignation, but that didn't stop political observers from drawing their own conclusions. Below are five reasons why Hagel, 68, was likely forced out of the Obama administration, according to media reports and speculation.
1. Hagel didn't understand the Middle East. Hagel couldn't get the Taliban in Afghanistan to accept a peace deal and his efforts to stop a military coup in Egypt also failed, according to Vox. He also didn't do enough to block the Islamic State militant group from gaining territory in Syria and Iraq.
2. Hagel never built a good relationship with the Obama administration. Hagel, the lone Republican on Obama's national security team, was never liked by the Pentagon or the White House, largely because he wasn't seen as an effective communicator or manager. The New York Times wrote: "Hagel has often had problems articulating his thoughts — or administration policy — in an effective manner." He reportedly didn't like to speak during Cabinet meetings, preferring to run things by Obama when they were alone. He was popular with troops, however, as the first enlisted combat military veteran to become secretary of defense. 
3. Obama needed a scapegoat amid a series of foreign policy disasters. The growing popularity of the Islamic State among militant groups, Russia's assaults on Ukraine and boiling tensions across the Middle East have all made the White House's foreign policy look especially weak in recent months. By getting rid of Hagel, the Obama administration could be looking for a fresh slate, media reports suggested. "It is unrealistic to expect the president to fire himself, so others have to play that sacrificial role," Foreign Policy wrote. 
4. Hagel was critical of the administration. As a Republican, Hagel was always an outsider, but he didn't help endear himself to anyone by speaking out publicly against the White House from time to time. More recently, he sent a letter to National Security Adviser Susan Rice that said Obama needed to explain his approach to Syrian President Bashar Assad, who has been helped by Obama's airstrikes against the Islamic State in Syria. The letter angered White House officials, according to the Associated Press. Hagel also took a stronger stance against the Islamic State initially than the White House did,saying the militants also known as ISIS represented an “imminent threat to everything we have."
5. He didn't get along with Republicans in Congress. Hagel not only rubbed the Obama administration the wrong way, he also never won over the lawmakers who oversee military spending. Republicans lawmakers simply considered him "a water-carrier for the administration," according to theGuardian. “On paper, Hagel looked perfect for the job -- a war hero, a former senator, a successful entrepreneur,” Loren Thompson of the Lexington Institute in Arlington, Virginia, told Bloomberg. “But his confirmation hearings did not go well, and his temperament proved ill-suited to such a politically sensitive job.”

2014년 11월 9일 일요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마광수를 욕하던 위선의 벽이여 안녕

마광수를 욕하던 위선의 벽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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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민 방송 피디. 에스비에스(SBS) <리얼코리아> <긴급출동 SOS 24> 등을 연출했고, 현재는 에스비에스 시엔비시(SBS CNBC) 소속으로 'SBS 생활과 경제'를 제작하고 있다. 교양 피디로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총합이라 할 역사에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오늘의 역사를 연재한 글들을 모아 <그들이 살았던 오늘>(2012년)을 내기도 했다. 한겨레 토요판에서 20세기 마지막 격변기였던 1990년대를 탐험한다.
1990년대 초반 세상을 시끄럽게 달군 이름들이 많지만 그중 하나로 ‘마광수’라는 이름 석 자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그는 19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수필집을 내면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보다 솔직하게 본능을 드러내는 사람,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천진난만하게 원시적인 정열을 가지고 가꿔 가는 사람이 ‘야한 사람’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야한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첫째가는 비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의 서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최소한 비(B)급 태풍 이상의 충격으로 한국 사회를 강타한다. 기실 강의 중에 여학생들에게 “너희들 섹스해 봤어? 사랑하니까 섹스하는 거야. 섹스해 봐야 사랑을 알아!”라고 마르고 기다란 손가락을 뻗어 대던 교수란 별종일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하물며 그 생각이 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의 충격이란.
왜 난 서점에서만 그 책을 독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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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
‘사랑은 관능적 욕망 그 자체이며 인간의 행복은 성욕의 충족에서 온다’는 마광수 교수의 주장에 가장 발끈한 것은 여성계였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회지 <가정상담>을 통해 “야한 여자를 관능적 백치미의 여성으로 정의, 사고 능력이 모자랄수록 남성의 사랑을 받는다는 종속적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임신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혼전관계는 오럴섹스가 좋다”고 말한 마광수 교수에게 ‘마(魔)광수’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대자보가 나붙어 마광수 교수를 비난했는데 거기에는 마광수 교수의 이름을 ‘狂獸’라고 적고 있었다. ‘미친 짐승’이라는 것이었다. 비난은 좌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서울대학교 손봉호 교수는 “마광수 교수라고도 부를 것 없이 마광수씨라고 불러야 한다”고 일갈했고 소설가 이문열은 “구역질난다”고 내질러버렸으니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었던 셈.
물론 그를 옹호하는 축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비난의 쓰나미에 묻혀 버렸다. 그 증좌로는 나 자신을 들 수 있겠다. 고백건대 혹여 그 책을 읽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변태로 낙인찍힐까 두려웠던 나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후속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교보문고에서 몇 시간을 서서 독파했던 것이다. 그때 단상은 이랬다. “되게 솔직하긴 하네.” 하나 더 고백하자. 그러고 돌아온 학교에서 나는 후배들에게는 열심히 마광수 또라이론을 주창했다. 나는 매우 솔직하지 못했던 셈이다.
한 인터뷰에서 마광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나 빨리 순응해 버려 스스로의 본성에 정직하기 위한 투쟁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때부터 삶은 재미없어지는 거다. 나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저항하고 반란하라고 가르친다. 어린아이처럼 솔직한 다양성과 자유를 위해.” 그의 ‘야함’에 대한 솔직한 토로 역시 그에게는 저항이었던 것일까. 군사독재라는 표현을 듣던 정부와 제도권, 그리고 그에 맞선다는 운동권조차 합세한 융단폭격을 맞으면서도 그는 꿋꿋하게 자신의 욕망을 표현했고 그 수위를 오히려 높여갔다. 몇 년 뒤 터져나온 것이 <즐거운 사라>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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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29일 마광수 교수는 ‘음란문서 제조 반포’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지나치게 성적 충동을 자극해 문학의 예술성 범주를 벗어났다”며 사법 처리의 변을 밝힌다. 나는 그날을 꽤 명징하게 기억한다. 복학한 후 예전에는 무척이나 거리가 멀었던 도서관이라는 곳에 익숙해질 즈음, 도서관 휴게실에서 이어졌던 짧은 문답(?) 탓이다. “아니 그게 구속감이냐? 무협지 작가들, 주간지 소설 쓰는 사람들 다 잡혀가게?”라고 내가 물었을 때 한 법대생이 이렇게 답했던 것이다. “교수잖아. 레벨이 다르지. 사회적 파급력이 다르고.”
내가 이 문답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래도 운동권 물을 먹었다는 법대생 친구의 말이 신문에서 찾아 읽은 마광수 교수를 구속한 검사의 논리와 빼닮아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수의 신분에 그것도 유명 대학의 교수가 공동체 존립을 저해하고 성적 쾌락이라는 개인적 욕망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소행이다. 피고인 측에서는 <즐거운 사라>는 음란 서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음란 서적 기준은 작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서는 안 되고 도서 그 자체에 대한 판단에 따라야 한다.”
이 기소장을 쓴 검사는 “수만권의 장서를 가진 독서가”였다고 한다. 그는 “단순 음란의 단죄 차원이 아닌 위기적 상황에 처한 정신적 문화적 흐름에 대한 경고”의 필요성을 설파하며 징역 1년을 구형했고 1심에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3년 뒤 대법원도 마광수 교수의 상고를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1990년대는 1980년대와는 달랐다. 19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 대한 여론이 주로 비난 일변도였다면 <즐거운 사라> 사건 때에는 연세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마광수 교수를 지지하며 그 무죄 주장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다. 그들이 내건 플래카드 역시 사뭇 도발적이었다.
“마광수는 결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 이는 다른 연세대 학생이 붙인 대자보에서 지적하듯 “같은 식민지 체험을 한 국민으로서 영국인들의 제국주의적 우월감을 비판 없이 차용한 것”임에 분명했고 주한 인도대사관까지 이 버릇없는 대자보에 항의하면서 고개를 숙이긴 했으되, ‘魔狂獸’가 셰익스피어 수준으로 격상된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할 것이다. 세상은 꽤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80년대를 지배하던 도덕적 엄숙주의는 어느새 오리알 신세가 되어 낙동강 하구를 지나고 있었고 “지나친 성묘사로 쾌락주의를 조장”한다고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비판하던 이들은 점차 그 목소리에 힘을 잃고 있었다. 반면 ‘사랑’에 당당한 모습들은 좀더 빈번하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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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마광수 교수를 혐오하던 운동권들은 1990년대 들어 그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1992년 장편 <즐거운 사라>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구속되는 마 교수.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3년 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즐거운 사라> 사건이 있던 다음해 겨울이었을 것이다. 여자 후배 한 명이 감기에 들어 몸져누웠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이유가 희한했다. 그 추운 겨울밤 밤새 거리를 헤매다가 그랬다는 것이다. 대관절 무슨 연유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냐고 물어보니 같이 자취하는 여학생의 군인 애인이 갑자기 휴가를 나왔다는 것이었다. 예고 없이 나온 휴가였지만 자취하는 친구는 “나 얘하고 자야 되니까 너는 오늘 나가서 자고 와 줘”라고 서슴없이 요구했고 밤 11시에 졸지에 쫓겨난(?) 여자 후배는 오갈 데 없이 거리를 헤매다가 자취생의 군바리 애인이 집을 떠난 뒤에야 몸을 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들으며 복학생들은 하나같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니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여관으로 가야지 왜 함께 자취하는 사람을 쫓아내며, 추운 겨울날 애인과의 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친구를 내쫓는 못된 처사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소매를 걷었던 것이다. 그때 흥분하던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 같으면 그냥 다 같이 술 먹고 방구석에 제각각 자빠져 곯아떨어졌을 것 같은데. 요즘 애들 참.” 얼씨구 나이 몇 살이나 더 먹었다고 ‘요즘 애들’ 타령이냐고 비웃으면 할 말은 없지만 뭔가 세상은 다른 세상으로 옮아가고 있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1990년대에도 인적이 드문 캠퍼스의 심야 시간, 심심찮게 강력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자체 규찰대가 조직돼서 야간 순찰을 돌았다. 이 규찰대들은 우범지대(?)를 돌면서 캠퍼스에 스며들어 음주가무를 즐기는 고등학생들을 쫓아내거나 취한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는 등 활동을 벌였는데 그들의 또다른 단속 대상 중 하나는 ‘캠퍼스를 여관 삼아’ 사랑을 나누는 청춘들이었다. 청춘들의 남녀상열지사야 70년대건 80년대건 숱하게 있었겠지만 당시 규찰대 활동을 하던 후배가 침을 튀기며 해준 얘기에 따르면 당시 심야의 캠퍼스에도 실로 많은 커플들이 그들만의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당시 규찰대의 무용담(?)을 듣다가 깔깔대고 웃은 대목이 있었다.
규찰대가 등장하여 플래시를 비추거나 인기척을 내면 대개는 화들짝 놀라서 주섬주섬 옷 챙겨 입고 사라지는 것이 상례였는데 어느 한 남학생이 규찰대에게 거칠게 대들어 ‘신성한 캠퍼스’에서의 풍기 문란 행위를 단속하던 규찰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외치며 규찰대원들을 몰아붙였다 한다. “당신들은 안 하고 살아? 신성한 캠퍼스? 이것도 신성한 일이야!” 이 말은 한동안 유행어가 됐었다. “당신들은 안 하고 살아?” 그 말을 들으며 폭소를 터뜨린 다음 슬그머니 차오른 의문들이 있었다. 규찰대는 왜 그 청춘들의 ‘거사’를 굳이 방해하고 플래시를 비추며 ‘아저씨!’를 부르짖어야 했을까.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닌데 왜 ‘단속’의 대상이 돼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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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1990년대는 그때껏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좋게 말하면 엄숙주의, 나쁘게 말하면 위선의 벽이 깨져 나가는 과정이었다. 밤이면 지하 세계에 펼쳐진 음습하지만 휘황한 공간에서 온갖 추잡한 욕망을 다 발산하다가 낮에는 짐짓 성도덕의 문란을 한탄하던 어른들의 세계는 말할 것도 없다.
더하여 ‘조직 내 연애 금지’를 내걸고 혁명가연하던, 술 먹고는 포르노 나오는 여관을 찾아 헤매고, 다음날 오후에는 전두환의 3에스(S) 정책(스포츠, 스크린, 섹스) 비판에 열을 올리던 이들조차도 노골적일 만큼 솔직해진 욕망들의 거침없는 지적 앞에 발가벗은 임금님 신세가 돼 머리를 긁적이던 시기였다는 뜻이다.
1994년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엉덩이가 예쁜 여자’ 정선경에게 달라붙어 욕망을 채우는 중 운동권 청년이 부르짖던 ‘파쇼 타도’는 그 벌거벗은 임금님들에 대한 최대한의 조롱이었다. “파쇼 타도? 흥 니들은 안 하고 사니?” 하는.
1997년 6월 열린 한국여성학회 13차 춘계 학술대회에서 나온 이화여대 김은실 교수의 일성은 90년대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90년대에 이르러서는 마치 성적이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성이 상품화되고 상품이 성화되는 일상에서 성적 매력을 사회적 자본으로 사용하는 여성이 해방된 여성이라고 인정하는 젊은 ‘페미니스트’들도 등장하고 있다.”
“섹시하다”는 말은 칭찬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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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말, 아니 90년대 초만 해도 날렵한 청바지를 입고 온 여자 동기에게 “오 섹시한데?” 했다가는 “어휴, 짐승”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손칼을 맞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빠르게 ‘말과 행동에 성적(性的) 매력이 있다’는 뜻의 ‘섹시하다’는 형용사는 칭찬의 의미로 바뀌어 쓰였다. 즉 성적 매력을 보유한 것이 자랑스럽고 그를 찬미해 주는 게 부자연스럽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1996년 2월4일치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전국 20대 여성 500명에게 “남성들로부터 어떤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1위 예쁘다, 2위 지적이다에 이어 ‘섹시하다’는 당당 3위를 차지하고 있다.(장담컨대 2위와 3위의 순위는 1년 내에 변경됐을 것이다) 또 섹시하다는 말에 대한 선호도는 여사원(20%)이나 기혼여성(15%)보다 여대생들로부터 그 선호도가 높았다.(26%) 즉 나이가 젊을수록 ‘섹시하다’는 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이다.
욕망을 드러내는 것에 예의와 거리낌을 두지 않고,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에 대해 비난과 눈 흘김의 강도가 점차 줄어들던 시기가 90년대였다. 애인과 함께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친구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된 시기였고, 영화도 아닌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전라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복학생들이 술값 아낀 배춧잎 꺼내 들고 대학로로 집결하던 때였다.
동시에 이 도도한 적나라(赤裸裸)의 물결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어떻게든 막아 보겠다고 둑을 쌓고 수갑을 꺼내 들고 치도곤을 꺼내 드는 사람들이 설치던 과도기이기도 했다. 그 서슬에 마광수 교수가 당했고 영화 <거짓말>과 <노랑머리>가 가위질당했고 연극 <마지막 시도>의 연출자는 구속을 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게 쥐면 쥘수록 새어 나오는 모래처럼 사람들은 바뀌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2014년 11월 1일 토요일

[ㅍㅍㅅㅅ 이정환닷컴] 이재용 후계에 관한 주요 논점 총정리

이재용 후계에 관한 주요 논점 총정리

📁 시사 🕔2014/11/01
이재용 후계에 관한 주요 논점 총정리
사실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제일모직(에버랜드)의 최대주주고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그리고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수직적 순환출자 구조가 이미 완성돼 있죠. 그러나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고 상속세를 내고 경영권을 그대로 넘겨받기까지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먼저 배경 설명부터 해볼까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는데요. 첫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그룹의 내부 지분 비율은 유지돼야 한다. 둘째, 상속세를 다 내고도 이재용 부회장 남매의 지배력이 아버지 시절보다 줄어 들어서는 안 된다. 셋째, 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하더라도 지금처럼 모든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라면 이런 전제 조건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검토할 거라는 분석입니다. 이 복잡미묘한 퍼즐을 맞추면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분 변동 내역을 추적해 보면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가운데 어느 하나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해가 안 되시면 여기 오시면 됩니다(...)
이해가 안 되시면 여기 오시면 됩니다(…)

상속세 65%, 최대 6조원은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받을 재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살펴볼까요. 먼저 상장회사 지분은 삼성전자 지분이 3.4%, 삼성생명 지분이 20.8%, 제일모직(에버랜드) 지분이 3.7%, 그리고 삼성물산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이 각각 1.4%와 1.1%씩 있습니다. 재벌닷컴 집계에 따르면 2014년 5월 기준으로 1년 평균 주가로 환산한 결과 이것만 해도 11조7180억원에 이릅니다. 그리고 비상장 주식이 4790억원 정도 되는 걸로 평가됩니다.
지분가치
여기에 부동산이 공시가격 기준으로 6780억원 정도 더 있는데 얼추 다 더하면 13조원 정도가 됩니다.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되지만 여러 가지 상속세를 줄이는 합법적인 수단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내야 할 상속세는 적게는 3조원에서 많아봐야 5조원 정도가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이왕이면 상속 전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의 주가를 낮은 상태로 두는 게 유리하겠죠.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은 3조964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상장회사 주식은 삼성전자 지분 0.6%가 1조2220억원, 비상장 회사 주식으로는 제일모직 지분 25.1%, 삼성SDS 지분 11.3%, 삼성자산운용 지분이 7.7% 등 2조6900억원, 그리고 기타 재산이 520억원 정도 됩니다. 이걸로는 상속세 5조원을 낼 수가 없죠. 제일모직과 삼성전자는 무조건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팔 수 있는 지분은 삼성SDS 정도밖에 없고 말이죠.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도 재산이 상당합니다. 삼성전자 지분이 0.7%로 아들보다 더 많죠. 주식 1조5460억원어치와 부동산 등 기타 재산이 310억원, 모두 1조5770억원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절반 정도 규모입니다. 동생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각각 1조1290억원과 1조640억원 정도입니다. 둘 다 제일모직 지분이 8.4%씩, 삼성SDS 지분이 4.2%씩, 1조원 정도 되고요. 부동산이 조금씩 있습니다.
이건희-일가-지분-현황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으려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 밖에 안 되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3.4%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문제는 상속세입니다. 2013년에 상속법이 개정돼 주식 현물로는 낼 수 없고 현금으로 내거나 현금이 없으면 주식을 처분해서 현금을 만들어야 합니다. 5년 동안 나눠서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른 재산을 처분해서 상속세를 내더라도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물려받으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버지 어머니 지분을 다 더해도 많은 지분은 아니니까요.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장 좋은 그림은 지금처럼 제일모직과 삼성생명으로 삼성전자를 우회 지배하면서 삼성전자 지분도 그대로 물려받는 건데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상황에 따라 처분해야 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삼성생명을 계열 분리하고 제일모직(에버랜드)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는 시나리오가 있고요. 둘째,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유지하되 삼 남매가 사업 부문을 나눠 맡는 시나리오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골칫거리고 두 번째 시나리오는 공정거래법이나 금산분리 이슈 등이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습니다.

불가능한 특명, 제일모직을 지주회사로.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을 지배구조의 중심축으로 가져가되 삼성SDS 등의 지분을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실탄으로 쓸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SDS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빠져있어 지분을 내다 팔더라도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죠. 상속 시점까지 최대한 삼성SDS의 기업 가치를 높여 비싸게 팔아서 현금을 마련하는 전략으로 가려고 할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일모직(에버랜드)가 2015년 봄에 상장할 계획이라는 발표부터 살펴볼까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뒤 한 달 뒤에 나온 갑작스러운 발표였습니다. 에버랜드가 상장해서 얻는 게 뭘까요. 지금처럼 제일모직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우회 지배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일 텐데 말이죠. 가장 가능성 높은 추론은 제일모직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전자 등과 합병을 모색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일단 제일모직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게 아니라면 굳이 상장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상장을 한다는 건 뭔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지금까지도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립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세를 다 내고도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려면 지금 같은 순환출자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 작업이 본격화 된 건 2013년 9월 무렵부터였습니다. 먼저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부문을 인수해 제일모직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죠. 인수대금은 1조500억원. 이에 앞서 삼성물산이 8월부터 장내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야금야금 사들여 1.8%를 확보했습니다.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을 발표한 게 그해 9월이었고요. 그리고 2014년 3월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을 선언했습니다.
내부-지분-현황
2014년 4월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을 선언했고 2014년 9월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합병을 선언했습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죠. 일단 제일모직이 패션 사업을 에버랜드에 넘긴 건 어차피 말만 제일모직일 뿐 패션 사업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습니다. 제일모직의 첨단소재 사업을 삼성SDI에 넘긴 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을 거고요.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은 기업가치를 키워 상장 이후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대한 현금을 몰아주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은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차원일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조금 예상 밖이었는데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지분을 계속 사들였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인수할 거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죠.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우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4.1%나 확보하고 있죠. 삼성전자가 삼성SDI 지분을 20.4%, 그리고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7.2%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의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으면서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각각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종합화학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삼성그룹의 또 다른 아킬레스 건, 삼성물산.

문제는 정작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1.7% 밖에 안 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4.8%와 삼성SDI가 보유한 7.2%를 다 더해도 13.7% 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나마 한 주도 없습니다. 삼성물산 자사주 6.4%를 더해도 겨우 20%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공격을 받는다면 삼성물산이 목표가 될 거라는 관측도 있었죠.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물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2대주주입니다. 삼성생명이 계열 분리 된다면 삼성물산이 지배구조의 중심에 놓고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나마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니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할 수 있다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배구조-변화-예상
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많습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지 않고 삼성중공업과 합병한 걸 보면 건설사업 부분을 통합·강화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합병 이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건설사업 부분을 따로 분할하고 여기에 삼성물산이 물산과 건설 사업 부문으로 분할해 건설사업 부문을 넘기는 시나리오 말이죠.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통합하는 시나리오라는 거죠.
문제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너무 적어서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제일모직 패션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도 삼성물산과 합병에 대비해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의 보유 부동산 등의 가치가 저평가 돼 있어 자산 재평가를 거치면 1대 1 합병도 가능할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제일모직이 독자적으로 상장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 등이 미리 사들이는 방안도 가능하겠죠.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 가족의 지분이 32.7%까지 늘어납니다. 거꾸로 이재용 부회장 등이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미리 사들이는 방안도 가능합니다. 삼성SDI와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이면 이재용 부회장 가족의 지분이 최대 29.5%까지 늘어납니다. 자연스럽게 순환출자 문제도 해결되고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생명을 계열 분리하는 시나리오도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맞바꾸는 거죠. 일단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늘고 삼성생명은 자사주가 늘어나겠죠.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의 자사주 지분과 맞바꿉니다. 그럼 이건희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이 늘어나겠죠.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모두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기지 않고 일부 또는 전부를 에버랜드에 증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어차피 에버랜드는 이미 이재용 부회장 남매가 꽉 잡고 있죠.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하고 일부는 제일모직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쪼개면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제일모직을 통해 계열사들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에버랜드-주주현황

김칫국부터 마시는 법에도 없는 중간지주회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서 지주회사가 되고 그 밑에 삼성전자가 중간지주회사로, 그리고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들어가는 시나리오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각각 제조업 계열사들과 금융업 계열사들을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구조인데요. 이 시나리오의 문제는 아직 중간금융지주회사라는 게 법적으로 허용돼 있지 않다는 겁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는 건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제일모직+삼성물산 지주회사가 삼성생명을 자회사로 둘 수 없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합니다. 정권 차원의 특혜가 아니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둘 다 가져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중간금융지주회사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공익재단에 증여해 우회상속하거나 제일모직에 증여해 간접 지배하는 방안도 가능할 겁니다.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일부와 이재용이 물려받게 될 사업회사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삼성전자에 주력하되 삼성생명도 놓으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죠. 동생들과 삼성생명을 나눠서 지배하는 것도 가능할 거고요.
정작 상속세는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삼성SDS를 과감하게 내다 팔고 나머지는 5년에 걸쳐 나눠서 내면 되는데요. 상속세가 3조5000억원이라고 가정하고 삼성SDS지분을 팔아 2조원을 만들었라면 1조5000원이 남죠. 삼성전자가 배당을 조금만 늘린다면 물려받은 삼성전자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만 그대로 세금으로 내도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가 그동안 주주들에게 배당을 짜게 주면서 사내 유보금을 늘려왔던 것도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 구도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을 받고 난 뒤에 배당을 늘려서 현금이 들어오면 그걸로 상속세를 내면 되겠죠. 주주들 입장에서야 누가 회장이 되든 주가가 오르면 행복해 할 테니까요. 배당까지 두둑하게 주면 불만이 없을 거고요.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은 뭘까요. 외부의 관측은 무성하지만 삼성그룹은 아직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한 적 없습니다.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요. LG그룹이나 SK그룹에서 보듯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됩니다. 다만 지금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등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배력이 오히려 위축될 우려도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지금이 가장 좋고 딱히 지주회사가 절실한 상황은 아니죠. 다만 문제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져 누워 있기 때문에 마냥 미룰 수도 없다는 겁니다. 결국 국회에서 삼성 특별법이든 이재용 특별법이든 만들어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해 주거나 과도기적으로 금융산업 분리 규제를 완화해주거나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해주지 않는 이상 일단 버티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지주회사는 절대 안 돼.

또 하나 변수는 지금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건희 회장인데 상속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그대로 물려받지 못하면 제일모직이 최대주주가 되고 자동으로 금융지주회사가 된다는 겁니다. 지금은 이건희 회장이 20.8%, 에버랜드가 19.3%로 이건희 회장 지분이 살짝 더 많아서 금융지주회사가 아닌데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돼서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면 비금융 계열사들을 내다 팔아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됩니다.
다시 정리해 볼까요. 제일모직이 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생명을 정리해야 하고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전자를 정리해야 됩니다.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둘 다 가져갈 방법은 없습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면 된다고 하지만 그건 아직 희망사항일 뿐이고요. 금융산업 분리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공정거래법을 바꾸려면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할 텐데요. 그야말로 삼성을 위한 특별법이 될 텐데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중간금융지주회사-2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더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삼성생명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그대로 상속 받고 삼성전자 지분을 제일모직에 현물출자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제일모직 지분을 크게 높여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일부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맞교환하면 제일모직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겠죠.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도 제일모직의 삼성전자 지분이 6.72% 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서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이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시나리오도 나옵니다. 제일모직이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지분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송원근 교수는 “비은행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인정하는 것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며, 더 근본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지주회사 제도든 그 자체로는 재벌 총수의 지배권을 약화시킬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는 점에서도 신중하게 고려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삼성 입장에서도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끊어지는 데다 비용 측면에서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성인 교수는 “삼성이 원해서 중간금융지주회사로 간다면 막아야 하고 오히려 지금 시급한 건 금산분리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해 삼성그룹의 시스템적 위기를 차단하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일부에서는 지주회사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대안인 것처럼 거론하고 있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바깥에서 금융 계열사를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가장 만족스러울 텐데 굳이 변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고요.
지배구조-변화-예상
금산분리 강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상한을 특수 관계인을 포함 15%까지 허용하되 금융회사의 의결권을 최대 10%에서 단계적으로 5%까지 줄이겠다고 했었죠. 삼성전자의 경우 금융 계열사 보유 지분이 8.74%, 특수 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17.67%나 되기 때문에 이 가운데 1.07%의 의결권이 사라지게 됩니다. 호텔신라의 경우 같은 계산으로 의결권이 4.76%나 줄어들게 되고요.
당초 금융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의결권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가 15%까지 허용하기로 한 것도 삼성그룹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었습니다. 국회 분위기를 보면 그나마 남은 금융회사 의결권을 축소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가뜩이나 삼성전자 실적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의 의지가 없다면 금산분리 규제가 지금보다 더 강화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이해가 안 되시면 여기 오시면 됩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게 정상입니다. 워낙 복잡하니(…)

보험업법 개정안이라는 폭탄.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7.6%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내다 팔아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여 삼성전자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해 왔는데 이런 간접적인 지배구조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이야기죠.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회사가 취득원가 기준으로 자기자본의 60%, 총자산의 3% 이내에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계산하도록 바뀌는데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의 취득원가는 4조원이 안 되지만 시가로 계산하면 19조원에 이르죠.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이 가운데 15조원 가까이를 처분해야 합니다.
2014년 6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삼성화재에 넘기고 삼성생명이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받은 것도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에 대비해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자회사 지분을 상장 기업의 경우 30%, 비상장 기업의 경우 50%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을 14.98%, 삼성증권을 11.14%, 삼성카드를 34.1%씩 보유하고 있는데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37.45%를 보유한 삼성전자인데 삼성생명이 이 지분을 일부 넘겨받아 최대주주가 돼야 하고요. 이 과정에서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들 지분을 내다 팔아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지분을 각각 7.6%와 3.4%, 7.3%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개요-3
김진방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교수님이 이재용 부회장이라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가운데 어떤 걸 가져가겠습니까.” 김진방 교수는 “저 같으면 금융을 선택하겠습니다”고 하던데요. 안정적이고 보유 지분에 비해 많은 지배력 행사할 수 있으니까요. 가족 기업으로도 적절하고요. 반면 제조업은 변수가 많고 자자손손 물려주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죠.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삼성이 가장 원하는 방식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겠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에버랜드가 보험지주회사가 되고 삼성생명이 자회사로 들어가 일반지주회사나 비금융회사를 손자회사로 지배하는 방식을 말하는 건데요. 그러려면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 보험사가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제일모직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는 3세 경영인 혼자서 그룹 전체를 경영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자녀들에게 전자(삼성)와 유통(신세계), 식품(CJ), 제지(한솔) 부문을 분할해 승계시켰듯이 포스트 이건희 시대도 이재용 남매에게 분할 승계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전자와 생명, 둘 중에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김진방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둘 다 갖는 건 어렵거나 매우 힘든 일이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록펠러나 카네기는 1대에서 끝났지만 JP모건은 가족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김진방 교수는 “지금도 삼성생명을 거치니까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지 삼성전자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버리고 삼성전자만 갖는다고 해도 지배력이 훨씬 약화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전성인 교수는 오히려 삼성생명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인구 고령화가 시작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인데요. 지금까지는 생명보험이 돈을 긁어모았지만 앞으로는 돈 나가는 일이 훨씬 많을 거라는 이야기죠. 국민연금이 기금 고갈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처럼 민간 보험사들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거라는 경고입니다.
최종-예상-지배구조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도 삼성생명을 통한 우회 지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결국 고객들 위탁 자산입니다. 어느 상황이 되면 팔아서 현금으로 만들어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거죠. 전성인 교수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계열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 구도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이런 위험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산업 분리 규제도 있고 보험업법 개정안도 있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정리하고 가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거라는 거죠. 지주회사 전환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도 지주회사 전환에 대비해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시죠. 일단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경영권이 안정된 다음 일부 계열사들을 계열 분리해 독립할 거라는 이야기죠.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사업회사를 중심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호텔신라, 삼성종합화학 등을 갖고 이서현은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다시 분리하고 제일기획을 얹어가는 시나리오가 떠돕니다.
애초에 제일모직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혼자서 그룹 전체를 경영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보기 때문이죠. 고 이병철 회장이 자녀들에게 전자(삼성)와 유통(신세계), 식품(CJ), 제지(한솔) 부문을 분할해 승계시켰듯이 상속 과정에서 이재용 남매도 그룹을 분할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동시에 담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는 거죠.
한동안 삼 남매가 제일모직을 공동 경영하면서 사업 부문을 책임 경영하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출자 지분을 정리해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이건희 회장이 이부진 사장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느 정도 교통 정리가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등의 지분을 훨씬 더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주도권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습니다.

순환출자 구조,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 전망을 종합하면 삼성그룹은 한동안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면서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늘리면서 본격적인 후계 구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서 금산분리 완화는 기본이고 순환출자를 예외적으로 추가 허용하거나 상속세를 파격적으로 완화하는 특혜를 쏟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순환출자-구조-2
분명한 것은 정치적 배려가 없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왕국을 그대로 물려받는 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칫 그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재용 부회장 주변을 보면 그다지 다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계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삼성 쪽에서 먼저 요청을 할지 정치권에서 누군가가 먼저 제안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삼성 특별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전성인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게임의 룰을 어기는 수준을 넘어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전성인 교수가 했던 말로 정리하겠습니다. “불편하면 법을 바꿔서라도, 필요하다면 국회의원 300명을 모두 매수해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이재용 후계 구도를 만들려고 할 텐데요. 언론이 바람을 잡고 정치권도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결국, 이건희와 이재용이 원하는 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최종-시나리오 (1)

(http://www.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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