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리아와 이라크를 종횡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IS에는 세계에 충격을 안기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외국인 대원’들이다. IS는 상대방의 전투원 및 민간인에 대한 무자비한 도살로 악명 높은 집단이다. 비교적 평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외국인들이 이런 IS에 들어가 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9월27일 트위터에 한 중년 아시아 남성이 IS의 상징인 검은색 깃발 앞에서 AK47 소총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라크의 지하드(성전)에 관심 있는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트위터 계정의 주인 알타미니는, 이 아시아 남성이 일본인이며 ‘셰이크 하산 고 나카타’라고 밝혔다. 일본 출신 IS 대원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다. 나카타가 일본에서 꽤 저명한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도쿄 대학 문학부 이슬람학과를 졸업한 나카타는 이집트의 카이로 대학을 거친 뒤 일본의 명문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이슬람 율법 및 중동지역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도시샤 대학 신학연구과 교수다. 칼리프(이슬람 공동체의 최고 종교 지도자) 연구로 큰 업적을 쌓았으며 코란을 일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샤리아(이슬람 율법)와 칼리파 국제 콘퍼런스’를 일본에 유치한 바 있다. 이런 사람이 IS 대원으로 등장했으니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히지 않을 수 없다. 취재 열기가 뜨겁지만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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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감시 단체 사이트 화면 갈무리
9월24일 필리핀의 IS 추종 세력인 ‘아부 사야프’가 독일인 2명을 살해하겠다며 협박 영상을 공개했다. |
초미의 관심사는 ‘나카타가 시리아에서 IS 대원으로서 어떤 일을 수행해왔는가’이다. 단서는 페이스북에 있는 나카타의 계정 정도다. 그가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린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에는 시리아 북부 지역의 풍경이나 IS 깃발 등이 나온다. 시리아에서 모종의 활동을 해온 것은 분명하다. 나카타의 사진을 올린 트위터 계정의 주인 알타미니와 나카타 간의 관계도 알 수 없다. 다만 알타미니는 그에 대해 ‘IS 전투원이라는 소문이 도는 사람’ 정도로 언급했다. 이런저런 정보를 모아보면, ‘나카타가 시리아 내전에 직접 참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나카타 외에도 여러 일본인이 IS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다모가미 도시오 전 일본 항공자위대 막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IS에 일본인 9명이 참여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출처는 주일 대사를 지낸 니심 벤 시트리트 이스라엘 외무차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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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tter
IS 상징 깃발 앞에서 AK47 소총을 들고 있는 일본인 교수 나카타. |
필리핀에서는 IS 추종 이슬람 무장 세력인 ‘아부 사야프’가 독일인 2명을 인질로 앞세워 거액의 몸값을 독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독일인 인질은 각각 71세와 55세다. 지난 4월 보르네오와 필리핀 남부 해역 사이에서 요트 여행을 즐기다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이 공습 대상을 시리아로 확대하자 아부 사야프는 독일 정부에 대한 요구를 업그레이드했다. 몸값 560만 달러(약 59억5000만원)에 “미국의 IS 공습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조건을 덧붙인 것이다. 아부 사야프는 이런 요구 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질 가운데 1명을 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부 사야프는 필리핀 남부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이슬람 무장세력으로 최근 IS 지도자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 조직은 폭탄 테러와 납치는 물론 몸값을 받지 못한 인질을 참수하는 등 각종 범죄와 테러로 악명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필리핀 기자는 “IS와 아부 사야프의 결합은 아주 심각한 사태다. 가장 잔인한 세력들이 연대했으니 필리핀은 물론 아시아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부 사야프는 독일인 외에도 네덜란드인과 일본인, 스위스인을 각각 1명씩 인질로 확보하고 있다. 인질을 참수하겠다는 위협도 이어지리라 보인다.
CIA “IS 반군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 대원”
인구 기준으로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당국도 IS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테러 진압 부대는 북부의 술라웨시 지역에서 외국인 4명과 내국인 3명으로 구성된 일행을 체포해 수도 자카르타로 이송했다. 술라웨시는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알려진 산악 지역 포소로 가는 길목이다. 체포된 외국인들은 터키 국적으로 위조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IS를 지지하는 국제 지하드(성전) 조직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주시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중 ‘제마 이슬라미야(JI)’는 IS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이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동남아시아에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JI를 이끄는 급진 이슬람 성직자 아부바카르 바시르는 현재 테러 주도 혐의로 수감 중이다. 그러나 옥중에서도 추종자들을 만들어 IS 지지를 전파하고 있다.
시리아 현지에서 활동하는 인도네시아인도 많다. 자카르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분쟁정책연구소(IPAC)’에 따르면, 지난 8월 초에는 인도네시아 출신 이슬람 급진 세력들이 말레이시아인들과 합세해 시리아에 ‘IS 말레이 부대’라는 소규모 사이버 부대를 만들었다. IS 말레이 부대의 임무는 사이버 공간에서 신규 전투요원 등을 모집하는 것이다. ‘외국인 대원’들은 주로 이런 경로를 통해 IS로 합류한다.
현재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인도네시아 출신 IS 대원은 1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3명은 전사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IS 지하드’에 참전하기 위해 이라크·시리아를 방문한 뒤 귀국한 자국민들이 국내에서 테러 활동을 벌이거나 IS 사상을 전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29일, 방글라데시 경찰은 영국인 사미움 라만(24)을 IS 무장대원 모집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IS 말레이 부대’의 사이버 광고(전사 모집)를 통해 연결된 젊은이들과 접촉 중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IS의 지휘를 받는 테러가 실제로 일어날 뻔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19명이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의 칼스버그 맥주공장을 폭파하려 한 것이다. 이들은 IS에 충성 맹세를 한 뒤 이라크나 시리아로 향할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자국 정부를 겨냥한 테러를 준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들 중 7명을 체포하고 나머지 대원을 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와 이라크 등 중동에는 중국인 IS 대원들이 1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출신으로, 극단주의 사상에 세뇌된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올 경우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TIM은 위구르 독립운동 세력의 한 분파다. 최근 중국 내 위구르인들이 주도한 잇따른 테러 사건의 배후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IS 반군 2만∼3만1500명 가운데 서방국가 출신 외국인 대원이 모두 1만5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군 사령관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아태 지역에서도 약 1000명이 무장단체 가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필리핀 당국도 자국은 물론 타이·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에서 IS의 성전에 가담할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단체들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인 출신 IS 대원이 있는지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한국과 가까운 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이미 IS라는 폭풍의 영향권 내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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