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8일 수요일

사랑, 실체를 갖게 되면서...



  '사랑'이란 건 실체가 없는 것이지만 사랑하는 대상과 사랑의 추억들은 현실과 실체를 가진다. 우리는 이유 없이 첫사랑의 '통통한 손목'이나 '쪼글쪼글한 팔꿈치'를 보며 설렜던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람을 '꾀어내' 다른 곳도 아닌 '단대 호수'를 걷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사랑이 지난 뒤에도 아름다운 항구도시의 '밤바다'를 보면서 그 바다의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는 사랑에 실체가 있고 사랑을 나누었던 여수라는 살아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비로소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꽃을 찾아 다녔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인의 손목을 잡고 꽃비가 내리는 거리를 걷고 싶었고, 어색하지만 그 연인을 '그대'라고 부르고 싶었던 것, 그리고 그와 함께 가고 싶었던 물리적인 공간이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런 사랑의 감정은 .. 극단적인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랑보다 느슨하지만 훨씬 현실에 구체적으로 근거한다.


중앙일보 S 매거진
이윤정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의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 새삼 일깨우다: 버스커 버스커가 인기 있는 이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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