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생 대표' 권은진씨 "아무것도 없었기에 무엇이든 얻을 수 있었다"

2009년 자유전공학부 첫 개설, 사교육없이 장학생 합격 화제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아무 것도 없었기에 무엇이든 얻을 수 있었다는 깨달음을 새기고 나아가겠다."
28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제68회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자로 나선 권은진(24·여·자유전공학부)씨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날 학사모를 쓰고 연단에 오른 권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용기를 내 남몰래 묻어둔 얘기를 고백하려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소위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이미 주어진 것이 많았다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팍팍한 현실을 견디며 자랐다"고 말했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언급하면서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권씨는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고 참고서 하나를 사기가 망설여져 동네 서점 앞을 몇 시간 동안이나 서성인 적도 있다"며 "그럴 때면 주머니 속 작고 여린 손을 수없이 움켜쥐었던 것 같다"고 수험생 시절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가난했던 저에게 서울대학교는 풍요로운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 줄 든든한 희망의 다섯 글자였지만 입학 당시 서울대에 오기만 하면 다시는 마주치리라 생각지 않았던 아득한 막막함과 재회했다"고 토로했다.
권씨가 입학한 자유전공학부는 당시 개설 첫해였다. 권씨에 따르면 "제대로 된 나무 팻말 하나 갖추지 못했고 책상 몇 개가 놓인 간이행정실이 전부인 곳"이었다.
그러나 권씨는 "수험생 시절처럼 역시 아무 것도 주어진 것이 없었던 자유전공학부에서 저는 아주 놀랍게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무 것도 없으니 이제 무엇이든 해 보라"는 교수님들의 가르침, "아무 것도 없으니 무엇이든 하면 우리가 최초"라며 자극을 주는 친구들의 응원 속에서 권씨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학생설계전공제도'를 십분 활용해 '인문소통학'이라는 자신만의 전공을 설계했다.
'학생설계전공제도'란 자유전공학부에서 학생 스스로 2개 이상의 학문을 융합한 교과 과정을 구성해 전공으로 이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다양한 인턴활동과 500시간 봉사활동을 거치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의미 있는 경험을 쌓았다고 밝혔다.
권씨는 "학교는 제가 그저 서울대생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쉽게 무언가를 약속해 주지는 않았지만 방황하고 좌절하는 매 순간 놀랄 만큼 많은 기회를 던져줬다"며 "정해지고 약속된 것이 없었기에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함께 졸업하는 이들에게 "또다시 주어진 것 하나 없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만 정답 없는 세상에서 방향을 잃고 헤맬 때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좌절의 순간은 무엇이든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점을 기억해 보자"고 당부했다.
권씨는 2009년 입학 당시에도 사교육 없이 서울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한 사연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입학 후에는 '공부의 왕도'라는 교육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험생들에게 공부비법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교외활동을 하고 지난해에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권씨는 졸업 뒤 구글에 입사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생각공방'이라는 이름의 인문학 공간을 만들겠다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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