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내영]홍콩 민주화 시위의 파장과 중국의 딜레마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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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7 03:00:00 수정 2014-10-17 08:36:54
美-英 정부, 지지 표명… 중국내 반체제 세력들도 동조민주화 시위 국내외 파장 확산… 홍콩과 닮은꼴 대만에도 ‘불똥’
兩岸관계 설정 싸고 국론 양분… 민주화 허용땐 국내문제 악영향
무력진압땐 국가이미지 큰 타격… 中정부 톈안먼사태후 최대 위기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20일째로 접어들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형국이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정치적 파장도 확산되고 있다.먼저 민주화 시위가 민주화 세력과 친(親)중국 세력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친중 단체들의 반대 시위가 조직화되면서 민주화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 홍콩 시위가 중국 본토의 민주화 문제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 반체제 세력들이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중국 당국이 지난 2주 사이 40여 명을 구금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더욱이 홍콩 시위의 파장이 홍콩 내부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제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홍콩시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세계 각국의 40여 개 도시에서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홍콩의 선거는 국내 문제”라면서 “외부세력이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홍콩 시위의 국제적 파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나라가 필자가 체류하고 있는 대만이다. 대만 주요 언론들이 홍콩 시위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고, 정치권과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홍콩 시위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인들이 홍콩 시위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현재의 홍콩사태가 미래에 대만이 직면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만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생존이 달려 있는 핵심 사안이지만 대만사회는 중국과의 관계를 둘러싸고 극명하게 분열되어 있다.
현 국민당 정부에 의해 대만과 중국의 경제협력협정이 발효되면서 양안 간의 교류와 협력은 빠르게 진전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감은 오히려 증가해왔다. 대만인의 반중(反中) 정서가 표출된 사건이 대만 대학생들이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에 반대하면서 3월 18일부터 대만의 국회인 입법원을 20여 일간 점거한 ‘태양화 운동’이다. 태양화 운동으로 인해 국민당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중국과의 서비스협정 비준이 중단될 만큼 대만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홍콩 시위의 파장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딜레마는 시위를 신속히 해결할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국 정부로서는 티베트, 신장(新疆) 등의 소수 민족 독립운동과 중국 내 반체제 운동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부패 추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시진핑 주석이 홍콩의 민주화를 허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른 한편 중국은 무력 진압을 통해 홍콩 시위를 해결하는 것도 주저하고 있다. 홍콩 시위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무력 진압은 중국의 국가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홍콩 시위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처럼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이 직면한 최대의 정치 위기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ny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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