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재작가 샤오홍의 '황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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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살다 갔다'는 말은 상투적이지만 중국 작가 샤오홍(蕭紅)의 삶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찾기 어렵다.
31살에 숨을 거두기 전까지 천부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10년간 100여권의 작품을 남긴 여성 작가의 파란만장한 삶은 중국 영화인들이 탐내는 소재 중 하나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쉬안화 감독의 '황금시대' 또한 샤오홍의 일대기를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그린 대하드라마다.
영화는 흑백 화면 속 무표정한 한 여성(탕웨이)이 "내 이름은 샤오홍"이라고 밝히며 자신의 삶을 읊조리는 건조한 독백으로 시작한다.
"어서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거라"라며 자신을 귀애하던 할아버지와의 추억만을 간직한 채 1930년 스무 살이 되자마자 집을 뛰쳐나온 샤오홍은 헤이룽장성 하얼빈으로 향한다.
밀린 여관비를 내지 못해 여관 창고에 갇힌 채 글을 쓰던 샤오홍이 작가 샤오쥔과 사랑에 빠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밀린 여관비를 내지 못해 여관 창고에 갇힌 채 글을 쓰던 샤오홍이 작가 샤오쥔과 사랑에 빠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샤오홍은 아낌없이 사랑했던 이 시절을 원고지로 옮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가난과 굶주림을 샤오홍의 글처럼 처절하게 그린 작품은 없었다"는 극중 어느 작가의 이야기처럼 극빈에 가까운 시절이기도 했다.
영화는 겨드랑이 부분이 뜯겨 나간 외투와 말라버린 빵 한 덩이가 전부인 식사, 물컵 대용으로 쓰는 세숫대야 등을 통해 이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포착해 냈다.
형편은 다소 나아지지만 샤오홍의 재능에 반해 "내가 지금까지 알았던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다"고 고백했던 샤오쥔의 사랑은 그 재능에 대한 질투로 빛이 바랜다.
샤오쥔과 결국 헤어진 샤오홍은 다른 작가와 평범한 부부로 살 것을 약속하지만 괴로움과 외로움은 그의 삶을 계속 좀먹는다.
샤오홍의 독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루쉰을 비롯한 당대 주변 문인들의 회고와 샤오홍이 남긴 글을 더해 뜨겁고 짧았던 그 삶을 들려준다.
샤오홍의 독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루쉰을 비롯한 당대 주변 문인들의 회고와 샤오홍이 남긴 글을 더해 뜨겁고 짧았던 그 삶을 들려준다.
쉬안화 감독은 3일 기자회견에서 "주변인들이 각자 전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샤오홍뿐 아니라 역사를 대하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관객에게도 각자 다른 시각에서 샤오홍을 평가할 기회를 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극중 일본으로 홀로 유학을 떠난 샤오홍은 "자유롭고 편안하고 경제적 압박도 없는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시대일까. 새장 속에서 보내는…"이라고 읊조린다.
오히려 숱한 고난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글을 쓴 중국에서의 나날들이 고통스럽지만 위대했던 '황금시대'로 읽힌다.
"버틴 것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고 못 버틴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랐다"는 극중 샤오홍의 독백처럼 설령 끝내 버티지 못했더라도 분투했던 그 삶 자체만으로도 값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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