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문화마케팅의 허당과 허세

문화마케팅의 허당과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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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허당이 되어버린 개회식.
인천 아시안게임 이야기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아시안게임은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가장 좋은 대회다. 국가 차원의 문화마케팅이 펼쳐지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개폐회식은 한 국가의 문화적 역량이 총집결된 예술의 제전이다. 1988년의 굴렁쇠가 그랬고, 2002년의 디지털 퍼포먼스가 그랬다.
1. 독창성을 잃어버린 연출.
문화마케팅의 본질은 예술이고, 예술의 본질은 독창성이다. 창의성(Creativity)이 아니라 독창성(Originality)이다. 전혀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독창성은 없었다. 그저 한류콘서트를 스타디움으로 옮겼고, 철 지난 강남스타일을 강요했다. 아시아의 미래를 만나다가 주제였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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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혀 영화적이지 않았다.
이번 개회식의 총감독은 거장 임권택, 총연출은 영화감독 장진이었다.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적 상상력과 무대연출의 독창적 융합을 기대했다. 기대는 무너졌다. 변명거리는 많을 수 있다. 조직위원회와의 불협화음, 넉넉하지 못한 비용, 자존감 강한 분야별 전문가들과의 소통 등. 하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3. 폐회식마저 망칠 것인가?
2014년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개폐회식 공식 대행사가 선정된 건 2012년 12월이었다. 무려 1년 8개월의 준비기간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4시간의 개회식과 3시간 30분의 폐회식을 준비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개회식은 어차피 망쳤다. 이제 폐회식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폐회식 1부와 3부 행사도 한류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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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객 전문가는 있었는가?
대규모 문화마케팅에는 반드시 관객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대 전문가만 찾는다. 잘 만들면 분명히 관객들도 좋아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 잘못된 맹신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확률이 높은 이유는 수십 년간 관객의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다. 영화 한편도 그렇게 만드는데 하물며 국가적 문화마케팅이야.
5. 문화마케팅은 전문분야다.
2008년부터 광고연감에 문화마케팅 분야 필진을 맡고 있다. 1년간의 대한민국 문화마케팅을 분석하고 기록하는 자리다. 2013년 원고는 넘겼다. 2014년 원고는 내년에 쓴다. 이번 개막식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숱하게 태어나는 마케팅 중에서 왜 문화마케팅만이 꿋꿋하게 제 위치를 지키고 있는지를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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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셀럽의 잔치가 된 경쟁입찰.
국가적 행사의 개폐회식은 공정한 경쟁입찰을 통해 대행사를 선정한다. 나도 지난 15년간 몇 번의 컨소시엄에 포함되어 그 경쟁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참 심사의 본질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셉의 독창성보다 유명한 셀럽을 먼저 섭외한다. 심지어 셀럽이 PT 장소에 동행하기도 한다. 진짜다.
7. 폐회식까지 허세 부린다면.
개회식은 허세 부리다가 허당이 되었다. 폐회식은 결코 그렇지 않을 거라 믿는다. 폐회식은 10월 4일(토) 오후 6시부터 시작된다. 금요일에 열린 개회식보다 더 많은 관객이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총연출은 영화감독 출신이다. 끝까지 좋은 편집을 기대한다. 팝콘 사들고 지켜볼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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