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래 나이가 되면 병원가서 듣기 싫은 말 첫번째가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아닌가 싶다. '누가 스트레스 받기 좋아서 받나?' 이런 대답이 목끝까지 올라온다. 하긴 스트레스로 따지면 이 땅에 사는 어떤 세대, 어떤 성별, 어떤 직업의 국민인들 피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 공화국이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을까? 명확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회가 바뀌거나 내가 바뀌어야 한다. 박민선 박사의 신간 "스웨덴 사람들은 왜 피곤하지 않을까"에서 그 두가지 방법을 찾아 본다.
먼저 사회가 바뀔 방법. 스웨덴은 스트레스 덜 받기로 유명한 나라다. 먹을 게 풍부하고 경쟁이 적어서가 아니다. 사회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남과 의견이 충돌할 때 마음을 다치고 갈등을 느끼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 문제 해결을 시작하려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교육과 사회환경의 힘이다.
스웨덴은 또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는 나라다. 규제 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도 여태껏 실행하지 못하는 규제들이다. 세계에서 담배를 가장 비싸게 팔고, 술 판매를 국가가 관장하고, 심지어 술취한 손님에게 술을 팔지 못하게 의무화하고 있다. 스웨덴은 또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편법이나 불법을 고민할 필요도, 고민할 수도 없다.
저자는 이런 시스템을 '신뢰와 연대에 기반을 둔 국가제도'라고 이름 지었다. 국가가 국민 건강에 정말 필요한 제도를 강력하게 밀어 부치고, 스트레스 받지 않을 환경을 만들고, 또 세금을 걷어서 정당한 곳에 쓰는 것으로 국민이 나라 걱정을 안해도 되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이 나라 걱정을 안해도 될 환경!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두 번째는 내가 바뀌는 문제다. 이건 길게 소개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책은 세대, 직업, 성별, 건강상태의 조합마다 각자 자기에게 필요한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관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에 관심을 갖다 보니 이 얘기를 장황하게 언급했지만 정작 "스웨덴 사람들은 왜 피곤하지 않을까"의 본론은 맞춤형 개인 건강관리법이다.
건강수명을 늘이기 위해 피로를 잡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보면 내가 진짜 피로한 이유를 분석하고 직업과 나이에 따라 다른 피로의 종류와 해결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스웨덴인들의 스트레스 해결 노하우에서 뽑은 답들은 인상적이다. 자연을 고스란히 먹는다거나 몸속의 전쟁상황 스트레스를 잡기 같은 방법들이다. '스마트하지 못한 스마트기기와 이별하라'는 주문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가 스웨덴처럼 바뀌기도, 우리 개개인이 스웨덴인처럼 바뀌기도 어려운 이유가 적어도 100가지는 있다. 선거가 다가오고 경기가 지지부진하고, 북한에서 무인항공기가 날아오고, 또 아이가 고3이 되는 이 시점이다 보니 그 아쉬움은 더 하다. 하지만 이 무거운 스트레스 덩어리를 안고 살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덜려고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 건강이라는 산을 정복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동네 뒷산보다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목표로 하자는 차원에서 스웨덴식 건강관리법은 훌륭한 지향점이다.
* 박민선 박사는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건강수명과 항노화 전문가다. 스웨덴 스타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노하우를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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