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감독은 기침을 자주 했다. "영화 개봉할 때마다 감기에 걸려요." 그는 매번 감기에 걸렸고, 그의 영화는 항상 몸살을 앓았다. 방송사를 나와서 만든 첫 다큐멘터리인 '트루맛쇼'는 가처분 소송과 명예훼손, 업무방해죄 등으로 송사에 휘말렸고, 두 번째 작품인 'MB의 추억'은 영화제에서 공개될 때부터 수많은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했었다. TV의 맛집 프로그램, 대통령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선택한 대상은 '교회'다. 제목은 어릴 적 연말이면 TV에서 해주던 영화를 연상시키는 '쿼바디스'다. '트루맛쇼'와 'MB의 추억'을 만든 사람이 교회를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면, 그 작품이 앓고 있을 몸살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심하게 걱정을 해주는 것 같아요." 맛집 프로그램을 둘러싼 제작사와 방송사는 하나의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 정부인 대통령은 한 편의 영화를 놓고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너무 큰 존재다. (그냥 나머지가 알아서 기는 상황일 거다.) 하지만 종교라면, 그것도 한국의 기독교라면...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쿼바디스'는 이미 언론시사회를 할 때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시사회 대여를 신청한 극장에서 계속 확정을 미루고 있었어요. 언론 시사전에 전국 시사회를 할 때도 상영관을 열어준 곳이었는데 말이죠. 나중에 극장 관계자랑 통화를 했어요. 전국 시사회를 할 때부터 항의전화가 왔었다는 거예요. 특정 교회에서만 항의한 게 아니라, 여러 교회에서 전화를 걸어와서는 '교인들을 동원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는 거죠. 그래서 언론시사만 다른 데에서 해주면 안되겠냐고 하더군요. 교회가 무섭다는 건데, 그런 이유가 저한테는 설득력이 있었어요. 이해할 수 있었죠. 한편으로는 안타깝더라고요. 교회가 이렇게 두려운 존재가 됐구나 싶어서..."
한국 교회가 주는 두려움. 김재환 감독이 '쿼바디스'를 만들게 된 질문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교회는 어쩌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걸까. 왜 사람들은 지하철과 명동과 광화문 사거리, 그 외 수많은 거리에서 만나는 기독교인들을 무서워하는 걸까. 다시 말해 한국교회는 왜 사람들과 멀어졌는가. 김재환 감독은 '쿼바디스'가 "그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말했다. 그에게 기독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지켜온 종교였다. 먼저 그에게 지금도 교회를 다니냐고 물었다. 그는 "매주 교회에 나간다"고 답했다.
김재환 감독
- 지금 다니는 교회는 어떤 곳인가?
= 작은 교회다. 원래는 집 근처에 있던 온누리 교회를 다녔는데, 옮겼다.
- 이사를 해서 교회를 옮긴 건가?
= 그건 아니다. 원래 살던 곳에 지금도 살고 있다. '쿼바디스'를 준비할 때부터 교회를 떠나야 할 때가 됐구나 생각했다. 대형교회가 기독교 생태계에 주는 해악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대형교회의 편안함을 누리고 있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거 같았다.
-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기독교인에게 교회를 옮긴다는 게 매우 큰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이사를 해도 다시 예전에 살던 동네의 교회를 다니거나,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 잘 옮기지 않는다. 그리고 대형교회를 다니다가 작은 교회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대형교회는 목사님의 목회 방식이나 설교, 공동체적인 성격이 그나마 작은 교회보다 검증된 곳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기도 하고, 또 오래 알던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대형교회 목사님 중에는 여기를 다니다가 나중에는 다른 곳으로 떠나라고 하는 분들도 많다. 물론 실제로 떠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고 등을 떠밀어서 내보내지도 않는다.
- 온누리 교회도 대형교회다. '쿼바디스'의 문제의식에서 볼 때는 어떤 교회인가?
=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온누리 교회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교회에는 '순'이라고 하는 지역별 작은 모임이 있다. 여러 가정이 모여서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곳에서 먼저 이런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함께 기도해달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때는 온누리 교회도 초대형 건축을 준비 중이었다. 만약 교회가 정말 땅을 파고 공사에 들어가면, 나는 내가 조용기 목사에게 따져 묻듯이 우리 담임목사에게도 따져 물으려고 했었다. 내가 속한 교회의 목사님에게 먼저 표현하고 물을 수 있어야 다른 교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거다. 그런데 다행히 온누리 교회는 대형건축을 포기했다.
- 혹시 이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포기한 걸까?
= 아니다. 우리 모임 사람들만 알고 있었고, 다른 분들은 전혀 몰랐다. 온누리 교회는 장점도 많은 곳이다. 대형교회의 일반적인 문제점은 있지만, 그나마 사고를 덜치는 교회다. 하지만 교회의 대형화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온누리 교회가 건축에 들어갔다면 빼놓을 수 없었을 거란 거다. 만약 내가 질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왔다면 정말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질문을 던질 수 없다면,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질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 그런 맥락에서 보면 '트루맛쇼'를 만들던 상황과 비슷하다. 자신이 일하던 공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큐멘터리였으니까.
= 그렇다. 내가 다녔던 회사, 내가 친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먼저 질문을 던졌던 거였다. 그때도 내가 다녔던 MBC만 다룬 건 아니었다. 방송3사와 케이블까지 다 취재를 했었다. 나중에는 케이블 방송은 뺐고, 시장의 구조를 만드는 회사에 대해서만 문제제기를 했던 거다.
'쿼바디스'가 질문을 시작하는 좌표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21이다. '사랑의 교회'의 주소다. 주변의 상가와 오피스 건물을 압도할 정도로 위압적인 형태의 교회를 비추고 나면, 한국계 미국인이고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모어'(이종윤)란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국의 교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한국에 왔다는 그는 이름과 외모를 봤을 때, 딱 '화씨 911'과 '식코' 등을 연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을 패러디한 인물이다. 마이클 모어는 마이클 무어가 그랬듯이 여러 공간을 누비고, 여러 사람을 만난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했던 월드컵 경기장의 6.25전쟁 60주년 기념평화 기도회, '조용기 목사 퇴진을 위한 기자회견 현장'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다. 이어서 순복음 교회의 조용기 목사와 삼일교회의 전병욱 목사등에게 들이닥쳐 질문을 던진다.
'쿼바디스'의 한 장면
그가 찾는 대부분의 장소는 실제지만, 그가 만나는 목사들은 권병길과 안석환 등의 배우들이 연기했다. 마이클 모어의 여정을 따르는 사이, 김재환 감독의 카메라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해 목사들이 열었던 조찬 기도회, 일제에 타협하며 권력을 유지했던 시절의 한국 교회를 만나고, 법정으로 출두하는 실제의 조용기 목사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교회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동시에 해결책을 모색하는 그들 중에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트루맛쇼'는 일종의 함정을 판 다큐멘터리였다. 실제로 식당을 차려놓고, 맛집프로그램의 브로커와 제작진들이 미끼를 물게 해서 그들이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드는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쿼바디스'는 그에 비해 좀 더 많은 픽션이 가미된 다큐멘터리다. 일단 '마이클 모어'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감독 스스로 마이클 무어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건가?
= '트루맛쇼'와 '쿼바디스'는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트루맛쇼'가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실제 사람을 초청했다면, '쿼바디스'는 가상의 캐릭터가 실제 상황에 투입되는 형식이다. 마이클 무어는 만나주지도 않고, 취재할 수도 없는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진실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감독인데, '쿼바디스'의 상황도 그에 맞다고 본 거다. 실제 교회를 통해 목사님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어떤 교회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라고 했었다. 거짓말이라도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목사님인데... 쉽게 만날 수가 없다는 게 얼마나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가. 대기업 회장님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2010년 6월 21일,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참석한 한국전쟁60년 평화기도회
- 마이클 모어가 조지 부시가 참석했던 평화기도회 현장으로 들어간다. 그 이후의 연결이 흥미로웠다.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기도회가 벌어지는데, 그 아래에 있던 홈에버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통지를 받은 후 경찰과 대치했었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은 홈에버의 모기업인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이 다니는 사랑의 교회로 향한다. 그 연결에서 한국 교회의 이상한 지도가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 그 장소가 정말 중요했다. 월드컵 경기장은 열정과 열광의 장소다. 그 장소를 매개로 교회의 두 가지 모습이 보였던 거다. 한 쪽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나님께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눈물로 호소했다. 그런데 그 아래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기독교 기업의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는 잔인한 일을 당했다. 만약 거기에 예수님이 오신다고 하면 어디를 가실까. 경기장의 스탠드에 앉아 황당한 표정을 짓는 동시에 노동자에게 가서 눈물을 닦아주시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교회는 파업 같은 노동문제에 대해 언제나 사측과 자본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교회가 사회와 만나는 방식은 약한 자를 핍박하는 건데, 이건 반 예수적인 방식인 거다. 홈에버의 노동자들이 결국에는 사랑의 교회를 찾았다. 어디서도 자기들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까, 교회에 매달린 건데, 결국 교회에서도 그들을 내쫓았다. 그런 연결을 통해 교회와 세상이 얼마나 따로 놀고 있는지, 예수의 삶과도 얼마나 따로 놀고 있는지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
- '쿼바디스'가 한국 교회의 지도를 그리는 방식 중 또 하나는 '드론'을 이용한 공중촬영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의 교회를 시작으로 순복음교회를 포함해 정말 많은 교회의 모습을 공중에서 담아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랑의 교회는 정말 스펙터클하게 보였다. 무섭게 느껴지는 스펙터클이랄까.
=
청어람 아카데미의 양희송 대표라는 분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운동가이신데, 그분이 그 장면을 보고 고맙다고 하시더라. 교회는 크고 위압적이지 않나. 그 앞에 서면 올려다 봐야한다. 사람은 초라한 자리에 있는 거다. 두들겨도 답이 없을 것 같고. 그런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니까, 교회의 그런 욕망마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가 느껴졌다고 하시더라. 또 다른 시각으로 교회의 문제를 볼 수 있었다는 건데, 그런 감상이 나한테도 감사했다.
- 영화 속에서는 많은 사람이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 기독교인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건가?
= 기독교 밖에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국 교회 안에서도 지적인 움직임이 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분도 많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가 밖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았고, 교회 안에서는 묻히곤 했다. 그러니 기독교 밖의 사람들은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취급하는 거다. 교회 밖에서 왜곡돼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철저히 피하려고 했다. 왜곡된 모습을 놓고 왜 왜곡됐냐고 하는 건 소용없으니까. 본질은 이건데, 지금은 그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조용기 목사
= 그렇게 본 게 맞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예수 믿는 사람 맞습니까?"란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 그것도 고민을 많이 해서 나온 한 줄이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그 상황을 보니까 비통함이 있더라. 그렇게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진 건, 조용기 목사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기독교인들에게 묻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예수님의 삶대로 살아가고 있냐고... 그때 내 감정이 정말 그랬다.
- 여러 목사 캐릭터 중에 삼일교회에서 성추문을 일으킨 전병욱 목사(기사 참조)를 묘사하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일단 배우가 재연을 하지만, 너무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와서 '진짜 만난 거 아닌가?' 싶었다. (웃음) 그리고 성추행을 당한 여성신도들이 전병욱 목사에게 그가 쓴 책의 구절들을 읽어준다. 성추행 물의를 일으킨 종교인이 썼다고 볼 수 없는 내용의 구절이다. 다른 목사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식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 실제 내가 읽었던 전병욱 목사의 책에서 발췌한 거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집을 뒤졌는데, 전병욱 목사의 책이 4권이나 나왔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읽을만했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충격이더라. 책이란 무엇인가 싶었다. 책을 읽는다는 게 뭔가. 이걸 읽는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나... (웃음)
전병욱 목사는 신학적인 고민이 많이 포함된 인물이다. 특히 회개와 용서라는 부분에서. 영화 '밀양'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인데, 올바른 회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란 문제다. 전병욱 목사에게 목사라는 자리는 오직 하나님에게만 비판받는 영적 특권층의 라이센스다. 하나님께 직통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으니, 윤리적인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한 회개는 이미 중세 성직주의에서 프로테스탄트로 박차고 나오면서 반성한 것인데, 지금에 와서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거다.
사실 전병욱 목사와 관련된 사항을 더 다루고 싶었다.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이 정말 심각한 이유는 당시 삼일교회의 당회에 있었다. 거기서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고 피해자에게 소송으로 대응을 하려 했으니까. 교회가 얼마나 이익 집단화되어 있는지, 또 얼마나 자기 방어적인 단체로 떨어질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교회가 성장을 우선으로 내걸고, 그래서 목사에게 과도한 권위를 부여하고, 이게 옳으냐 그른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 버린 거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더 밀고 가면 역시 전체 교회를 다루는 균형이 깨질 것 같았다.
'쿼바디스'가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을 통해 드러내는 건,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다. 죄를 저질러도 혼자 회개하고 용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교회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사탄의 목소리로 치부한다. 교회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곳에는 가지 않고, 교회 내부에서 하는 이야기는 묻어버린다. 한국 교회가 사회 안에서 그들만의 거대한 섬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미 섬이 된 그들을 그냥 섬으로 놔두면 안 되는 걸까? 김재환 감독은 한국 교회의 문제를 특정 교회의 문제로만 비추지 않기 위해 전체 교회를 향한 이야기로 '쿼바디스'를 확장시켰다고 했다. 어쩌면 그래서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쿼바디스'를 본다면, 교회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기독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냐고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쿼바디스'가 던지는 질문은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문제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신도시 상가 건물을 뒤덮는 수많은 교회의 간판들, 그 작은 교회의 생존방식,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는 대형교회의 프랜차이즈 확장. 결국 경매에 넘어가버린 쓰러진 교회들. 마지막에 이르러 '쿼바디스'가 조망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은 단지 교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청어람 아카데미의 양희송 대표는 신학대학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강연을 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신학대학 학생들이 졸업 후에 목사가 될 수 있나 없나란 문제는 청년실업문제와 맞닿아 있어요. 그 중에서도 운이 좋아서 어렵사리 부목사 자리를 얻을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비정규직 문제와 연결돼 있죠. 그리고 결국 그런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상황은 곧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과 똑같아요."
- 양희송 대표의 강연은 '쿼바디스'의 질문을 한국 사회 전체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포인트다. 비신자인 입장에서도 그 부분에서만큼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그 해석은 정말 놀라운 통찰이다. 한국 사회의 모순이 한국 교회의 모순 속에 그대로 있는 거다. 빠른 성장에 대한 욕망, 그로 인한 건설의 열기, 또 권력에 대한 충성. 심지어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면서 드러나는 문제들도 한국 교회 안에 있으니까. 신도시 건설과 함께 세워진 교회 건물들이 결국 경매에 나오고 있다는 것도 한국 사회 전체가 겪는 상황과 똑같다. 도시개발, 부동산, 성장, 그로 인한 타락. 모든 키워드가 맞물려 있다.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의 교회의 건축과 관련해 열린 세미나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때 CBS의 권혁률 기자가 발제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현재 개신교 전체에서 교회 건축 때문에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돈이 약 10조원이라고. 충격을 받았다. 대출금이 10조라면 전체 총액은 더 많다는 이야기니까.
- 엄청나다.
= '트루맛쇼'에서 리베이트 문화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사실 리베이트, 뇌물 비리가 제일 심각한 건 건설업이지 않나. 건물 하나가 올라갈 때마다 리베이트 축제가 벌어진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교회 건축에서는 어떨까 싶은 거다. 혹시 교회가 대형 건축을 통해 스스로를 유혹에 빠뜨려서 유혹 참기 훈련을 하는 건지. 교회를 올린다고 해도 어쨌든 그런 리베이트의 유혹이 상당히 많을 테니까.
지하 8층~지상 8층, 지하 8층~지상 14층 2개동으로 건설된 사랑의 교회 예배당
- '쿼바디스'를 만들면서, 교회와 관련된 건축비리도 취재했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취재를 했는데, 제대로 담고자 한다면 따로 1편을 만들어야 할 거다. 직접 교회를 사고파는 일에 참여를 해볼까 생각도 했다. 실제 그런 사이트가 있다. 부동산 매물 사고 파는 거랑 똑같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중에 신학공부를 한 분들도 있더라. 역세권이 어떻고, 주변에 어떤 게 들어설 거고,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고 이런 정보가 다 나와있다. 물론 교회를 운영하려면 그런 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찾는 정보라는 게 부동산 투자 정보랑 다를 게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영화에서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정확하다. "교회문제의 모든 배후에는 돈이 있다"는 거다.
- 모든 배경에 돈이 있다는 건, '트루맛쇼'나 'MB의 추억'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쿼바디스'에도 장로 대통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맥락에서 보면 '쿼바디스'는 'MB의 추억'을 포괄하는 작품인 것 같다.
= 장로 대통령은 기독교 성공학의 결정판이었다. 기독교적 언어로 표현된 욕망의 문제다.
- 다음 작품도 같은 맥락에서 준비 중인가?
= 아직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와 관련된 것이고, 물론 돈과 얽혀 있다. 준비를 더 많이 해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2014년은 어느 때보다 종교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해였다. 일단 교황이 왔으니까. '쿼바디스'란 다큐멘터리를 찍은 감독으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교황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을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 부러워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금까지 보여준 건, 언제나 약하고 낮은 데 있는 사람에게 향하는 행동이다.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돈보다 생명이라는 걸 행동으로 깔끔하게 보여주는 거다. 개신교를 포함해 가톨릭이나 불교 등 여러 종교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열광한 것 같다. 종교인으로서는 당연한 거지만, 신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교황에 빗대서 한국 개신교의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분명한 건, 카톨릭에는 개신교와 다른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거다. 중앙집권적인 형태이고, 그래서 교황이 마피아를 파문하듯 깔끔하게 정리를 할 수 있는 구조니까. 개신교에서 그런 위로 부터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개혁을 한다면 아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혁을 원하는 에너지, 분노... 혹은 정의로움과 사랑에 대한 열정, 예수님을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 평신도들을 통해서 표현되어야만 개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쿼바디스'가 보여주려는 것도 같은 거다. 표현하라고. 누군가라도 표현하면, 뭔가가 꿈틀거릴 수 있다고. 한국 교회는 악순환의 상황에 놓여있다. 교회에서는 언제나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런 순종적인 모습에 대해 믿음이 강하다고 칭찬했었다. 그래서 지금 기독교인들에게는 표현을 하는 훈련이 안 돼 있다. 그런데 표현하지 않는 건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게 아니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하는 게 예수님을 닮는 길이다. 에너지가 분출하고 폭발하는 방식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쿼바디스'는 지난 12월 10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