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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오마이뉴스] 장례식 없이 화장터로 직행... "죽는 날까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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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학준씨는 머리 맡에 자신의 영정 사진을 두고 잔다. 돈이 없어 틀지 못한다는 보일러 때문에 방에서는 입김이 나온다. 두터운 점퍼를 입고 이중으로 깔아 놓은 이불 아래 전기장판을 의지하고 잠을 이룬다고 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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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학준씨의 집을 가기 위해선 차도 오르기 힘든 언덕길 100여미터를 올라야 한다. 그런 뒤 골목길 계단을 다시 또 올라 맨 꼭대기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이다. 그 길을 다니며 폐지를 모아 생활 했었다.
ⓒ 이희훈

[기사 수정 : 19일 오후 5시 57분]

서울지하철 6호선 창신역 1번 출구에서 20여 미터를 걸어 내려가면 아파트 단지가 하나 나온다. 이곳 뒤편에는 버스도 다니지 않는 가파른 언덕길이 있다. 승용차 한 대가 요란한 바퀴 소리를 내며 언덕을 오르다 포기하고 되돌아간다. 그 모습을 지나 100여 미터 올랐다. 거기서 다시 왼편으로 꺾어 20여 미터 걸었다. 그리고 계단 50여 개를 오르면 함학준(85)씨 집이다.

함씨는 달동네로 불리는 종로구 창신동에서 혼자 산다. 보증금 170만 원에 월세 10만 원짜리 단칸방이다. 지난 6일 오전에 찾은 그의 집은 하얗게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다. 검은 폴라티에 초록색 패딩점퍼까지 입은 함씨는 전기장판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3평 남짓한 방 안에 가구라고는 검은색 철제 행거와 좌식 화장대뿐이다. 티비를 대신할 요량으로 사온 5만 원짜리 구식 네비게이션을 켰을 때만 '말소리'를 듣는다.

독거노인의 이중고 '외로움과 장례식'... 대학병원에 시신 기증 신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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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학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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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 5만 원 주고 산 차량용 네비게이션을 비닐봉투에서 꺼낸다. 방안 구석구석을 여행 떠날 사람처럼 잘 정리해둔 함씨는 방안의 적적함을 네비게이션에서 나오는 티비로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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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1995년부터 혼자였다. 아내와 자식이 둘 있었지만 사업 실패로 도망치듯 집을 나온 후로 만나지 못했다. 여동생과 형도 어릴 적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 뿔뿔이 흩어져 연락이 끊겼다.

가족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은 건 2년 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때다. 지역 사회복지사가 그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부양 의사를 물었다. 딸은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 일로 '가족관계 단절'이 증명된 함씨는 더 이상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며 폐지를 줍지 않아도 됐다. 

20년 넘게 혼자 산 함씨에게 외로움은, 괴롭지만 익숙하다.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장례'다. 홀로 숨을 거두는 건 두렵다. 시신을 수습해줄 사람이 없다는 건 더 큰 괴로움이다. 사회복지관과 경찰서에서 받은 영정사진이 3개나 있지만 쓸모없는 물건이다. 영정사진을 들어줄 가족이 없는 그는 4년 전 한 대학병원에 시신 기증을 신청했다.

인근 쪽방에 사는 최아무개(74)씨도 마찬가지다. 그도 장례 걱정에 시신기증을 신청했다. 형의 퇴직금을 빌려 사업을 벌였다가 외환위기 때 무일푼이 된 그는 "의대 학생들이 학술 용도로 시신을 활용한 뒤 장례까지 치러준다고 해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얼굴 볼 면목이 없는 형의 가족에게 장례까지 떠넘겨야 하는 부담을 덜었다.

홀로 사는 노인이 사망하면 관할 지자체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사법)과 보건복지부의 '무연고 시체 등의 처리 매뉴얼'에 따라 연고자를 찾아 통보한다. 연고자가 없거나 가족들이 사체 인수를 포기하면 지자체가 대신 주검을 수습 하는데, 별도의 장례식 없이 화장터로 직행하는 게 보통이다. 이를 '직장(直葬)'이라고 부른다. 마지막 가는 길마저 혼자인 것이다.

리무진 사이 낡은 스타렉스... 75세 탈북자의 '마지막 길'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1층 입구. 오후 1시에 화장로로 들어갈 시신을 태운 검은색 리무진이 줄서있다. 장례를 마친 시신은 이 입구에서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30여 미터 앞에 있는 화장로로 향한다. 영정사진과 위패를 안은 유가족이 앞장서고, 그 뒤를 수십 명의 조문객이 황망한 얼굴로 따랐다.

리무진 몇 대가 지나간 뒤 낡은 검은색 구형 스타렉스가 들어왔다. 지난 11월 27일 자택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이덕평(75)씨의 시신이 나올 차례였다. 탈북자인 그는 1960년 12월에 남한으로 온 뒤 쭉 혼자였다. 관할 구청인 서대문구가 연고자를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13일 만에 병원 영안실에서 나온 그의 주검은 서울시가 위탁한 화장대행업체의 차에 실려 화장장까지 왔다. 화장로로 향할 때 오열하거나 흐느끼는 소리는 없었다. 다행히도 서대문구 마을장례지원단 '두레'가 그의 마지막 길을 동행했다. 서대문구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관내 사회복지단체, 병원 등과 협력해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마을 장례를 치르고 있다. 홀로 화장터로 직행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지역사회가 상주를 자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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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이덕평(75)씨의 마지막 길 지난 11월 27일 서대문구 자택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이덕평씨. 1960년 남한으로 와 쭉 홀로 산 그의 마지막 길을 서대문구 마을장례지원단 두레가 함께했다. 그의 시신이 화장로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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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함 옥색 플라스틱 유골함에 담긴 무연고 사망자 이덕평씨의 유골. 투명 스카치 테이프로 봉인된 유골함은 다시 낡은 구형 스타렉스에 실려 20분 거리에 있는 파주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으로 향했다.
ⓒ 손지은

23개 화장로 중 13번 화장로로 들어간 그는 약 1시간 10분 뒤 옥색 플라스틱 유골함에 담겨 나왔다. 유골함에 손을 대자 온기가 느껴졌다. 화장대행업체 직원이 투명 스카치 테이프로 유골함을 봉했고, 다시 구형 스타렉스에 실린 그는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파주시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으로 떠났다.

표지판 하나 없이 비탈길에 덩그러니... 무연고 추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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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연고 추모의 집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이 안치되는 파주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 일반 봉안당과 달리 이곳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하나도 없다. 다른 묘역으로 향하는 비탈길 진입로 오른편에 덩그라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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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유골이 안치된 무연고 추모의 집은 수 만 명이 잠든 서울 시립 용미리 제1묘지의 한 구석에 있다. 높이가 낮은 산에 다양한 종류의 매장·납골 시설을 차려놓은 이곳엔 주말마다 조문을 위한 차량행렬이 이어진다. 워낙 대지가 넓은 탓에 표지판 없이는 찾아가기 힘들다. '왕릉/벽식 추모의 집 500m'와 같은 알림이 자주 눈에 띄지만, 그 어디에도 '무연고 추모의 집'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없었다.

무연고 추모의 집은 제1묘지 100구역으로 향하는 비탈길 진입로 오른쪽에 있다. 화단과 조경나무로 치장된 다른 봉안시설과 달리 이곳은 아담한 회색빛 화강암 건물 한 채가 전부다. 얼핏 보면 창고로 오해할 만한 건물에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 2900여 위가 안치돼 있다.

안은 관공서 서류창고 같았다. 도서관처럼 철제 선반이 나열돼 있었고, 선반 위에 같은 크기의 유골함이 우유팩처럼 쌓여있었다. 이씨는 29열 선반의 맨 윗줄 11번째 칸에 놓였다. 장사법에 따라 그는 이곳에서 10년 동안 보관된 뒤에, 아무도 찾아가지 않으면 다른 유골과 합동으로 매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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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묘식 봉안당 내부 경기도 파주시 서울 시립 용미리 추모공원에 있는 분묘식 봉안당의 내부 모습. 무연고 추모의 집과 달리 영정사진이 꽃으로 치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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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연고 추모의 집 내부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이 안치되는 이곳은 여느 봉안당과 다른 모습이었다. 철제 선반이 도서관처럼 나열돼 있었고, 선반 위에 유골함이 우유팩 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함은 '장사법'에 따라 이곳에서 10년 동안 보관된 뒤, 찾아가는 사람이 없으면 다른 유골함과 함께 매장된다.
ⓒ 손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8월에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는 총 2279명이다. 2011년 682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에는 719명, 2013년에는 878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김 위원장은 자료집에서 "1인 가구 수 증가와 경기침체로 사회관계망이 해체되는 등의 각종 사회 현상이 맞물리면서 고독사 하는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마을 장례' 확대

지난 11월 20일 서울 종로구청에서는, 민관이 협력해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러주는 '따뜻한 동행'이라는 단체가 발족식을 했다. 종로구,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 나눔과나눔, 서울적십자병원장례식장, 법무법인 충무, 종로구자원봉사단체협의회 등이 더 이상 무연고 사망자가 장례식도 없이 화장터로 직행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이 단체를 만들었다.

시작은 주민이었다. 종로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과 함께 지역 무연고자의 품위있는 죽음을 도와왔다. 이들은 '품앗이 마을장례단'을 꾸리고 독거노인에게 '엔딩노트'를 나눠주고, 그들의 생애 구술사를 기록했다. 엔딩노트는 유언이나 유품처리, 장례 방식 등을 미리 써두는 공책이다. 지난 10월에는 주민들이 나서서 고시원에서 홀로 죽은 염아무개(72)씨의 장례를 치렀다.

'따뜻한 동행'은 민관이 손을 잡고 이같은 활동을 체계화한 것이다. 이들은 이번 발족식을 준비하면서 관내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 17명을 장례 지원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이 사망하면  마을 주민들이 상주가 되어 빈소부터 장지까지 동행할 예정이다.

창신동 달동네에 거주하는 함학준씨와 인근 쪽방에 거주하는 최아무개씨도 그 대상이 되었다. 사후를 돌봐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에 두 노인은 시신 기증을 취소하기로 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해 5월부터 무연고자의 장례를 치러왔다. 이덕평씨의 마지막을 배웅한 마을장례지원단 '두레'가 그것이다. 서대문구도 종로구와 마찬가지로 민관이 협력해 무연고자의 시신이 화장되기 전에 애도의 시간을 갖고 그의 명복을 빈다. 지난해 5월 우즈베기스탄에서 온 고려인 치엔(57)의 장례식이 그 시작이었다.

종로구 '따뜻한 동행'에서 활동하는 장례지원 단체 '나눔과 나눔'의 박진옥 사무국장은 "죽음조차 차별받는 현실에서 마을장례는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간에게 천부인권이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국장은 이러한 '사후 복지'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죽음 이후까지 걱정해야 하는 사회가 됐다"며 "공동체가 마을 장례로 이런 불안을 해소해 준다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핑턴포스트] 복지국가는 어떻게 가능해지나

양재진 Headshot

복지국가는 어떻게 가능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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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DEN FAMILY
유모토 켄지, 사토 요시히로 『스웨덴 패러독스』, 김영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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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자타가 공인하는 복지국가의 모델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스웨덴과 실제는 다르다. 스웨덴은 우리나라보다도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다. 글로벌 금융위기시, 자국의 간판 자동차 기업인 볼보가 중국에 팔려갈 상황이 되어도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는 나라, 미국, 독일, 한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시행한 자동차 구매 보조금 정책 또한 받아들이지 않은 나라가 스웨덴이다. 역진적인 부가가치세율이 무려 25%나 되면서,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나라, 그리고 법에 의해 당해연도 재정적자는 다음 2년 안에 흑자로 매워야 하는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이 책은 20여년에 걸쳐 일본의 경제동향과 정부의 정책운영을 지켜본 경제학자 유모또 켄지(湯元健治)와 스웨덴에서 10년 가까이 생활하며 스웨덴이라는 국가를 연구한 사또오 요시히로(佐藤吉宗)가 함께 썼다. 저자들은 1990년대에 리모델링에 성공한 오늘날의 스웨덴을 해부해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위기에서 새로운 복지로 나아간 스웨덴
사실 우리가 막연히 그리고 있는 복지국가 스웨덴은 리모델링 전 과거의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1990년대초, 우리의 1997년 IMF경제위기보다도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1990년부터 93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1994년 재정적자는 GDP 대비 15%에 달했다. 세계 3위에 달했던 1인당 GDP는 16위까지 밀려났고, 스웨덴 복지모델에 대한 사망선고가 잇따랐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스웨덴은 대대적인 국가개조에 나섰고 그 결과를 저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의 저력은 이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빛이 났다. 경제성장률이 2009년 마이너스 5%로 급락했으나 2010년 6.6%의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에 성공한 이후 이를 이어가고 있다. 실업률도 7~8%대로 통제되고 있고 국가부채도 GDP 대비 38%로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2010년 세계경제포럼(WEF) 기준 국가경쟁력도 4위로, 언제나 상위에 랭크된다. 그렇다고 복지를 희생시킨 것도 아니다. 여전히 소득분배는 OECD에서 세번째로 잘 되어 있고(2010년 지니계수 기준), 평균수명이나 국민행복도 또한 최상위권이다.
혹자는 스웨덴의 1990년대초 개혁을 축소지향의 조세 및 복지 개혁으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이 대대적인 국가개조 과정에서, 핵심은 정책목표의 변화가 아닌 합리적 정책수단을 마련하는 것이었음에 저자들은 주목한다. 예컨대 1999년 스웨덴은 고령화사회에서 노인들의 소득보장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사회수당식 기초연금과 전통적인 공적연금을 과감히 폐지하였다. 대신에 명목확정기여방식(NDC: Notional Defined Contribution)이라는 새로운 소득비례연금제도를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만들어냈고, 이를 보충급여방식의 기초보장연금(guarantee pension)과 짝을 이루어 도입하였다. 이 연금개혁을 통해 동일한 비용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기초보장을 이루고, 중산층의 노후를 책임지게 될 소득비례연금은 '천년만년' 지속가능하게 되었으며, 중고령자의 근로를 최대한 유인하게 되었다. 초고령사회에 가장 최적화된 노후소득보장체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방안
이 책은 이밖에도 복지논쟁이 한창인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보육을 보자. 스웨덴에서도 0세는 공보육의 대상이 아니다.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는 어린이집이 아닌 부모의 품에서 자랄 수 있게 육아휴직을 활용하도록 정책설계를 하였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을 주어 양육비용을 보조하는 것은 물론, 종전 월급의 77%가량을 보전해주는 유급휴가를 최장 16개월까지 보장한다. 유급휴가가 여성고용을 위축시킬 것을 우려해 유급휴가 비용은 해당 고용주 부담이 아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근로자를 고용하면 고용주는 부모보험(parental insurance)에 보험료를 납부한다. 건강보험이 돈을 모아두었다가 아픈 사람에게 소득을 이전시키는 것처럼, 부모보험은 돈을 모아두었다가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소득을 이전해주는 것이다. 여성을 고용했다고 특별히 노동비용이 더 드는 게 아닌 것이다. 육아를 위해 유급휴가로 떠나면, 회사는 인건비가 남게 되니 부담 없이 대체고용을 한다. 대체고용은 1년 정도로 기간은 짧지만 실업자에게 새로운 일자리이자 정규직 일자리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아이가 2~3살이 되면 우리처럼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워킹맘 우선이다. 우리와 달리 전업주부는 하루에 네시간만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근로자 우선이라는 철학이 복지제도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은 어떤가? 시민의 삶을 가까이서 보살펴야 하는 사회서비스는 지방정부가 재정주권을 갖고 담당하고 있다. 우리의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란드스팅(landsting)이 10.8% 정률의 지방소득세를 모든 소득자에게 부과하여 의료보장을 책임진다. 초·중등교육과 보육 그리고 요양서비스는 코뮨(Kommun)이라고 불리는 기초자치단체가 책임지는데, 그 비용은 20.7%의 지방소득세를 모든 소득자에게 정률로 부과해 충당한다. 중앙정부는 사회보험을 통해 연금, 실업급여, 질병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보살핌이 필요 없는 현금이전성 정책을 책임진다.
복지비용은 위에서 언급한 지방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통해 대부분 충당된다. 그러나 기초보장연금, 사회부조, 고등교육 등에 필요한 재원은 중앙정부가 세율 25%의 부가세와 22% 정률의 법인세, 그리고 소득 최상위자 10%에게 부과하는 세율 20%의 소득세와 바로 아래 상위 10%에게 부과하는 10%의 소득세로 마련한다. 물론 이 중앙정부의 세수입은 일반행정과 경제개발 그리고 국방비 등에도 사용된다. 보다시피 대부분 누진세이기보다는 정률의 단일세이다. 세제가 복잡하고 누진율이 심하면 경제활동에 왜곡을 가져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소득자들도 25%의 부가세를 부자들과 똑같이 소비하면서 부담해야 함은 물론, 최소한 31.5%에 달하는 지방소득세를 내야 한다. 소득 상위 20%만 추가로 소득세를 낼 뿐 나머지 세금은 누구에게나 같은 비율로 적용된다.
이제 제대로 알고 논의할 때
어찌 보면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것 같지만, 이러한 보편증세 때문에 중산층과 부자들의 조세저항이 크지 않다. 가난한 사람도 형평껏 세금을 다 내는데, 어찌 동률인 세금을 못 내겠다고 저항할 수 있겠는가? 세율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만, 실상 절대액은 큰 차이가 난다. 예컨대 연봉 1000만원인 소득자는 315만원을 소득세로 납부하고, 5000만원인 사람은 그 다섯배인 1575만원을 납부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률과세라는 마법 속에 고부담 복지가 지탱되는 이유이다.
국가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르다. 문화와 역사가 다르고, 물려받은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한국은 너무나 다른 세상이다. 그러나 스웨덴이 복지국가를 어떻게 가꾸고 이끌어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을 피상적으로 알고 무늬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동되는 원리를 함께 살피면 더 큰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스웨덴 패러독스』는 이러한 점에서 매우 알찬 정보로 가득찬 좋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머니투데이] 스웨덴 대학들, 한국 학생들에 '러브콜'

스웨덴 대학들, 한국 학생들에 '러브콜'

'스웨덴의 힘' 대학교육 경쟁력 해부 <下> 스웨덴 대학 입학 어떨까?

스웨덴 대학들, 한국 학생들에 '러브콜'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캠퍼스. /사진=조철희 기자
최근 스웨덴 대학들이 한국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아 입학설명회를 열며 학업 성취도가 좋고,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한국 학생들에게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스웨덴은 과거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무상교육을 제공했지만 지난 2011년부터 유럽연합(EU) 이외 국가의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등록금 규모가 연간 8만~14만 크로나(1200만원~2000만원) 정도로 적지 않아 이후 외국인 유학생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스웨덴 정부와 대학들은 여러 형태의 장학금을 제공하고, 외국인 학생들에게 학업 종료 후 6개월 동안 구직 기회를 주는 등 취업지원책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애쓰고 있다.

니클라스 트라나에우스 스웨디시인스티튜트 마케팅매니저는 "스웨덴 기업들은 외국인 채용에 제한이 없다"며 "앞으로 헬스케어 분야 등에서 외국인 인력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웨덴 대학들은 대부분의 학위 과정과 연구 프로그램이 가을학기부터 시작한다. 가을학기는 8월 말에서 1월 중순이며, 봄 학기는 1월에서 6월 말까지다. 스웨덴 대학 입학 지원 사이트(www.universityadmissions.se)에서 모든 스웨덴 대학의 학·석사 과정을 검색하고 지원할 수 있다.

2014년 10월 14일 화요일

[SBS 8 뉴스 김성준 앵커의 窓] 스웨덴 사람들은 왜 피곤하지 않을까

우리 또래 나이가 되면 병원가서 듣기 싫은 말 첫번째가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아닌가 싶다. '누가 스트레스 받기 좋아서 받나?' 이런 대답이 목끝까지 올라온다. 하긴 스트레스로 따지면 이 땅에 사는 어떤 세대, 어떤 성별, 어떤 직업의 국민인들 피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 공화국이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을까? 명확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회가 바뀌거나 내가 바뀌어야 한다. 박민선 박사의 신간 "스웨덴 사람들은 왜 피곤하지 않을까"에서 그 두가지 방법을 찾아 본다.
먼저 사회가 바뀔 방법. 스웨덴은 스트레스 덜 받기로 유명한 나라다. 먹을 게 풍부하고 경쟁이 적어서가 아니다. 사회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남과 의견이 충돌할 때 마음을 다치고 갈등을 느끼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 문제 해결을 시작하려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교육과 사회환경의 힘이다.
스웨덴은 또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는 나라다. 규제 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도 여태껏 실행하지 못하는 규제들이다. 세계에서 담배를 가장 비싸게 팔고, 술 판매를 국가가 관장하고, 심지어 술취한 손님에게 술을 팔지 못하게 의무화하고 있다. 스웨덴은 또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편법이나 불법을 고민할 필요도, 고민할 수도 없다.
저자는 이런 시스템을 '신뢰와 연대에 기반을 둔 국가제도'라고 이름 지었다. 국가가 국민 건강에 정말 필요한 제도를 강력하게 밀어 부치고, 스트레스 받지 않을 환경을 만들고, 또 세금을 걷어서 정당한 곳에 쓰는 것으로 국민이 나라 걱정을 안해도 되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이 나라 걱정을 안해도 될 환경!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두 번째는 내가 바뀌는 문제다. 이건 길게 소개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책은 세대, 직업, 성별, 건강상태의 조합마다 각자 자기에게 필요한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관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에 관심을 갖다 보니 이 얘기를 장황하게 언급했지만 정작 "스웨덴 사람들은 왜 피곤하지 않을까"의 본론은 맞춤형 개인 건강관리법이다.
건강수명을 늘이기 위해 피로를 잡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보면 내가 진짜 피로한 이유를 분석하고 직업과 나이에 따라 다른 피로의 종류와 해결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스웨덴인들의 스트레스 해결 노하우에서 뽑은 답들은 인상적이다. 자연을 고스란히 먹는다거나 몸속의 전쟁상황 스트레스를 잡기 같은 방법들이다. '스마트하지 못한 스마트기기와 이별하라'는 주문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가 스웨덴처럼 바뀌기도, 우리 개개인이 스웨덴인처럼 바뀌기도 어려운 이유가 적어도 100가지는 있다. 선거가 다가오고 경기가 지지부진하고, 북한에서 무인항공기가 날아오고, 또 아이가 고3이 되는 이 시점이다 보니 그 아쉬움은 더 하다. 하지만 이 무거운 스트레스 덩어리를 안고 살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덜려고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 건강이라는 산을 정복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동네 뒷산보다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목표로 하자는 차원에서 스웨덴식 건강관리법은 훌륭한 지향점이다.
* 박민선 박사는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건강수명과 항노화 전문가다. 스웨덴 스타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노하우를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한겨레] 굿바이! 불안한 한국... 북유럽행 이민 뜬다

굿바이! 불안한 한국...북유럽행 이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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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IGRATION
행복지수 높고 빈부격차 크지 않아
30~40대 고학력·전문직 부쩍 늘어 
“세월호 참사 뒤 상담자 2배 증가”
송아무개(34)씨는 10월이면 ‘덴마크 사람’이 된다. 1년여 준비 끝에 동갑내기 아내와 돌이 갓 지난 아이까지 이민을 가기로 했다. 당장은 3년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그린카드)를 받았지만 취업해 자리를 잡으면 영주권까지 얻을 작정이다. 대기업 정규직인 그가 모국을 뜨는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는 50살이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데, 덴마크는 60살 넘어도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요. 스웨덴 사는 친구 얘기를 들으니 북유럽 쪽은 기혼여성 취업률이 80% 이상이라 오히려 일을 안 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대요. 와이프도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데 한국에서는 어렵잖아요. 아이 키우기도 좋다고 하고요.” 송씨의 이민 결심 이유는 끝이 없었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로 이민을 떠나는 30·40대가 부쩍 늘고 있다. ‘복지 쇼핑’을 목적으로 한 ‘가난한 유럽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큰 북유럽도 고학력·전문직의 이민은 상대적으로 반기는 추세다.
외교부의 ‘재외동포현황’ 통계를 보면, 2013년 덴마크에 사는 재외동포는 2011년에 견줘 83.6%(293→538명)나 늘었다. 송씨 가족처럼 영주권 획득이나 자영업 등을 목적으로 장기 체류하는 ‘일반 체류자’ 비율이 3배(120→358명)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유학생 체류자’가 3.6배(253→903명)나 불어났다. 외교부 영사서비스과 관계자는 25일 “유럽은 바로 이민이 가능하지 않고 취업이나 유학을 먼저 한 뒤에 현지에서 영주권을 획득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영주권자도 2년 사이에 38.9%(614→853명)나 증가했다. 노르웨이 영주권자는 26%(144→182명) 늘었다.
이들 국가는 2012년 대선 당시 복지국가 담론이 퍼질 때 ‘롤모델’로 거론됐던 곳들이다. 주한 덴마크대사관 영사과 관계자는 “행복지수가 높고 빈부 격차는 크지 않은 나라라는 기대치를 갖고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회원이 4만6000여명인 한 포털사이트의 이민 카페에는 하루에도 4~5건씩 북유럽 이민에 대한 질문이 올라온다. 전문직종에게 유리한 덴마크의 기술이민이나 7000만~1억원 정도의 재정보증을 할 경우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스웨덴 사업이민에 대한 질문이 많다. 이민 법률자문을 하는 유영근 변호사는 “미국은 비숙련 노동자도 이민을 받아주기 때문에 학력이나 영어 점수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북유럽은 의사나 공학박사 등 전문직이라야 수월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미국으로 삶터를 옮기는 이들의 증가세는 주춤해졌다. 외교부 통계를 보면, 미국 시애틀은 오히려 재외동포가 1.8% 줄었다. 송씨 역시 이민을 모색할 때 ‘전통의 이민 강국’ 미국은 일단 배제했다. 송씨는 “대학생 시절 교환학생으로 6개월 정도 미국에 있었다.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그만큼 보상을 못 받는 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똑같다”고 했다. 최근 송씨에게는 덴마크 이민 방법을 묻는 지인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특히 부러워한다”고 했다.
이민 카페를 운영하는 새미 리(42)는 “원래 미국·캐나다·호주 이민 컨설팅을 주로 했는데 최근 컨설팅의 절반 정도가 유럽 쪽으로 옮겨갔다”며 “세월호 사건 이후로 상담자가 2배 이상 늘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이민을 실행에 옮기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복지=자선? 대단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오마이스쿨 인문학 스타 강사 최진기. 그가 1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온라인 강좌, 총 10강)을 들고 말입니다. 이번 강좌에선 '복지강국'이란 칭호 속에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 한때 복지국가 얘길 들었지만 지금은 먹구름 경제 속에 빠져있는 나라들을 두루 살펴봅니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 국가로 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가 정치적 논쟁거리에 머무르고 있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다른 나라의 사례는 무엇인지 타산지석으로 생각할 사례는 무엇인지 열강으로 풀어냈습니다.

강좌 오픈 6일 만에 다운로드 300건, 유튜브 조회수 5000회, SNS 공유 수백 건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인 그를 지난 16일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조교들과 수차례 후속 강의 자료를 검토할 만큼 욕심 많고 열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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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기 강사
ⓒ 오마이스쿨

- 오마이스쿨 '최진기 인문학 시즌3' 마지막 강좌(<세계경제 도깨비 여행>)이후 1년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좀 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6개월 정도 일을 안 하고 쉬었다. 서른 살 무렵인 15년 전 처음 수능 강사가 됐는데, 1년에 3일 정도 쉬고 줄곧 일을 했었다. 수능이 치러지는 날과 앞뒤 하루씩 더, 이렇게 사흘만 쉬고 매일 일한 것 같다. 추석 파이널 특강 때는 14시간 가까이 촬영을 한 적도 있다. 앞만 보고 무작정 뛰어왔던 것 같다. 어느날 문득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67년생이니 곧 쉰 살이 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다시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선포하고 쉬었다. 여행도 다니고 독서도 실컷 하고. 복지가 그런 것 아닌가.(웃음) 오마이스쿨 새 강좌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만 준비했다. 편하게 쉬면서 강좌 준비만 했다."

- 온라인 강좌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어떤 생각으로 이 콘텐츠를 만들게 됐나? 
"이 시대 화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복지'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아직 '어떠한' 복지국가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상 모델(Ideal type)'을 못 정하고 있다. 피상적으로 복지가 필요하다고만 얘기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 만일 '스웨덴을 따라가자'라고 했을 때 막상 스웨덴이 '어떻게' 복지국가를 만들었는지, 미국 복지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우선 복지라는 개념 자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복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아직도 복지를 '자선'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교과서에 보면 '15세기는 야경국가, 21세기는 복지국가를 지향한다'고 나와있다. 여기서 말하는 '복지'란 자선이 아닌 '권리'의 개념이다."

- '복지란 권리다?' 좀 더 자세히 풀어달라.
"개인적으로 방송국에 폐지를 건의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 지상파 방송의 주말 자선 프로그램이다. 가령 주위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며 'OO이는 특수질환에 걸려… 당신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한 통화에 2000원!' 이런 프로그램들 말이다.

유니세프 등 여러 단체에서 아사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 것, 이건 '자선'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규모에서 희귀병 환자들을 '자선'과 '동정'의 개념으로 생각하게끔 만들면 안된다. 그들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가진 사람들, 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사회는 아직 이것조차 구별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진정한 복지국가가 만들어지겠는가? 이번에 촬영해 오픈한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은 이같은 복지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그 역사적 과정과 형태를 비교 대조하면서 우리 복지의 현주소를 알아보자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 과거 경제 강의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강의에서도 그래픽과 숫자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이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다. 출간 이전에 출판사에서  가번역본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해 와 받아서 읽어봤다. 보면서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피케티 주장의 옮고 그름을 떠나 그의 주장이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의 학문이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수학이 아니다. 수학과 경제학의 차이점이 뭐라 생각하나? 수학은 이과(자연과학)학문, 경제학은 문과(사회과학)학문이다. 사회문화 교과서를 보면 '사회·문화 현상의 탐구방법에는 실증적 분석과 해석적 분석이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날 경제학은 후자를 포기하고 있다. 오히려 수학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21세기 자본> 최고 장점은 수학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강의에서 표와 수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숫자 자체가 아니라 숫자를 기반으로 어떻게 사회현상을 읽어내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난 경제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실물경제를 접하며 깨달은 게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 물론 누군가 일부러 조작하지 않는 한 말이다.(웃음) 수치적 근거를 갖고 설명하는 내용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 오마이스쿨 온라인강좌 <최진기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 미리보기
ⓒ 오마이스쿨

- 강좌를 보면 당장 '준비가 만만치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복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무엇을 느꼈나?
"강좌 준비하면서 '복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도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근데 이거 다 미리 얘기하면 사람들의 강좌 구매 안 한다. 강좌에서 들으시라(웃음)

이번에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일본, 스웨덴, 캐나다 등 여섯개 나라를 다뤘다. 이들 국가들은 GDP 대비 복지지출 비용이 별 차이가 안 난다. 가장 낮은 나라가 일본, 스페인(26%), 가장 높은 나라가 스웨덴(30%), 6개국 평균은 약 31%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13% 정도로 OECD국가 중에서도 낮은 수준에 속한다.

그렇다면 한국도 지금보다 10% 이상 복지비용을 늘려갈 텐데 그 비용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고민해 보자는 게 이번 강의 목표였다. 연금, 의료비 그리고 생산적 복지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연금과 의료비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나쁜 복지'는 아니지만, 둘 다 소비적복지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 비중이 커질 경우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

반면 아동수당, 교육, 출산 등 영역은 생산적 복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연금이나 의료비에 비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여지가 있다. 소비적 복지이면서 동시에 노인지향적 복지인 연금과 의료비는 고령화 사회일수록 취약한 복지로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라별 복지 정책과 현황을 쭉 살펴보니 내 가설이 맞아 떨어졌다. 스페인 이탈리아는 연금으로, 미국과 일본은 의료비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었다. 반면 성공적 복지국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과 캐나다는 생산적 복지가 전체 복지 지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 계층별 복지 지출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아니다. 노인이 청년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GDP 대비 복지국가 지출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지출의 '내용'이 중요하다. 복지는 당연히 약자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건 틀린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인 복지에만 정책이 쏠릴 경우 정작 노인복지를 할 재정 뒷받침은 약해지고, 전체 생산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노인복지를 하기 위해서라도 청년복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단 말이다. 그리고 그런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합의가 우리 사회에 던져져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복지국가는 스웨덴, 캐나다와 같은 청년 복지국가의 형태여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스웨덴, 캐나다에 비해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은 수준이다. 노인 복지의 중요성이 높은 나라다. 그래서 답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어려운 문제다. 만만치 않은 주제였고 그래도 해야 할 주제였다. 거시점 관점에서 세계 복지 국가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많다."

-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해 왔는데 '최강 복지강국'이라고 느꼈던 나라를 꼽는다면? 
"이번에 오픈한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에서는 다루지 못했는데 역시 덴마크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어찌 보면 스웨덴보다 더 모범국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도 재밌게 읽었다. 상당한 통찰을 느꼈다. 나 역시 보름정도 덴마크에서 지낸 적이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덴마크에선 차보다 자전거가 빠르고, 자전거보다 유모차가 더 빠르다. 그만큼 자전거와 유모차가 다니기 편한 곳이다. 상징적인 사례다. 자전거 도로를 잘 만들어놓은 것도 물론이지만, 자전거나 유모차가 도로에 나오면 운전자들이 모두 양보한다. '진짜 복지국가는 구성원들의 사회의식이 만들어 내는 것이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나라인데... 아 오늘 다 얘기하면 재미없으니 다음에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 2탄 할 때, 그때 제대로 덴마크를 소개해 드리겠다.(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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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기 강사
ⓒ 오마이스쿨


- 수능 최고 강사에 이어 오마이스쿨 인문학 대중 강사로 자리매김했다. 최진기의 삶과 인문학의 만남은 어떤 인연인가?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건 좋아했지만 대학 재학하면서까지도 뭔가 세상이 유치하고 생경해 보였다. 그러다가 대학원에 진학해 신광영(중앙대 사회학) 유팔무(한림대 사회학) 성경륭(한림대 사회학) 세 교수님께 큰 학문적 세례를 받았다. 마르크스-레닌을 공부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아 이게 진짜 공부구나" 느꼈다. 그러다 이 두 학자 말고도 세상에는 공부할 학문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걸 그때 배운 것 같다. 그래서 세 교수님에 대한 존경심이 크고, 평생의 은사로 모시고 있다."

- '인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진기만의 노하우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직업이 원래는 학원 강사 아닌가? 아시겠지만 사교육 시장은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곳이다. 학원 강사가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이 연습을 많이 한 경험이 인문학 강의에서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경력'으로 설명된다. 난 사실 교수가 아니다. 대학원까지 학문의 길을 걷다가 증권회사에서 일을 하면서'경제'를 다른 방법으로 배운 거다. '실물경제'를 접한 후 학원 강사를 했던 이력이 '오마이스쿨 인문학 강사 최진기'를 만든 것 같다.

교수님들 인문학 강의와 내 강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교수님들은 학문적 깊이를 보여주실 수 있는 분들이고 나 역시 나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쁜 표현이 아니라, 교수님들이 어떻게 나보다 강의를 잘 하겠는가?(웃음) 그렇지 않은가? 나뿐이 아닌 대한민국 사교육 강사들이 아마 세계에서 제일 강의를 잘할 거다."

- 인문학 강좌를 만들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겸손한 의미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난 전문가는 아니다. 'expert(전문가)'는 단어는 라틴어 'artifex'에서 유래했는데, 그리스 로마시대에 '숙달된 전문직 일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몸 씻겨주는 전문가, 공사장 흙을 파는 전문가 즉 노예 신분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이게 바로 전문가의 어원이다.

그럼 'expert(전문가)'의 반대말이 뭔지 아나? 바로 'humanity'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게 인문학 강사로서 내 소신이다. 인문학자가 하나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인간의 모든 활동을 공부하고 이해해야지... 내 책장을 한번 살펴보라. 경제, 역사, 철학, 사회학, 미술, 철학, 여행, 정치 등 분야별로 정말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다보니 강의할 때도 장점이 있더라. 예를 들어 <삼국지>를 강의로 만든다고 하면 보통 '역사'라고 생각할 텐데 난 역사 강의를 할 때 경제도 같이 설명을 한다. 제갈량의 북벌은 표면적으로는 후한을 무너뜨린 위나라를 정벌하겠다는 정치적 명분이었지만 당시 촉나라는 북벌을 감행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제갈량이 북벌을 밀어붙인 건 경제적 이유였다.

촉나라는 농경이 불리한 산간지형에 있었고, 위나라도 잦은 전쟁으로 농토가 폐허가 된 상황이었지만 10~20년 후에는 촉나라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 뻔했다. 농업생산력과 인구수가 곧 국력이었으니까.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 사람들은 삼국지를 직접 읽은 것보다 더 몰입도가 생긴다 한다. 그래서 강의 구성할 때는 일부러 다른 분야에서 소스를 찾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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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6일 강남 삼성동 최진기경제연구소. 체게바라 그림(왼쪽)과 서재(오른쪽). 책장에는 분야별로 정리된 다양한 책이 눈에 띈다
ⓒ 오마이스쿨

- 하반기 공채 시즌,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오늘날 인문학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재밌는 건 기업에서는 인문학을 강조하는데,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다. 시장 논리가 부합하는 곳에서는 인문학이 살아남고 시장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의 인문학은 오히려 죽어가고 있다는 건데...

인문학을 새롭게 정의한 사람이 스티브 잡스다. 잡스가 죽은 뒤 애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딱 한 가지다. 팀 쿡이 잡스가 가졌던 인문학 정신을 갖고 있느냐, 또는 새로운 인문학 정신을 만들어낼 것이냐 하는 것. 난 그게 지금 우리 시대 인문학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플은 이번에 전혀 새로운 '스마트 워치'를 내놓으면서 그 인문학 정신을 확인시켜주었다. Technique(기술)에 녹아든 정신, 그게 오늘날 각광받는 인문학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기업에는 인문학이 없다고 본다. 그저 보여주기, 내세우기 식으로 인문학을 강조할 뿐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경한 좌파들은 이러한 시장 논리가 인문학을 침범한다고 경계하고 비판한다. '고매한 인문학의 독자생존을 지켜나가자'면서 말이다. 물론 이런 주장도 필요하지만 그것만 강조하는 것은 마이클 샌델 같은 도덕주의자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장을 부정적으로만 여겨서는 인문학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롤링의 글(인문학)이 출판, 영화(시장)를 만나지 않았다면 과연 전 세계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을까?

시장과 결합한 인문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이제 인문학은 '어떻게 능동적으로 시장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순수 영역으로서 인문학을 지키는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이게 진짜 인문학을 살려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컴백을 학수고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들과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 수강생들에게 한마디.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을 들고 여러분 곁으로 돌아오는 데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강의 준비시간만 6개월 넘게 걸렸다. 그만큼 재밌게 밀도있게 만들었다. 첫 번째로 6개국에 걸쳐 1탄을 완성했고, 이번에 다루지 못한 덴마크, 노르웨이, 브라질, 한국 등 나라들은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2탄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2탄 역시 재미와 감동이 함께 담겨있는 강좌로 채우겠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곧 찾아뵙겠다."

오마이스쿨 <최진기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 (총10강)
1강 <프롤로그 -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2강 <이탈리아 - 복지 포퓰리즘의 그림자>
3강 <스페인 - 노인천국, 청년지옥>
4강 <미국 - 복지 민영화의 명암>
5강 <미국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들>
6강 <일본 - 고령화 쇼크, 바닥난 복지>
7강 <스웨덴 -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1>
8강 <스웨덴 -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2>
9강 <캐나다 - 같은 대륙, 다른 복지>
10강 <에필로그 - 복지, 이것만은 알아두자>

가격 : 일반 45,000원/10만인클럽 40,500원

☞ <최진기 '세계 복지국가의 비밀'> 바로가기 
* 1강은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