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정치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정치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5년 4월 1일 수요일

[오마이뉴스] "기민하고 이기는 법 아는 정당은 새누리당이 유일"

"나는 좀 더 자신 있게 이렇게 예측할 수 있다. 몇 년 내로 새누리당은 성적 소수자를 돕기 위한 정책을 제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중략) 다음 혹은 다다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동성애자를 국회의원으로 밀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동성애 어젠다와 대한민국 진보주의', <중앙일보> 1월 3일자)

새누리당이 '진보적 의제 설정'에서 제1야당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이 쓴 칼럼임을 헤아리더라도 '파격적'이고 '도발적'이다. 그는 "새누리당이 성 소수자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정당이 된다면, 진짜 진보주의자들도 상당수 흡수할 것이며 좌파 진영은 '영혼이 흔들리는' 정체성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는 예측까지 내놓았다. 

기사 관련 사진
▲  지난 1월 3일자 <중앙일보> 칼럼 '동성애 어젠다와 대한민국 진보주의'.
ⓒ 중앙일보PDF

"한국 진보는 투쟁과 승리의 시대인 80년대에 집착"

지난 2013년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관련기사 : "한국이 'K팝의 나라'라고? 너무 슬퍼요")를 통해 한국사회를 새롭게 탐색했던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칼럼을 쓸 당시) 한국의 진보가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애석하게도 전술적으로 기민하고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아는 정당은 새누리당이 유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자연스럽게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새누리당이 성 소수자 권리, 동물 보호 등과 같은 이슈를 지지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 얼마나 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호응할지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이렇게 진보적 의제 설정에서 유연한 새누리당을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비했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거부하다 성 소수자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어차피 보수 개신교 목사들의 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박 시장은 더 용기를 내서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했어야 했다"며 "박 시장이 성 소수자 권리를 옹호했다면 국제적으로도 널리 인정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은 정치인처럼 행동하지 않고, 소신껏 일을 추진할 때 그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면에서 그 분이 너무 정치인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칼럼에서 "한국의 보수-진보 분류법은 매우 독특하다"라고 썼던 그는 "한국적 보수는 민주적 가치보다는 개발,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박정희주의를 숭배하는 사람이고, 한국적 진보는 한국적 보수를 반대하는 사람이다"라며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모두 하향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진보 학자들이나 유명 인사들의 귀한 의견을 전파하는 듯한 한국의 토크 콘서트 열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내 이야기만 듣지 말고, 혼자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 보수는 아직도 개발-대기업 우선주의, 비민주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라며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수'가 '비민주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데 일부 한국 보수는 민주주의와 토론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진보는 투쟁과 승리의 시대였던 1980년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더 나은 한국을 건설하는 것보다는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적과의 싸움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바람직한 한국 진보의 모델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꼽았다. "신자유주의경제를 반대하기 때문에 진보로 분류되면서도 교조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조만간 '한국 정치'와 '북한'을 주제로 한 두 권의 책을 출간한다. 특히 영국에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기반으로 미디어도 창간할 계획인 그는 "20개의 (취재) 프로젝트 가운데 삼성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다니엘 튜더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 전문이다. 

"새 매체 프로젝트에 '삼성'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기사 관련 사진
▲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특파원
ⓒ 이희훈

-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을 그만둔 이후로는 어떻게 지냈나?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아시다시피 '더 부스'라는 수제 맥주 집을 시작했고. 몇몇 친구들과 스페인 레스토랑도 열었다. <바다의 제국>이라는 제목의 4부작 다큐멘터리에도 메인 인터뷰어로 참여했는데 KBS1에서 지난 1월 29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한 권은 한국 독자를 대상으로 쓴 한국 정치에 관한 책이고, 다른 한 권은 해외 독자를 대상으로 쓴 북한에 관한 책이다(로이터 통신 기자 제임스 피어슨과 공저). 모든 작업이 끝나서 출간만 남아 있는 상태고, 현재는 런던에서 언론 매체 창간이라는 내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 최근까지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사업에 뛰어 들었는데 잘 됐나?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다. 아직 규모가 작은 사업이라 기회도 많지만, 위험(risk)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여덟 곳에서 '더 부스'를 열었고, 전 세계의 각종 진기한 맥주도 수입하고 있다. '더 부스'는 혼자 시작한 것이 아니라 사업 파트너들과 동업하고 있다. 아직 맥주 재벌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하하." 

- 신세계에서 400평 규모의 수제 맥주 집 사업을 시작해 힘들었다고 들었다. 한국이 '재벌공화국'임을 실감했나? 
"신세계 수제 맥주 집이 우리한테 타격을 입혔는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판단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하지만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놀라울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더 좋은 가격에 맥주를 팔고 있지만(내 생각에!) 규모가 큰 신세계 수제 맥주 집이 물론 훨씬 유리할 것이다. 나는 항상 열심히 일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에 100%를 쏟아 부으려고 노력한다. 

이미 수십 개나 되는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재벌 기업이 신규 사업의 일환으로 수제 맥주 분야에 쉽게 진출해 우리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물론 실망스럽고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식 자본주의다. 동네 소규모 빵집들도 겪는 일이다. 바로 그 때문에 '더 부스'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글을 쓰거나 다른 사업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지만, '더 부스'가 잘 돼서 대규모 맥주 기업에 맞서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미 신세계와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이기거나 생존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영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언론 매체를 창간한다고 들었다. 어떤 매체를 창간할 계획인가? 
"크라우드 펀딩 미디어 플랫폼으로, 특정 편집 방침이 없는 독립 언론을 표방한다. 아직 준비 중이라 더 자세히 말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스무 개 프로젝트를 필두로 2월 중순께 창간할 예정이다. 그중에는 한국 프로젝트도 있다. 사실 삼성에 관한 내용이다." 

- 소설을 쓸 거라고 했는데 갑자기 언론매체를 창간하겠다고 나선 계기가 있었나?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최고의 공동 창업자와 일하게 되었고, 투자자들과 기자들도 관심을 보여서 안 할 수가 없었다.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은 당분간 미뤄두기로 했다. 언론 매체가 실패하면 바로 글쓰기에 돌입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이 그립다." 

'동성애 어젠다와 대한민국 진보주의' 칼럼을 쓴 이유

기사 관련 사진
▲  자메이카의 University of the West Indies에서 Verena Shepherd 교수와 함께 한 다니엘 튜더. Shepherd 교수는 노예후손배상위원회 위원장이다.
ⓒ 다니엘 튜더 제공

- 지난 1월 3일 자 <중앙일보> 칼럼 '동성애 어젠다와 대한민국 진보주의'가 한국에서 상당히 관심을 끌었는데 알고 있나? 
"하하. 봤다. <오마이뉴스>에 관련 기사가 실리고, 트위터에서도 회자된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언론매체 준비로 너무 바쁜 나머지 지금까지 응답을 못하고 있다. 그 점은 미안하다."

- 이 칼럼은 어떻게 쓰게 됐나? 
"당시 한국 정치에 관한 책을 쓰고 있었다. 민주주의가 약화되고 있는 시점에 야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책을 쓰면서 '한국 진보가 어떻게 하면 현 정치 현실에 도전하고, 한국 정치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애석하게도 전술적으로 기민하고,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아는 정당은 새누리당이 유일하다. 하루는 '내가 새누리당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보았다. 떠오른 여러 전략 중에 하나가 성 소수자 정책이었다." 

- "보수적인 새누리당이 성 소수자를 돕는 정책을 제도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새누리당과 상반되는 의외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았다. '성 소수자 정책'이 떠올랐는데 생각해보니 실제로도 새누리당에 유리한 전략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물론 새누리당이 자연스럽게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무서운 목사님들의 당 아닌가! 하지만 성 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정책은 일종의 '중도 노선' 전략으로 틈새 표심을 공략할 수 있고, 젊은 유권자층의 공감대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유권자층은 한국적 맥락으로는 30-40대보다 '보수적'일 수 있지만 사회적 이슈에서는 사실 훨씬 진보적이다." 

- "다다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동성애자를 지역구 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밀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는데 왜 그런가? 
"지역구 국회의원은 턱도 없고, 비례대표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오해나 오타가 있었던 것 같다. 동성애자 국회의원은 비례대표에만 국한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정당이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해당 의제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정책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새로운 인물(new face)이 등장하면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지(특히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성 소수자 정책을 제도화하거나 동성애자를 국회의원으로 공천할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 지지자 대부분은 성 소수자 정책을 반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새누리당 외에 어느 당에 표를 던지겠는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성 소수자 권리가 중요한 이슈가 아니지만, 소수는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게다가 한국의 젊은 층은 사회적 이슈에 상당히 진보적이다. 

내 또래나 나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들에게 성 소수자 이슈를 꺼내면 관심이 없거나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젊은이들은 이를 지지한다. 만약 새누리당이 성 소수자 권리, 동물 보호 등과 같은 이슈를 지지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 얼마나 많은 젊은 유권자가 호응할지는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잘못 짚었을 수도 있다. 정치는 과학이나 수학이 아니다. 나는 자기 주장이 강한 수많은 바보 중 하나일 뿐이다." 

"박원순 시장은 보수 개신교 목사들 표 절대 얻지 못해" 

기사 관련 사진
▲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특파원
ⓒ 이희훈

- 진보적인 의제 설정(agenda setting)에서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제1야당(새정치민주연합)보다 앞선다고 생각하나? '왜' 그리고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보나?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그 점이 바로 칼럼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아무리 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보다 진보적인 면모를 찾을 수 없었다. 보통 새정치민주연합이 하는 것이라고는 새누리당이 주도한 의제에 대응하는 것 뿐이다. 그것도 뒷북칠 때가 많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집착해 젊은 유권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들의 이념이나 내부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선거 때만 빼고) 유아독존적이다. 

그들이 변화를 꾀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새누리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전혀 다른 '중도적 진보 운동'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5성운동'(Movimento 5 Stelle)' 같은 풀뿌리 정당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 내 핵심 제안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에 놀라울 정도의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거부해 성 소수자 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앞서 언급한 칼럼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사건이 한국 사회의 '어떤 징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박원순 시장은 더 용기를 내서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했어야 했다. 어차피 박원순 시장은 보수 개신교 목사들의 표를 절대 얻지 못한다. 그들은 박 시장을 싫어한다. 박 시장이 성 소수자 권리를 옹호했다면 국제적으로도 널리 인정받았을 것이다. 정치인처럼 행동하지 않고 소신껏 일을 추진할 때 박원순 시장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그분이 너무 '정치인'화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원순 시장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쉽게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처럼 말이다." 

- 칼럼에서 "한국의 보수-진보 분류법은 매우 독특하다"라고 지적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나는 종종 한국에는 진정한 좌파도 우파도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박정희를 '보수'로 보는 것 자체가 기이하다고 생각한다. 보수로서 박정희가 무엇을 '보존'했나? 그는 급진적인 국가주의자이자 개발주의자다. 박정희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성격을 형성했고, 그 이후에는 박정희 추종자 아니면 박정희 반대파만 있었을 뿐이다. 

추종자는 '보수', 반대파는 '진보'로 분류되는 것 같다. 즉 박정희는 이 같은 한국의 특수한 맥락에서만 '보수적'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사회정책, 소수 약자의 권리, 환경 문제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사실 '보수', '진보'라는 말 자체는 진부한 표현이 됐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분단 상황이라는 한국의 특수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의견도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큰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다만 조지 오웰이 살아 있다면 북한을 어떻게 평가할까? 물론 나는 대북 포용 정책을 지지한다. 하지만 북한을 비판하지 못하는 '진보'를 보면 토할 것 같다. 북한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퇴행적인 나라 중 하나다. 

또 새누리당은 어떠한가? 대체 어떤 면에서 새누리당이 '보수적'인가? 전통적인 한국 가치를 옹호하는가? 그런 것들이야말로 보수다. 조선 시대, 유교, 한국 전통 예술 문화 등에 조예가 깊은 좋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야말로 한국 최초의 진성 보수정당을 창당할 자격이 있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허핑턴포스트] "정말 예수 믿는 사람 맞습니까" |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 인터뷰

강병진 Headshot

"정말 예수 믿는 사람 맞습니까" |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 인터뷰

게시됨: 업데이트됨: 
QUO

김재환 감독은 기침을 자주 했다. "영화 개봉할 때마다 감기에 걸려요." 그는 매번 감기에 걸렸고, 그의 영화는 항상 몸살을 앓았다. 방송사를 나와서 만든 첫 다큐멘터리인 '트루맛쇼'는 가처분 소송과 명예훼손, 업무방해죄 등으로 송사에 휘말렸고, 두 번째 작품인 'MB의 추억'은 영화제에서 공개될 때부터 수많은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했었다. TV의 맛집 프로그램, 대통령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선택한 대상은 '교회'다. 제목은 어릴 적 연말이면 TV에서 해주던 영화를 연상시키는 '쿼바디스'다. '트루맛쇼'와 'MB의 추억'을 만든 사람이 교회를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면, 그 작품이 앓고 있을 몸살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심하게 걱정을 해주는 것 같아요." 맛집 프로그램을 둘러싼 제작사와 방송사는 하나의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 정부인 대통령은 한 편의 영화를 놓고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너무 큰 존재다. (그냥 나머지가 알아서 기는 상황일 거다.) 하지만 종교라면, 그것도 한국의 기독교라면...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쿼바디스'는 이미 언론시사회를 할 때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시사회 대여를 신청한 극장에서 계속 확정을 미루고 있었어요. 언론 시사전에 전국 시사회를 할 때도 상영관을 열어준 곳이었는데 말이죠. 나중에 극장 관계자랑 통화를 했어요. 전국 시사회를 할 때부터 항의전화가 왔었다는 거예요. 특정 교회에서만 항의한 게 아니라, 여러 교회에서 전화를 걸어와서는 '교인들을 동원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는 거죠. 그래서 언론시사만 다른 데에서 해주면 안되겠냐고 하더군요. 교회가 무섭다는 건데, 그런 이유가 저한테는 설득력이 있었어요. 이해할 수 있었죠. 한편으로는 안타깝더라고요. 교회가 이렇게 두려운 존재가 됐구나 싶어서..."
한국 교회가 주는 두려움. 김재환 감독이 '쿼바디스'를 만들게 된 질문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교회는 어쩌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걸까. 왜 사람들은 지하철과 명동과 광화문 사거리, 그 외 수많은 거리에서 만나는 기독교인들을 무서워하는 걸까. 다시 말해 한국교회는 왜 사람들과 멀어졌는가. 김재환 감독은 '쿼바디스'가 "그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말했다. 그에게 기독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지켜온 종교였다. 먼저 그에게 지금도 교회를 다니냐고 물었다. 그는 "매주 교회에 나간다"고 답했다.
quo
김재환 감독

- 지금 다니는 교회는 어떤 곳인가?
= 작은 교회다. 원래는 집 근처에 있던 온누리 교회를 다녔는데, 옮겼다.

- 이사를 해서 교회를 옮긴 건가?
= 그건 아니다. 원래 살던 곳에 지금도 살고 있다. '쿼바디스'를 준비할 때부터 교회를 떠나야 할 때가 됐구나 생각했다. 대형교회가 기독교 생태계에 주는 해악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대형교회의 편안함을 누리고 있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거 같았다. 
-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기독교인에게 교회를 옮긴다는 게 매우 큰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이사를 해도 다시 예전에 살던 동네의 교회를 다니거나,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 잘 옮기지 않는다. 그리고 대형교회를 다니다가 작은 교회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대형교회는 목사님의 목회 방식이나 설교, 공동체적인 성격이 그나마 작은 교회보다 검증된 곳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기도 하고, 또 오래 알던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대형교회 목사님 중에는 여기를 다니다가 나중에는 다른 곳으로 떠나라고 하는 분들도 많다. 물론 실제로 떠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고 등을 떠밀어서 내보내지도 않는다. 
- 온누리 교회도 대형교회다. '쿼바디스'의 문제의식에서 볼 때는 어떤 교회인가?
=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온누리 교회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교회에는 '순'이라고 하는 지역별 작은 모임이 있다. 여러 가정이 모여서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곳에서 먼저 이런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함께 기도해달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때는 온누리 교회도 초대형 건축을 준비 중이었다. 만약 교회가 정말 땅을 파고 공사에 들어가면, 나는 내가 조용기 목사에게 따져 묻듯이 우리 담임목사에게도 따져 물으려고 했었다. 내가 속한 교회의 목사님에게 먼저 표현하고 물을 수 있어야 다른 교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거다. 그런데 다행히 온누리 교회는 대형건축을 포기했다.

- 혹시 이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포기한 걸까?
= 아니다. 우리 모임 사람들만 알고 있었고, 다른 분들은 전혀 몰랐다. 온누리 교회는 장점도 많은 곳이다. 대형교회의 일반적인 문제점은 있지만, 그나마 사고를 덜치는 교회다. 하지만 교회의 대형화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온누리 교회가 건축에 들어갔다면 빼놓을 수 없었을 거란 거다. 만약 내가 질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왔다면 정말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질문을 던질 수 없다면,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질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 그런 맥락에서 보면 '트루맛쇼'를 만들던 상황과 비슷하다. 자신이 일하던 공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큐멘터리였으니까.
= 그렇다. 내가 다녔던 회사, 내가 친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먼저 질문을 던졌던 거였다. 그때도 내가 다녔던 MBC만 다룬 건 아니었다. 방송3사와 케이블까지 다 취재를 했었다. 나중에는 케이블 방송은 뺐고, 시장의 구조를 만드는 회사에 대해서만 문제제기를 했던 거다. 


'쿼바디스'가 질문을 시작하는 좌표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21이다. '사랑의 교회'의 주소다. 주변의 상가와 오피스 건물을 압도할 정도로 위압적인 형태의 교회를 비추고 나면, 한국계 미국인이고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모어'(이종윤)란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국의 교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한국에 왔다는 그는 이름과 외모를 봤을 때, 딱 '화씨 911'과 '식코' 등을 연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을 패러디한 인물이다. 마이클 모어는 마이클 무어가 그랬듯이 여러 공간을 누비고, 여러 사람을 만난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했던 월드컵 경기장의 6.25전쟁 60주년 기념평화 기도회, '조용기 목사 퇴진을 위한 기자회견 현장'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다. 이어서 순복음 교회의 조용기 목사와 삼일교회의 전병욱 목사등에게 들이닥쳐 질문을 던진다.
quo
'쿼바디스'의 한 장면
그가 찾는 대부분의 장소는 실제지만, 그가 만나는 목사들은 권병길과 안석환 등의 배우들이 연기했다. 마이클 모어의 여정을 따르는 사이, 김재환 감독의 카메라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해 목사들이 열었던 조찬 기도회, 일제에 타협하며 권력을 유지했던 시절의 한국 교회를 만나고, 법정으로 출두하는 실제의 조용기 목사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교회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동시에 해결책을 모색하는 그들 중에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트루맛쇼'는 일종의 함정을 판 다큐멘터리였다. 실제로 식당을 차려놓고, 맛집프로그램의 브로커와 제작진들이 미끼를 물게 해서 그들이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드는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쿼바디스'는 그에 비해 좀 더 많은 픽션이 가미된 다큐멘터리다. 일단 '마이클 모어'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감독 스스로 마이클 무어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건가?
= '트루맛쇼'와 '쿼바디스'는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트루맛쇼'가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실제 사람을 초청했다면, '쿼바디스'는 가상의 캐릭터가 실제 상황에 투입되는 형식이다. 마이클 무어는 만나주지도 않고, 취재할 수도 없는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진실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감독인데, '쿼바디스'의 상황도 그에 맞다고 본 거다. 실제 교회를 통해 목사님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어떤 교회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라고 했었다. 거짓말이라도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목사님인데... 쉽게 만날 수가 없다는 게 얼마나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가. 대기업 회장님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quo
2010년 6월 21일,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참석한 한국전쟁60년 평화기도회
- 마이클 모어가 조지 부시가 참석했던 평화기도회 현장으로 들어간다. 그 이후의 연결이 흥미로웠다.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기도회가 벌어지는데, 그 아래에 있던 홈에버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통지를 받은 후 경찰과 대치했었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은 홈에버의 모기업인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이 다니는 사랑의 교회로 향한다. 그 연결에서 한국 교회의 이상한 지도가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 그 장소가 정말 중요했다. 월드컵 경기장은 열정과 열광의 장소다. 그 장소를 매개로 교회의 두 가지 모습이 보였던 거다. 한 쪽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나님께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눈물로 호소했다. 그런데 그 아래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기독교 기업의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는 잔인한 일을 당했다. 만약 거기에 예수님이 오신다고 하면 어디를 가실까. 경기장의 스탠드에 앉아 황당한 표정을 짓는 동시에 노동자에게 가서 눈물을 닦아주시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교회는 파업 같은 노동문제에 대해 언제나 사측과 자본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교회가 사회와 만나는 방식은 약한 자를 핍박하는 건데, 이건 반 예수적인 방식인 거다. 홈에버의 노동자들이 결국에는 사랑의 교회를 찾았다. 어디서도 자기들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까, 교회에 매달린 건데, 결국 교회에서도 그들을 내쫓았다. 그런 연결을 통해 교회와 세상이 얼마나 따로 놀고 있는지, 예수의 삶과도 얼마나 따로 놀고 있는지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 
- '쿼바디스'가 한국 교회의 지도를 그리는 방식 중 또 하나는 '드론'을 이용한 공중촬영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의 교회를 시작으로 순복음교회를 포함해 정말 많은 교회의 모습을 공중에서 담아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랑의 교회는 정말 스펙터클하게 보였다. 무섭게 느껴지는 스펙터클이랄까.
청어람 아카데미의 양희송 대표라는 분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운동가이신데, 그분이 그 장면을 보고 고맙다고 하시더라. 교회는 크고 위압적이지 않나. 그 앞에 서면 올려다 봐야한다. 사람은 초라한 자리에 있는 거다. 두들겨도 답이 없을 것 같고. 그런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니까, 교회의 그런 욕망마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가 느껴졌다고 하시더라. 또 다른 시각으로 교회의 문제를 볼 수 있었다는 건데, 그런 감상이 나한테도 감사했다.

- 영화 속에서는 많은 사람이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 기독교인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건가?
= 기독교 밖에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국 교회 안에서도 지적인 움직임이 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분도 많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가 밖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았고, 교회 안에서는 묻히곤 했다. 그러니 기독교 밖의 사람들은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취급하는 거다. 교회 밖에서 왜곡돼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철저히 피하려고 했다. 왜곡된 모습을 놓고 왜 왜곡됐냐고 하는 건 소용없으니까. 본질은 이건데, 지금은 그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quo
조용기 목사
- 조용기 목사는 '쿼바디스'에서 실제 카메라를 들이댄 유일한 목사이기도 하다. 탈세,배임, 횡령 혐의로 조용기 목사와 아들 조희준씨가 법정에 출두하던 날, 감독은 직접 질문을 던진다. 쉴 새 없이 여러 질문을 던지는데, 목소리에서 흥분이 느껴졌다. 그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울분에 찬 건 아니었을까 싶었다.
= 그렇게 본 게 맞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예수 믿는 사람 맞습니까?"란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 그것도 고민을 많이 해서 나온 한 줄이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그 상황을 보니까 비통함이 있더라. 그렇게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진 건, 조용기 목사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기독교인들에게 묻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예수님의 삶대로 살아가고 있냐고... 그때 내 감정이 정말 그랬다.
- 여러 목사 캐릭터 중에 삼일교회에서 성추문을 일으킨 전병욱 목사(기사 참조)를 묘사하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일단 배우가 재연을 하지만, 너무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와서 '진짜 만난 거 아닌가?' 싶었다. (웃음) 그리고 성추행을 당한 여성신도들이 전병욱 목사에게 그가 쓴 책의 구절들을 읽어준다. 성추행 물의를 일으킨 종교인이 썼다고 볼 수 없는 내용의 구절이다. 다른 목사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식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 실제 내가 읽었던 전병욱 목사의 책에서 발췌한 거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집을 뒤졌는데, 전병욱 목사의 책이 4권이나 나왔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읽을만했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충격이더라. 책이란 무엇인가 싶었다. 책을 읽는다는 게 뭔가. 이걸 읽는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나... (웃음)
전병욱 목사는 신학적인 고민이 많이 포함된 인물이다. 특히 회개와 용서라는 부분에서. 영화 '밀양'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인데, 올바른 회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란 문제다. 전병욱 목사에게 목사라는 자리는 오직 하나님에게만 비판받는 영적 특권층의 라이센스다. 하나님께 직통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으니, 윤리적인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한 회개는 이미 중세 성직주의에서 프로테스탄트로 박차고 나오면서 반성한 것인데, 지금에 와서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거다.
사실 전병욱 목사와 관련된 사항을 더 다루고 싶었다.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이 정말 심각한 이유는 당시 삼일교회의 당회에 있었다. 거기서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고 피해자에게 소송으로 대응을 하려 했으니까. 교회가 얼마나 이익 집단화되어 있는지, 또 얼마나 자기 방어적인 단체로 떨어질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교회가 성장을 우선으로 내걸고, 그래서 목사에게 과도한 권위를 부여하고, 이게 옳으냐 그른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 버린 거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더 밀고 가면 역시 전체 교회를 다루는 균형이 깨질 것 같았다. 
'쿼바디스'가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을 통해 드러내는 건,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다. 죄를 저질러도 혼자 회개하고 용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교회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사탄의 목소리로 치부한다. 교회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곳에는 가지 않고, 교회 내부에서 하는 이야기는 묻어버린다. 한국 교회가 사회 안에서 그들만의 거대한 섬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미 섬이 된 그들을 그냥 섬으로 놔두면 안 되는 걸까? 김재환 감독은 한국 교회의 문제를 특정 교회의 문제로만 비추지 않기 위해 전체 교회를 향한 이야기로 '쿼바디스'를 확장시켰다고 했다. 어쩌면 그래서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쿼바디스'를 본다면, 교회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기독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냐고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쿼바디스'가 던지는 질문은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문제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신도시 상가 건물을 뒤덮는 수많은 교회의 간판들, 그 작은 교회의 생존방식,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는 대형교회의 프랜차이즈 확장. 결국 경매에 넘어가버린 쓰러진 교회들. 마지막에 이르러 '쿼바디스'가 조망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은 단지 교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청어람 아카데미의 양희송 대표는 신학대학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강연을 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신학대학 학생들이 졸업 후에 목사가 될 수 있나 없나란 문제는 청년실업문제와 맞닿아 있어요. 그 중에서도 운이 좋아서 어렵사리 부목사 자리를 얻을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비정규직 문제와 연결돼 있죠. 그리고 결국 그런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상황은 곧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과 똑같아요."

- 양희송 대표의 강연은 '쿼바디스'의 질문을 한국 사회 전체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포인트다. 비신자인 입장에서도 그 부분에서만큼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그 해석은 정말 놀라운 통찰이다. 한국 사회의 모순이 한국 교회의 모순 속에 그대로 있는 거다. 빠른 성장에 대한 욕망, 그로 인한 건설의 열기, 또 권력에 대한 충성. 심지어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면서 드러나는 문제들도 한국 교회 안에 있으니까. 신도시 건설과 함께 세워진 교회 건물들이 결국 경매에 나오고 있다는 것도 한국 사회 전체가 겪는 상황과 똑같다. 도시개발, 부동산, 성장, 그로 인한 타락. 모든 키워드가 맞물려 있다.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의 교회의 건축과 관련해 열린 세미나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때 CBS의 권혁률 기자가 발제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현재 개신교 전체에서 교회 건축 때문에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돈이 약 10조원이라고. 충격을 받았다. 대출금이 10조라면 전체 총액은 더 많다는 이야기니까.
- 엄청나다.
= '트루맛쇼'에서 리베이트 문화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사실 리베이트, 뇌물 비리가 제일 심각한 건 건설업이지 않나. 건물 하나가 올라갈 때마다 리베이트 축제가 벌어진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교회 건축에서는 어떨까 싶은 거다. 혹시 교회가 대형 건축을 통해 스스로를 유혹에 빠뜨려서 유혹 참기 훈련을 하는 건지. 교회를 올린다고 해도 어쨌든 그런 리베이트의 유혹이 상당히 많을 테니까. 
quo
지하 8층~지상 8층, 지하 8층~지상 14층 2개동으로 건설된 사랑의 교회 예배당
- '쿼바디스'를 만들면서, 교회와 관련된 건축비리도 취재했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취재를 했는데, 제대로 담고자 한다면 따로 1편을 만들어야 할 거다. 직접 교회를 사고파는 일에 참여를 해볼까 생각도 했다. 실제 그런 사이트가 있다. 부동산 매물 사고 파는 거랑 똑같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중에 신학공부를 한 분들도 있더라. 역세권이 어떻고, 주변에 어떤 게 들어설 거고,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고 이런 정보가 다 나와있다. 물론 교회를 운영하려면 그런 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찾는 정보라는 게 부동산 투자 정보랑 다를 게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영화에서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정확하다. "교회문제의 모든 배후에는 돈이 있다"는 거다.
- 모든 배경에 돈이 있다는 건, '트루맛쇼'나 'MB의 추억'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쿼바디스'에도 장로 대통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맥락에서 보면 '쿼바디스'는 'MB의 추억'을 포괄하는 작품인 것 같다.
= 장로 대통령은 기독교 성공학의 결정판이었다. 기독교적 언어로 표현된 욕망의 문제다. 
- 다음 작품도 같은 맥락에서 준비 중인가?
= 아직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와 관련된 것이고, 물론 돈과 얽혀 있다. 준비를 더 많이 해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2014년은 어느 때보다 종교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해였다. 일단 교황이 왔으니까. '쿼바디스'란 다큐멘터리를 찍은 감독으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교황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을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 부러워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금까지 보여준 건, 언제나 약하고 낮은 데 있는 사람에게 향하는 행동이다.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돈보다 생명이라는 걸 행동으로 깔끔하게 보여주는 거다. 개신교를 포함해 가톨릭이나 불교 등 여러 종교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열광한 것 같다. 종교인으로서는 당연한 거지만, 신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교황에 빗대서 한국 개신교의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분명한 건, 카톨릭에는 개신교와 다른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거다. 중앙집권적인 형태이고, 그래서 교황이 마피아를 파문하듯 깔끔하게 정리를 할 수 있는 구조니까. 개신교에서 그런 위로 부터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개혁을 한다면 아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혁을 원하는 에너지, 분노... 혹은 정의로움과 사랑에 대한 열정, 예수님을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 평신도들을 통해서 표현되어야만 개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쿼바디스'가 보여주려는 것도 같은 거다. 표현하라고. 누군가라도 표현하면, 뭔가가 꿈틀거릴 수 있다고. 한국 교회는 악순환의 상황에 놓여있다. 교회에서는 언제나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런 순종적인 모습에 대해 믿음이 강하다고 칭찬했었다. 그래서 지금 기독교인들에게는 표현을 하는 훈련이 안 돼 있다. 그런데 표현하지 않는 건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게 아니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하는 게 예수님을 닮는 길이다. 에너지가 분출하고 폭발하는 방식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쿼바디스'는 지난 12월 10일 개봉했다.

[허핑턴포스트] 땅꽁 부사장과 찌라시 대통령

땅꽁 부사장과 찌라시 대통령

게시됨: 업데이트됨: 
DEFAULT
1972년 10월 17일. 종신 대통령으로 모든 법관을 임명하고 국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한 유신헌법이 탄생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해 주권을 행사한다"로 바뀌었다. 민청학련 사건을 포함해 김대중 납치사건과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등이 모두 그 이후에 벌어졌다. 양성우 시인이 "총과 칼로 사납게 윽박지르고// 논과 밭에 자라나는 우리들의 뜻을// 군화발로 자근자근 짓밟아내고// 밟아대며 조상들을 비웃어 대는//지금은 겨울인가// 한밤중인가"라고 물었던 '겨울공화국' 이었다. 김수희의 "떠날 땐 말없이 떠나가세요. 날 울리지 말아요.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란 노래가 국민 애창곡이 된 것도 당시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위헌이었던 긴급조치로 연명했던 제4공화국은 1979년 비극적으로 끝났다. 1987년 국민은 민주주의를 되찾았다. 권력층은 겸손해졌고 정치는 투명해졌다. 반칙과 비리는 줄었으며 국민을 머슴처럼 부리는 일도 드물었다. 국가의 위상과 국민의 자긍심도 높아졌다. 외환위기라는 큰 파도 역시 잘 극복했다.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아 부었기에 차마 40년 전의 풍경을 다시 만날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다소곳이 거짓말에 귀기울이며// 뼈 가르는 채찍질을 견뎌내야 하는// 노예다 머슴이다 허수아비다"라는 시를 다시 읊조릴 줄은 정말 몰랐다.
땅콩 하나와 찌라시 정도라고 말하지 말자. 한 번의 실수라는 말도 하지 말고 너나 잘하라는 말은 더구나 하지 말자. 지도자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깜냥, 시정잡배도 혀를 내두를 천박한 도덕성, 후안무치의 책임 회피를 두고 철없는 이념 논쟁도 하지 말자. 제 손에 흙 한 번 묻힌 적이 없는 이들이 4천만의 공동체를 제멋대로 분탕질하는 것을 침묵하지 말자.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 얼마나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인가를,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를, 평범한 우리가 갖고 있는 권리를 생각해 보자. 질문의 출발점은 권력의 민낯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조현아 사장은 25살에 입사해 7년 만에 임원이 되었다. 겨우 40세에 대한항공 부사장, 칼호텔, 왕산레저개발과 한진관광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능력이나 인품과 무관한 무임승차다. 박근혜 각하 역시 다르지 않다. 1998년 달성군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은 쟁취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남 표를 의식한 정치 공학의 산물이었다. 뒤이은 국회의원 연임과 대통령 당선 역시 부친의 후광 덕분이다. 제 손으로 일군 게 없으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있어야 하지만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정원의 불법 선거를 조사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은 가장 치욕스런 방법으로 쫓겨났다. 정윤회씨를 비판했던 문화부 국장과 과장은 영문도 모른 채 좌천을 당했다. 매뉴얼을 따랐던 사무장과 승무원이 욕을 먹고 폭행을 당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잘못이 밝혀져도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주변을 겁박해 진실을 왜곡하는 것조차 판박이다. 탁월한 식견이 있는 것도 남다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자기만 옳다. 공정하지도 않고 원칙도 없다. 국가와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천문학적인 손해를 끼친다.
대한항공은 사유물이 아닌 국민의 애국심은 물론 임직원, 채권자, 협력회사와 고객의 합작품이다. 막대한 돈과 노력으로 쌓아올린 회사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박 대통령이 국가에 미친 해악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모범 국가의 이미지는 이미 퇴색했다. 언론을 탄압하고 독재국가로 회귀한다는 비난은 낯설지 않다. 제 자리에서 성실히 일한 사람이 벌을 받으면서 정의는 죽어간다. 문고리 권력이 제멋대로 국정을 쥐락펴락 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질식 직전이다. 북한을 비롯해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와 구축한 신뢰도 바닥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엎을 수도 있다. 제 아버지만 믿고 기고만장했던 조 사장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국민의 분노는 이미 그를 넘어 조회장 일가로 확산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여전히 40%를 넘는다는 것이 크게 위안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인류 역사가 증명하듯 권력이 힘을 잃을 때 가장 잔인해지는 것은 항상 국민이었다. "너무 합니다"란 노래가 송년회 자리에서 더 높아지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