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한 아이가 자신의 왕따 경험을 고백했다. 이제 8살인 이 아이는 참으로 담담하게 자신을 향한 악플은 참을 수 있지만, 엄마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아이의 엄마는 '베트남인'이다. 이제 8살인 이 아이가 일찍 철이 들어버린 건 비단, '연예인'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현재 대학원에서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다문화가정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필자 역시 미취학자녀 둘을 키우는 엄마였기 때문이다.
2009년 수원,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모임이 생겨났다. 바로 엄마 목소리로 엄마나라 책을 더빙해주는 모임이었다. 당시 다문화도서관은 안산과 서울 2곳밖에 없었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모국어로 된 책 한권 읽어주지 못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책도 없었지만 사회에서도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2000년대 이후 결혼이민자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이 정책들을 보면 '동화정책'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또 엄마나라 모국어를 쓰면 안 된다고 나와요." (수원 다문화도서관 이소연 관장)
이소연 관장은 '엄마 책 읽기 모임'을 모태로 그 이듬해 수원다문화도서관을 개원했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교육'을 시작했다. 바로 다문화 가정에 엄마와 한국과의 교류 방법, 아이와의 교육법을 알려준 것이다. 2013년 현재도 수원 다문화 도서관은 다양한 교육들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엄마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차원이 아니다. 매주 각 나라의 요리를 함께 만들어먹고, 엄마 나라의 문화를 공유한다. 그리고 이주 여성들의 정서를 위해 기타를 함께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비단 이주여성들뿐만 아니라, 동네에 있는 모든 엄마들을 위한 육아법을 가르친다. 이곳에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일방적인 주입보다 중요한건 이주 여성들의 자존감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들이 지역 커뮤니티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 여성들의 '엄마로서의 정체성' 확립은 쉽지 않다. 이는 한국의 '엄마 노릇'이 어떻게 인정받고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실상 한국의 '엄마 노릇'은 '교육의, 교육에 의한, 교육을 위해' 완성된다. 갑자기 '엄마'가 된 한국 여성들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망에 뛰어들거나, 이웃들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를 조직해 어렵고 낯선 육아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를 통해 '육아는 경험이 아닌 (자본을 등에 업은) 과학'이 되었고, 아이는 '만들어 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들은 아이를 최대한 뒷받침하기 위하여 정보노동을 하게(김윤희) 된 것이다.
반면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은 한국 엄마들처럼 정보의 바다에 뛰어들기가 어렵다. 또한 동네 혹은 지역 커뮤니티도 동일 민족끼리 모인 폐쇄적 모임일 가능성이 높다. '지역 사회와의 연계망'은 절대적으로 부실하고, 이는 사회적 관계의 취약함으로 연결된다. 즉, 이주자, 소수자, 여성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매우 특수한 계급적 계층적 위치에 자리하게 되는(정성미) 것이다. 우리는 흔히 다문화 가정에 모든 문제가 '외국인인 어머니'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분석한다. 그러나 실상 그들이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낯선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신 그들은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결국 문제를 양산하는 것은 '다문화가정의 여성' 본인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우리 사회가 아닐까. 글 은정아
출처: bbb magazine No.22 Heart &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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