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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7일 월요일

[중앙일보] 피 한 방울로 의료 산업 새 길 … 여성 스티브 잡스 엘리자베스 홈스

[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피 한 방울로 의료 산업 새 길 … 여성 스티브 잡스

입력 2014-10-26 오전 2:49:11
수정 2014-10-26 오전 2:50:16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혈액을 담는 유리관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기존 혈액 검사 시 사용되는 유리관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다. [사진 테라노스]
지난 9월 8일 세계 최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콘퍼런스인 ‘테크 크런치 샌프란시스코 2014’에 참석했을 때다. 젊고 늘씬한 금발 여성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이 눈에 띄게 술렁거렸다. 테라노스(Theranos)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Eelizabeth Holmes·30)였다. 한국에선 거의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기에 청중의 뜨거운 반응이 생경했다.

사회자에 따르면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최대 200여 가지의 의학 검사를 매우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었다. 실제 이 회사의 연구원이 무대에 등장해 사회자의 피를 채취했다. 아주 작은 전자 침으로 손가락을 살짝 찌른 것이 다였다. 혈액은 채취와 동시에 퓨즈처럼 생긴 0.5인치 높이의 초소형 유리관(Nanotainer)에 들어갔다. 그 정도 양으로 70회 이상의 혈액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약 4인치 높이 유리관 여러 개를 채울 만큼의 피를 뽑아야 할 일이었다. 사회자는 침을 찌르는 줄도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더 놀라운 건 가격이었다. 일반적 검사비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검사 시간 또한 몇 시간이면 충분했다. 홈스는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로 “이 서비스를 통해 미국 공공 의료보험은 10년간 2000억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알게 된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무려 90억 달러(약 9조5000억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2, 3주 뒤 홈스가 각국 매스컴을 타는 일이 생겼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400대 부호 순위에서 자산가치 45억 달러로 110위를 기록한 것이다. 테라노스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덕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녀는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였다.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1, 2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한 걸까. 홈스가 테크 크런치 무대에서 밝혔듯 철저한 비밀주의 때문이었다. 이른바 ‘스텔스 모드(stealth mode)’였다. 홈스는 19세이던 2003년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이후 10년 가까이를 극소수 전문가·투자자들과만 접촉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가 세계 의료산업 판도는 물론 인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칠 검사법 개발과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탠퍼드대 자퇴하고 학자금으로 창업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9월 홈스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기점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홈스 이야기를 상세히 다룬 포춘, USA투데이, 와이어드, 포브스, 샌프란시스코비즈니스타임스 등의 기사를 찾아 읽었다. 거기엔 강력한 목적의식과 불굴의 신념, 탁월한 지적 역량과 카리스마를 지닌 ‘천생 창업자(natural-born entrepreneur)’가 있었다. 흡사 ‘여성 스티브 잡스’를 보는 듯했다. 실제 홈스는 집무실에 암 투병 당시의 잡스 사진을 걸어뒀다고 한다. 차이라면 홈스의 리더십이 훨씬 부드럽고 포용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 이는 성장과정의 차이와도 관련이 있을 듯싶었다.

다른 많은 성공적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홈스도 10대 시절에 첫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기관 소속으로 제3세계 지원업무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잠시 생활하던 때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하던 그는 중국 학교에 소프트웨어 개발 보조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일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중국어가 큰 도움이 됐다. 스탠퍼드대 화학과에 조기 입학한 이듬해 싱가포르의 지놈연구소 인턴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뛰어난 중국어 실력 덕분이었다. 당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를 연구하던 이곳에서 홈스는 새로운 방식의 혈액 검사와 신체 데이터 수집 방식을 고안한다. 2003년 가을 홈스는 직접 작성한 특허 신청서를 들고 지도교수를 찾아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교수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그는 아예 자퇴를 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꿈을 좇아 사람들을 돕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길” 바랐던 홈스의 부모는 학자금으로 모아뒀던 돈을 기꺼이 내놓으며 격려했다.

애초 일종의 패치를 개발하려던 그는 여러 시도 끝에 혈액 검사 혁신에 매진하기로 한다. 회사 이름은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이란 단어를 합성해 만들었다. 창업의 목표는 ‘문제 해결’이다. 창업자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할수록 집중력과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와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혁신 동력 
홈스 역시 그랬다. 그는 피와 주사를 유난히 무서워했다. 수술 과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의사의 꿈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그런 만큼 어린아이든 노인이든, 다량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 환자가 됐든 편안하고 안전하게 임할 수 있는 검사를 꿈꿨다.

그러려면 우선 극소량의 혈액으로도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했다. 따끔한 느낌조차 주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전자 침을 개발해야 했고, 검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는 실험과 보관법을 개발해야 했다. 나아가 특허와 규제 문제에 통달해야 했고, 기존의 거대 검사업체와 기기제조 업체와도 경쟁해야 했으며, 병원과 제약회사들을 설득해야 했다.

홈스는 10여 년에 걸쳐 이 모든 과정을 거의 소리 없이 해냈다. 미국 특허 18개, 해외 특허 66개의 공동개발자가 됐다. 꼭 필요한 수준의 자금만 유치해 투자자의 지나친 간섭을 막았다. 대신 ‘미국 기업 사상 최고’란 평가를 받을 만큼 화려한 이사진을 꾸려 전략적 도움을 받았다. 조지 슐츠 전 재무장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빌 페리 전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해군사령관, 두 명의 전 상원의원과 유명 기업인, 법조인들.

그들 중 한 명인 키신저는 몇몇 인터뷰에서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그의 강력한 결단력과 엄청난 지적 능력이 나를 유약한 회의주의자에서 열성적 지지자로 바꿔놨다. 홈스의 목표는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제3세계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돈은 그의 동인(motivation)이 아니다.”

홈스의 목표는 지구상의 누구나 저렴하고 간단한 혈액 검사를 반복 실시함으로써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 변화 추이를 영화 보듯 모니터링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라노스는 하드웨어기업이자 소프트웨어기업이며, 화학기업이자 데이터분석기업이라 할 수 있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미국 최대 약국체인인 월그린과 함께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에 검진센터를 만들었다. 홈스의 계획은 미국 50개 주 8200여 개 월그린 매장 대부분에 검진센터를 여는 것이다. 그는 종종 “테라노스와 결혼했다”고 말한다. 하루 16시간씩 일할 수 있는 체력을 다지고자 커피 대신 영양 균형을 맞춘 야채주스를 마신다.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뭘 하며 살고 싶은지 깨닫는 순간, 모든 게 쉬워졌다.”

다른 모든 위대한 변화가 그러하듯, 위대한 창업 또한 그 시작은 신념과 사명감이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naree@dcamp.kr

[조선일보]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는 놀 때 나온다

[Weekly BIZ]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는 놀 때 나온다

  • 런던=윤형준 기자
  • 입력 : 2014.10.25 03:04

    맥킨지서 격무로 쓰러진 뒤 벤처 창업… 베레가드씨가 전하는 '스마트한 성공' 

    - 나중은 없다… 지금 하고 싶은 일 즐겨라 
    가족·친구·인생 포기해야 성공한다고? 
    당장 행복한 삶을 살아야 생산성도 올라 

    - 혼자서 다 해결하겠다는 집착을 버려라 
    함께 여행 떠나고 싶은 사람과 일한다면 
    노동 시간 줄이면서도 창의적 결과 얻어

    맥킨지서 격무로 쓰러진 뒤 벤처 창업한 마틴 베레가드
    잘나가는 맥킨지 컨설턴트가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코펜하겐, 스톡홀름, 쿠웨이트를 오가며 여러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성과를 내면 낼수록 쉬는 시간은 줄어갔다. 하루에 3시간밖에 못 잤다. 결국 몸이 고장 났다. 호텔 복도를 걷다가 쓰러져 5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다.

    "쓰러지고 난 다음,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노예가 아니야.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권리가 있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으며, 나는 나의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의 불행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마틴 베레가드(Bjergegaard·38·사진)씨는 그 길로 회사를 관뒀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났다. 그는 2006년 친구 3명과 자칭 '회사 공장(Company Factory)'이란 걸 차렸다. 아이디어를 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2~3년 키운 뒤 다른 사람에게 판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벤처를 창업한다. 창업 8년 만에 18개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렸고, 그 가운데는 덴마크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 3곳도 포함돼 있다. 다른 사람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160여개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그의 사업 목표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기업은 성공적이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주 35시간 이상 일해선 안 되고, 1년에 8주 휴가를 가야 한다. 일을 위해 건강과 가족, 친구, 인생을 희생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달 런던의 레인메이킹 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행복한 삶과 일의 성공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제게 성공을 원한다면 반드시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인 행복을 포기하라는 겁니다. 아버지는 희생이 사회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죠. 저는 '무언가 잘못돼 있다'고 느꼈습니다. 7년 연속 미국 최고의 부자로 꼽힌 샘 월튼 월마트 창업자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뭔지 아세요? 바로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았다. 나는 내 삶의 우선순위를 잘못 골랐다'였습니다. 그는 자식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손자들 이름은 절반도 외우지 못했으며,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꼽혔던 그는 알고 보면 마음은 참 가난했던 거지요. 저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베레가드씨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지금 돈을 잔뜩 벌면, 나중에 그 돈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이란 미래는 도대체 언제 찾아올지 모르거든요. 얼마나 오래 살지 채 알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래픽=박상훈 기자
     /그래픽=박상훈 기자
    베레가드씨는 삶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성공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인물 25명을 인터뷰해 책을 펴냈다. '스마트한 성공들(Winning Without Losing)'이 그것이다. 이 책은 지난해 영국 국립도서관으로부터 '2013~2014 올해의 책' 다섯 권 중 한 권으로 선정됐다.

    ―희생하지 않고도 성공한 25명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자기가 생각하는 삶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용기입니다. '나는 일도 하고 싶고, 개인적인 취미 생활도 즐길 것이며, 가족과 친구도 만날 것이다'라는 신념을 꺾지 않았어요. 주변의 많은 사람이 계속 참견했습니다. '지금처럼 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거야'라고 말이죠. 그러나 그들은 개의치 않았어요.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오히려 일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몹시 어려운 문제를 회사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때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야죠. 하고 싶은 걸 해야 합니다. 온종일 책상 앞에서 고민하는 건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닙니다."

    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전자신문] 3국 대사들이 말하는 창조와 혁신이란?

    [대사 좌담회]3국 대사들이 말하는 창조와 혁신이란?

    ◇이스라엘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이스라엘은 대한민국과 매우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남자들이 서로 처음 만나면 ‘군대 어디 갔다 왔냐’고 확인하듯, 이스라엘도 똑같은 인사법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도 물어보는 게 일상화돼 있다.

    그런데 이 ‘군대’라는 게 창조경제의 보고라는 게 구트만 대사의 설명이다.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뜻하는 ‘탈피오트(Talpiot)’는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엘리트 장교 양성 프로그램이다. 세계 최초로 방화벽을 개발한 체크포인트를 비롯, 이베이가 인수한 결제보안 업체인 ‘프로드 사이언시스’, UCC 제작 사이트인 ‘메타카페’ 등은 모두 탈피오트 출신의 이스라엘 예비역 장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벤처다.

    구트만 대사는 “이스라엘과 같이 군 복무가 의무인 한국 역시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 부임 후 줄곧 한국 정부를 상대로 이를 설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후장대형 대기업부터 말단의 스타트업까지 산업구조가 탄탄한 한국과의 협력은 양국이 세계 무대로 동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자양이 된다는 게 구트만 대사의 설명이다.

    ◇영국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가 강조하는 창조와 혁신의 자양은 ‘생태계’다. 그 예로 와이트먼 대사는 게임을 들었다.

    유럽 게임산업의 모든 규제는 비즈니스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지며 자발적 규제 기관인 ‘판 유러피언 게임 인포메이션(PEGI)’이 과제를 만들거나 제한도 정한다.

    PEGI는 유럽의 민간 게임 등급 분류 기관으로 세계 30여개 국가가 PEGI의 기준을 따른다. 자생력에 방점을 둔 민간기관이 범유럽을 통틀어 보이지 않는 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와 사회 보호를 우선하며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한다.

    굳이 게임산업이 아니라도 창의력이라면 세계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영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하루이틀에 이뤄지지 않았다. 원천은 ‘생태계의 힘’ 이다.

    와이트먼 대사는 “어떤 비즈니스도 지원하는 생태계가 잘 갖춰졌다는 것은 우리의 디딤돌”이라며 “ARM, 그래픽스,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 같은 작지만 강한 IT기업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영국의 혁신 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자부했다.

    ◇스웨덴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교육과 의식개혁을 창조와 혁신의 전제 조건으로 봤다.

    한 사람의 지시와 명령으로 나머지 모든 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는 생산 효율성 면에서는 더 없이 좋다.

    하지만 이는 과거 경제 개발기 또는 산업 중흥기에서나 필요했던 시스템이다. 한국만 해도 이제 지식정보화 시대에 돌입한 국가다.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한국인 개개인의 의식전환(mind set)이 필요한 때라는 게 다니엘손 대사의 원포인트 레슨이다.

    하지만 다니엘손 대사의 눈에도 한국의 신세대 젊은이들은 ‘희망’이다. 각종 스마트기기에 매우 친화적이며 새로운 조류와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본다.

    스웨덴에서 몬테소리 전문 강사로 유명한 우트펄 여사를 부인으로 둔 남편답게, 다니엘손 대사는 창조경제와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 개혁이 창조와 혁신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육에서는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게 좋다. 영어·수학은 중·고등학교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아이 때 독서를 통해 익힌 상상력은 한 인간의 평생 영양 공급원이 된다는 게 다니엘손 대사의 지론이다.

    스웨덴의 모든 대학에는 ‘이노베이션 오피스’라는 기관이 부설돼 있다. 여기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아이디어 발굴과 창업 촉진이 이뤄진다. 스타트업 지원이 대학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의 창업인 만큼 실패율도 높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게 국민 정서다. ‘실패인정’을 통해 더 단단해졌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기업가정신을 오히려 더 높이 사는 게 스웨덴의 창업 문화다.

    특히 스웨덴 대학들은 의대와 법대생은 물론이고 미대·음대생들까지 ‘부기’ 과목을 의무 이수하게 한다. 어떤 학문을 전공하건 사회에 나와 창업 등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자신문] 창조/혁신 3개국 대사, "한국식 규제개혁, 능사 아냐"

    [창간특집]창조·혁신 3개국 대사, "한국식 규제개혁, 능사 아냐"

    한국 정부의 규제 철폐 정책에 국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자신문이 창간 32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주요국 주한대사 좌담회’에서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창조경제와 혁신의 글로벌 아이콘인 영국·이스라엘·스웨덴 3개국 대사는 “지금 한국에서 들불처럼 일고 있는 규제철폐 칼바람에 자칫 필수 불가결한 규제까지 묻힐 개연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는 “나쁜 규제는 뽑아내야 마땅하나, 이른바 ‘선한 규제’(good regulation)까지 없애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 합동 규제개혁 회의’에도 참석한 와이트먼 대사는 “선진국에도 한국 못지않은 강력한 규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사실상 재벌 대기업의 강력한 지배 아래 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중소·벤처기업의 마지막 보루는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필요한 규제라면 선한 규제를 넘어 오히려 ‘더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로 확대·강화시켜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 생태계 보호를 강조했다.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우수 벤처나 중소업체 선정 역시 정부가 인위적으로 나서지 말고 그 기능과 역할을 시장에 일임, 기업의 아이디어가 자연스레 시장에서 발현될 수 있게 놔두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 이들 대사는 권위적 지배구조와 패자부활 시스템 부재, 여성의 경제활동 등 다양성 부족, 시장 개방 미진 등을 대한민국 창조경제와 혁신의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