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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7일 월요일

[중앙일보] 피 한 방울로 의료 산업 새 길 … 여성 스티브 잡스 엘리자베스 홈스

[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피 한 방울로 의료 산업 새 길 … 여성 스티브 잡스

입력 2014-10-26 오전 2:49:11
수정 2014-10-26 오전 2:50:16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혈액을 담는 유리관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기존 혈액 검사 시 사용되는 유리관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다. [사진 테라노스]
지난 9월 8일 세계 최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콘퍼런스인 ‘테크 크런치 샌프란시스코 2014’에 참석했을 때다. 젊고 늘씬한 금발 여성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이 눈에 띄게 술렁거렸다. 테라노스(Theranos)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Eelizabeth Holmes·30)였다. 한국에선 거의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기에 청중의 뜨거운 반응이 생경했다.

사회자에 따르면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최대 200여 가지의 의학 검사를 매우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었다. 실제 이 회사의 연구원이 무대에 등장해 사회자의 피를 채취했다. 아주 작은 전자 침으로 손가락을 살짝 찌른 것이 다였다. 혈액은 채취와 동시에 퓨즈처럼 생긴 0.5인치 높이의 초소형 유리관(Nanotainer)에 들어갔다. 그 정도 양으로 70회 이상의 혈액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약 4인치 높이 유리관 여러 개를 채울 만큼의 피를 뽑아야 할 일이었다. 사회자는 침을 찌르는 줄도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더 놀라운 건 가격이었다. 일반적 검사비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검사 시간 또한 몇 시간이면 충분했다. 홈스는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로 “이 서비스를 통해 미국 공공 의료보험은 10년간 2000억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알게 된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무려 90억 달러(약 9조5000억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2, 3주 뒤 홈스가 각국 매스컴을 타는 일이 생겼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400대 부호 순위에서 자산가치 45억 달러로 110위를 기록한 것이다. 테라노스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덕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녀는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였다.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1, 2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한 걸까. 홈스가 테크 크런치 무대에서 밝혔듯 철저한 비밀주의 때문이었다. 이른바 ‘스텔스 모드(stealth mode)’였다. 홈스는 19세이던 2003년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이후 10년 가까이를 극소수 전문가·투자자들과만 접촉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가 세계 의료산업 판도는 물론 인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칠 검사법 개발과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탠퍼드대 자퇴하고 학자금으로 창업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9월 홈스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기점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홈스 이야기를 상세히 다룬 포춘, USA투데이, 와이어드, 포브스, 샌프란시스코비즈니스타임스 등의 기사를 찾아 읽었다. 거기엔 강력한 목적의식과 불굴의 신념, 탁월한 지적 역량과 카리스마를 지닌 ‘천생 창업자(natural-born entrepreneur)’가 있었다. 흡사 ‘여성 스티브 잡스’를 보는 듯했다. 실제 홈스는 집무실에 암 투병 당시의 잡스 사진을 걸어뒀다고 한다. 차이라면 홈스의 리더십이 훨씬 부드럽고 포용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 이는 성장과정의 차이와도 관련이 있을 듯싶었다.

다른 많은 성공적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홈스도 10대 시절에 첫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기관 소속으로 제3세계 지원업무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잠시 생활하던 때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하던 그는 중국 학교에 소프트웨어 개발 보조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일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중국어가 큰 도움이 됐다. 스탠퍼드대 화학과에 조기 입학한 이듬해 싱가포르의 지놈연구소 인턴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뛰어난 중국어 실력 덕분이었다. 당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를 연구하던 이곳에서 홈스는 새로운 방식의 혈액 검사와 신체 데이터 수집 방식을 고안한다. 2003년 가을 홈스는 직접 작성한 특허 신청서를 들고 지도교수를 찾아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교수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그는 아예 자퇴를 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꿈을 좇아 사람들을 돕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길” 바랐던 홈스의 부모는 학자금으로 모아뒀던 돈을 기꺼이 내놓으며 격려했다.

애초 일종의 패치를 개발하려던 그는 여러 시도 끝에 혈액 검사 혁신에 매진하기로 한다. 회사 이름은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이란 단어를 합성해 만들었다. 창업의 목표는 ‘문제 해결’이다. 창업자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할수록 집중력과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와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혁신 동력 
홈스 역시 그랬다. 그는 피와 주사를 유난히 무서워했다. 수술 과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의사의 꿈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그런 만큼 어린아이든 노인이든, 다량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 환자가 됐든 편안하고 안전하게 임할 수 있는 검사를 꿈꿨다.

그러려면 우선 극소량의 혈액으로도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했다. 따끔한 느낌조차 주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전자 침을 개발해야 했고, 검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는 실험과 보관법을 개발해야 했다. 나아가 특허와 규제 문제에 통달해야 했고, 기존의 거대 검사업체와 기기제조 업체와도 경쟁해야 했으며, 병원과 제약회사들을 설득해야 했다.

홈스는 10여 년에 걸쳐 이 모든 과정을 거의 소리 없이 해냈다. 미국 특허 18개, 해외 특허 66개의 공동개발자가 됐다. 꼭 필요한 수준의 자금만 유치해 투자자의 지나친 간섭을 막았다. 대신 ‘미국 기업 사상 최고’란 평가를 받을 만큼 화려한 이사진을 꾸려 전략적 도움을 받았다. 조지 슐츠 전 재무장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빌 페리 전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해군사령관, 두 명의 전 상원의원과 유명 기업인, 법조인들.

그들 중 한 명인 키신저는 몇몇 인터뷰에서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그의 강력한 결단력과 엄청난 지적 능력이 나를 유약한 회의주의자에서 열성적 지지자로 바꿔놨다. 홈스의 목표는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제3세계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돈은 그의 동인(motivation)이 아니다.”

홈스의 목표는 지구상의 누구나 저렴하고 간단한 혈액 검사를 반복 실시함으로써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 변화 추이를 영화 보듯 모니터링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라노스는 하드웨어기업이자 소프트웨어기업이며, 화학기업이자 데이터분석기업이라 할 수 있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미국 최대 약국체인인 월그린과 함께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에 검진센터를 만들었다. 홈스의 계획은 미국 50개 주 8200여 개 월그린 매장 대부분에 검진센터를 여는 것이다. 그는 종종 “테라노스와 결혼했다”고 말한다. 하루 16시간씩 일할 수 있는 체력을 다지고자 커피 대신 영양 균형을 맞춘 야채주스를 마신다.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뭘 하며 살고 싶은지 깨닫는 순간, 모든 게 쉬워졌다.”

다른 모든 위대한 변화가 그러하듯, 위대한 창업 또한 그 시작은 신념과 사명감이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naree@dcamp.kr

[조선일보]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는 놀 때 나온다

[Weekly BIZ]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는 놀 때 나온다

  • 런던=윤형준 기자
  • 입력 : 2014.10.25 03:04

    맥킨지서 격무로 쓰러진 뒤 벤처 창업… 베레가드씨가 전하는 '스마트한 성공' 

    - 나중은 없다… 지금 하고 싶은 일 즐겨라 
    가족·친구·인생 포기해야 성공한다고? 
    당장 행복한 삶을 살아야 생산성도 올라 

    - 혼자서 다 해결하겠다는 집착을 버려라 
    함께 여행 떠나고 싶은 사람과 일한다면 
    노동 시간 줄이면서도 창의적 결과 얻어

    맥킨지서 격무로 쓰러진 뒤 벤처 창업한 마틴 베레가드
    잘나가는 맥킨지 컨설턴트가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코펜하겐, 스톡홀름, 쿠웨이트를 오가며 여러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성과를 내면 낼수록 쉬는 시간은 줄어갔다. 하루에 3시간밖에 못 잤다. 결국 몸이 고장 났다. 호텔 복도를 걷다가 쓰러져 5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다.

    "쓰러지고 난 다음,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노예가 아니야.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권리가 있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으며, 나는 나의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의 불행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마틴 베레가드(Bjergegaard·38·사진)씨는 그 길로 회사를 관뒀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났다. 그는 2006년 친구 3명과 자칭 '회사 공장(Company Factory)'이란 걸 차렸다. 아이디어를 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2~3년 키운 뒤 다른 사람에게 판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벤처를 창업한다. 창업 8년 만에 18개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렸고, 그 가운데는 덴마크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 3곳도 포함돼 있다. 다른 사람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160여개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그의 사업 목표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기업은 성공적이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주 35시간 이상 일해선 안 되고, 1년에 8주 휴가를 가야 한다. 일을 위해 건강과 가족, 친구, 인생을 희생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달 런던의 레인메이킹 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행복한 삶과 일의 성공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제게 성공을 원한다면 반드시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인 행복을 포기하라는 겁니다. 아버지는 희생이 사회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죠. 저는 '무언가 잘못돼 있다'고 느꼈습니다. 7년 연속 미국 최고의 부자로 꼽힌 샘 월튼 월마트 창업자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뭔지 아세요? 바로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았다. 나는 내 삶의 우선순위를 잘못 골랐다'였습니다. 그는 자식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손자들 이름은 절반도 외우지 못했으며,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꼽혔던 그는 알고 보면 마음은 참 가난했던 거지요. 저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베레가드씨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지금 돈을 잔뜩 벌면, 나중에 그 돈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이란 미래는 도대체 언제 찾아올지 모르거든요. 얼마나 오래 살지 채 알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래픽=박상훈 기자
     /그래픽=박상훈 기자
    베레가드씨는 삶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성공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인물 25명을 인터뷰해 책을 펴냈다. '스마트한 성공들(Winning Without Losing)'이 그것이다. 이 책은 지난해 영국 국립도서관으로부터 '2013~2014 올해의 책' 다섯 권 중 한 권으로 선정됐다.

    ―희생하지 않고도 성공한 25명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자기가 생각하는 삶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용기입니다. '나는 일도 하고 싶고, 개인적인 취미 생활도 즐길 것이며, 가족과 친구도 만날 것이다'라는 신념을 꺾지 않았어요. 주변의 많은 사람이 계속 참견했습니다. '지금처럼 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거야'라고 말이죠. 그러나 그들은 개의치 않았어요.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오히려 일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몹시 어려운 문제를 회사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때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야죠. 하고 싶은 걸 해야 합니다. 온종일 책상 앞에서 고민하는 건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닙니다."

    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경향신문] 비판·창의력 높으면 서울대 A+ 학점 받기 힘들다?

    교육·입시
    비판·창의력 높으면 서울대 A+ 학점 받기 힘들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com
    ㆍ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 저서에서 지적

    창의력이 뛰어난 애들은 수용하는 게 좀 약해요. 그래서 학점이 안 좋아요.” “그냥 고등학교 때처럼 교수님 말씀 열심히 적어야 학점이 잘 나오더라고요.”

    이는 서울대에서 A+ 학점을 받는 학생들의 말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무조건 이해하고 암기하는 수동적 학습에 치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21일 출간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다산에듀)에서 “서울대에서는 수동적 학습방법에 의존하는 학생들일수록 높은 학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 서울대생 1111명 심층 조사… 70%가 수용적 사고력 ‘응답’
    교수 글 암기 ‘고학점 비결’


    ▲ “창의적 사고” 답한 학생들 학점 되레 안 나와 ‘좌절’
    ‘창의적 리더 양성’ 반대로


    이 소장은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로 근무하던 2009~2011년 서울대 2~3학년 12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점 4.0(4.3 만점) 이상 학생 150명 중 46명에 대해서는 심층 인터뷰를 했다. 조사 결과 1111명의 응답자 중 69.9%(776명)가 수용적 사고력이 창의적 사고력보다 높다고 대답했다. 창의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23.2%(257명)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수용적 사고력이 높다고 응답한 학생들일수록 학점이 높았다. 학점 4.0 이상 고학점자의 72.7%가 수용적 사고력이 창의적 사고력보다 높다고 대답했다. 비판적 사고력에 대한 평가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심층 인터뷰에서는 고학점자일수록 수동적인 학습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터뷰 대상 46명 중 87%가 “강의 시간에 교수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다 적는다”고 대답했다. 생활과학대의 한 학생은 “1학년 때는 필기를 잘 안 했고 나만의 아이디어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학점이 안 나왔다. 그냥 고등학교 때처럼 교수의 말을 열심히 적어야 학점이 잘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예습보다 복습에 치중했다. 46명 중 약 80%인 37명이 예습을 전혀 하지 않고 복습만 한다고 응답했다. 예습을 통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보다 수업시간에 수동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을 숙지하는 게 고학점의 비결이었다.

    이런 학습 방식은 ‘생각 없는 인간’을 양성한다. ‘시험에서 교수의 생각과 다른 견해를 제출할 경우 A+를 받을 확신이 없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46명 중 41명은 “자신의 의견을 포기한다”고 대답했다. 한 인문대 학생은 “반대 의견이 있을 때도 있고 다른 의견이 있을 때도 있다. 그래도 표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 공대 학생은 “내가 뭔가 대단한 발견을 새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교수의 말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명문 주립대인 미시간대 학생들은 달랐다. 이 소장은 2012~2013년 미시간대 학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서울대 학생들과의 비교연구를 수행했다. 응답자 821명 중 수용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평가한 학생들은 42.5%(349명), 창의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평가한 학생들은 35.3%(290명)였다. 수용적 학습자가 많긴 하지만 서울대보다는 편차가 적었다. 또 미시간대에서는 창의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평가한 학생들의 비율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졌지만 서울대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 소장은 “처음 서울대에서 연구를 시작할 때는 최우등생들의 공부법을 알아내면 보통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할수록 ‘과연 이런 식으로 공부해도 되나’란 회의가 들어 연구의 방향 자체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책임은 창의적 리더를 기르겠다면서도 무엇을 가르치고 무슨 능력을 기르고 있는지를 대학 차원에서, 교수 차원에서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대학에 있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전자신문] 3국 대사들이 말하는 창조와 혁신이란?

    [대사 좌담회]3국 대사들이 말하는 창조와 혁신이란?

    ◇이스라엘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이스라엘은 대한민국과 매우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남자들이 서로 처음 만나면 ‘군대 어디 갔다 왔냐’고 확인하듯, 이스라엘도 똑같은 인사법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도 물어보는 게 일상화돼 있다.

    그런데 이 ‘군대’라는 게 창조경제의 보고라는 게 구트만 대사의 설명이다.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뜻하는 ‘탈피오트(Talpiot)’는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엘리트 장교 양성 프로그램이다. 세계 최초로 방화벽을 개발한 체크포인트를 비롯, 이베이가 인수한 결제보안 업체인 ‘프로드 사이언시스’, UCC 제작 사이트인 ‘메타카페’ 등은 모두 탈피오트 출신의 이스라엘 예비역 장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벤처다.

    구트만 대사는 “이스라엘과 같이 군 복무가 의무인 한국 역시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 부임 후 줄곧 한국 정부를 상대로 이를 설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후장대형 대기업부터 말단의 스타트업까지 산업구조가 탄탄한 한국과의 협력은 양국이 세계 무대로 동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자양이 된다는 게 구트만 대사의 설명이다.

    ◇영국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가 강조하는 창조와 혁신의 자양은 ‘생태계’다. 그 예로 와이트먼 대사는 게임을 들었다.

    유럽 게임산업의 모든 규제는 비즈니스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지며 자발적 규제 기관인 ‘판 유러피언 게임 인포메이션(PEGI)’이 과제를 만들거나 제한도 정한다.

    PEGI는 유럽의 민간 게임 등급 분류 기관으로 세계 30여개 국가가 PEGI의 기준을 따른다. 자생력에 방점을 둔 민간기관이 범유럽을 통틀어 보이지 않는 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와 사회 보호를 우선하며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한다.

    굳이 게임산업이 아니라도 창의력이라면 세계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영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하루이틀에 이뤄지지 않았다. 원천은 ‘생태계의 힘’ 이다.

    와이트먼 대사는 “어떤 비즈니스도 지원하는 생태계가 잘 갖춰졌다는 것은 우리의 디딤돌”이라며 “ARM, 그래픽스,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 같은 작지만 강한 IT기업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영국의 혁신 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자부했다.

    ◇스웨덴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교육과 의식개혁을 창조와 혁신의 전제 조건으로 봤다.

    한 사람의 지시와 명령으로 나머지 모든 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는 생산 효율성 면에서는 더 없이 좋다.

    하지만 이는 과거 경제 개발기 또는 산업 중흥기에서나 필요했던 시스템이다. 한국만 해도 이제 지식정보화 시대에 돌입한 국가다.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한국인 개개인의 의식전환(mind set)이 필요한 때라는 게 다니엘손 대사의 원포인트 레슨이다.

    하지만 다니엘손 대사의 눈에도 한국의 신세대 젊은이들은 ‘희망’이다. 각종 스마트기기에 매우 친화적이며 새로운 조류와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본다.

    스웨덴에서 몬테소리 전문 강사로 유명한 우트펄 여사를 부인으로 둔 남편답게, 다니엘손 대사는 창조경제와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 개혁이 창조와 혁신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육에서는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게 좋다. 영어·수학은 중·고등학교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아이 때 독서를 통해 익힌 상상력은 한 인간의 평생 영양 공급원이 된다는 게 다니엘손 대사의 지론이다.

    스웨덴의 모든 대학에는 ‘이노베이션 오피스’라는 기관이 부설돼 있다. 여기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아이디어 발굴과 창업 촉진이 이뤄진다. 스타트업 지원이 대학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의 창업인 만큼 실패율도 높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게 국민 정서다. ‘실패인정’을 통해 더 단단해졌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기업가정신을 오히려 더 높이 사는 게 스웨덴의 창업 문화다.

    특히 스웨덴 대학들은 의대와 법대생은 물론이고 미대·음대생들까지 ‘부기’ 과목을 의무 이수하게 한다. 어떤 학문을 전공하건 사회에 나와 창업 등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자신문] 영국 이스라엘 스웨덴 주한 대사 "창조 경제를 말하다"

    [창간특집]영국 이스라엘 스웨덴 주한 대사, "창조경제를 말하다"

    창조경제는 이번 정부의 핵심 기치다. 내년도 창조경제 관련 예산만 8조3000억원이다. 올해보다 17.1% 늘어난 액수다. 내년도 전체 예산 증가율은 5.7%. 정부가 창조경제에 얼마나 올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줄기차게 몰아붙인 창조경제 드라이브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별다른 성과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출범 직후부터 관련 지원 정책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떨어진다. 특히 중소기업인들의 실망이 크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5000명을 대상으로 창조경제 체감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창조경제 정책이 기존 산업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전자신문은 창간 32주년을 맞아 창조와 혁신의 글로벌 아이콘인 이스라엘·영국·스웨덴의 각국 주한대사를 초청,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 3국 대사는 창조경제 시대에 맞게 한국 정부의 역할도 전면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규제완화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 ‘착한 규제’는 지속 강화돼야 하며,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관련 제도의 마련에 앞서 문화적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

    -사회: 정국환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

    정부의 역할

    ◇사회=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창조와 혁신에 관해 높은 역량을 자랑하는 귀국의 사례에서 우리 사회가 배울 점이 많을 듯하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이하 스웨덴)=더 이상의 고용창출과 산업발전 기여를 기대하기 힘든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은 이제 한국에선 용도 폐기될 때가 됐다. (중소기업도) 대기업에 납품하며 기생하는 것에 만족하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 중소기업 그 자체로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데 정부의 역할을 맞춰야 한다. ‘스웨덴’ 하면 볼보나 이케아 등을 떠올리는데 이런 대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스웨덴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정책도 이들 중소·벤처기업을 살리고 도와주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이하 영국)=규제 철폐가 선진화의 표본인 듯 보이지만 선진국일수록 한국 못지않은 강력한 규제가 여전히 많다. 기계적 규제 철폐에 함몰되기보다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대기업 참여 제한 등 선한 규제(better regulation)를 더욱 강력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이하 이스라엘)=정부와 기업, 대학이 협력해서 결과물을 창출해 내야 한다. 연구개발의 성과물도 이들의 협업 속에서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굳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3자가 같은 눈높이로 서로를 보며 시너지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완벽하게 투명해야 한다.

    창조경제 활성화

    ◇사회=창조경제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요즘이다. 이에 관해 한국보다 선험적 산물이 많을 것으로 본다. 창조경제의 성공 포인트는 무엇인가.

    ◇영국=창조경제는 영국 경제성장의 핵심 자양이다. 007스카이폴의 흥행 수입은 7억 파운드(약 1조2000억원)에 달하고, 영국 드라마의 한 해 수출액도 14억8000만파운드 규모다. 한국도 이미 창조경제의 기본은 갖추고 있다고 본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 엄청나게 히트를 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문화적 성숙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스웨덴=창조경제는 중앙정부보다는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한국 정부가 ‘창조경제센터’라는 것을 만들어 전국 시도 지방정부와 공조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들이 중심이 돼 지역 대학과의 R&D 연계, 이를 바탕으로 한 지역 벤처 육성 등 선순환의 고리가 마련돼야 한다.

    ◇영국=창조경제도 결국 생태계다. 즉,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 스코틀랜드의 작은 동네인 에든버러는 게임이 강한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히트작 ‘그랜드 데프트 오토’ 게임을 만든 록스타는 발매 첫 주에 수십억달러어치를 팔았다. 이는 창조경제의 좋은 예다.

    ◇이스라엘=창조경제란 말 그대로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당연히 실패하고 때로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은 이런 실패에 매우 인색하다. 패자가 부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창조경제에 도전하겠는가. 유대인들은 일명 ‘후츠파’로 불리는 뻔뻔하고 당돌한 면이 있다. 후츠파의 7대 정신 중 하나가 바로 ‘실패에서의 배움’이다.

    ◇스웨덴=패자 부활 문화를 사회 곳곳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문화다. 한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만 여기서 그 절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여성의 창조경제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스웨덴만 해도 실패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여성이 훨씬 더 의연하고, 재도전 성공률도 높다.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 역시 이 같은 다양성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 시스템이다. 쫄딱 망하고 돌아와도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하면서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사회적 안전판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도전도 있고 거기에 성공도 따른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정부는 ‘실패를 두려워 말라’는 말만 하지 말고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영국=아인슈타인도 얘기했다. 실패도 계속하다 보면 호전되게 마련이라고(fail again, fail better).

    혁신의 조건

    ◇사회=창조경제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 ‘혁신’이다. 기업가정신과 스타트업 등 창조경제의 자양이 되는 모든 사안이 결국 혁신에서 출발한다. 혁신을 바라보는 각국의 시각은 어떤가.

    ◇스웨덴=혁신은 사고의 전환에서 나온다. 예컨대 경직된 문화나 조직에선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국 특유의 조직문화는 경계의 대상이다. 한 사람의 지시와 명령으로 나머지 모든 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는 생산 효율성 면에서는 더없이 좋다. 하지만 이는 과거 경제 개발기 또는 산업 중흥기에서나 필요했던 시스템이다. 한국만 해도 이제 지식정보화 시대에 돌입한 국가다. 개개인의 의식전환(mind set)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영국=영국 자동차 산업은 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나,요즘은 잘나간다. 지난해에만 1500만대를 생산, 이 가운데 80%를 한국 등 해외로 수출했다.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 차량 중 절반 이상이 영국에서 제작된다. 이는 혁신의 산물이다. 그 옛날 롤스로이스 시절만 붙잡고 있었다면 지금의 영국 차는 없다. 혁신의 끝은 없다. 내연기관을 만들어 산업혁명을 이룬 우리지만 지금은 전기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혁신을 위해서라면 끊임없이 각성하고 도전해야 한다.

    ◇이스라엘=혁신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공을 들이는 만큼이나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치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다행인 것은 한국 사회가 긍정적 방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부모 세대와 달리 한국의 젊은 세대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첨단 기술에 개방적 성향이 강한 이들 세대가 결국 한국 사회의 혁신과 개혁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정보화의 역량

    ◇사회=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자정부 1등 국가다. 정보화 시대를 맞아 ‘정부 3.0’ 등 디지털 사회로의 변모에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의 바람직한 전략은 무엇인가.

    ◇영국=세계 1등의 한국만은 못하나 우리도 UN 평가에서는 8위 국가다. 세금환급 시스템 등 주요 전자정부 수단을 갖추고 있다. 각종 사회적 비용을 절약한다는 점에서 전자정부의 효용성이 크다. 중소기업 전용 과세 시스템 구축으로 영국에서만 매년 최고 2억5000만파운드의 비용이 절약되고 있다.

    ◇스웨덴=전자정부는 기본적으로 ‘비대면’이다. 이는 상호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발전이 가능하다. 국민과 정부 간 불신의 벽이 높다면 전자정부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신뢰가 곧 ‘사회적 자본’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스라엘=디지털 만능주의는 자칫 ‘정보보호’를 소홀히 여기는 촉매가 될 수도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사이버 시큐리티를 보완해야 안전한 정보사회를 만들 수 있다.

    ◇영국=하지만 지나친 규제나 제한은 자칫 ‘인터넷 자유’를 해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상호 간 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인정보 문제로 적잖은 비난이 있지만 ‘빅데이터’는 중소·벤처기업에 절호의 기회다. 특히 창조경제 확산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다. 그런데 보안 문제에 지나치게 함몰되면 이런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

    ◇사회=이스라엘 대사도 이 자리에 계시지만, 세 나라 모두 교육에 관해서 전 세계의 모델이 되곤 한다. 여기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한국 교육의 모습은 본국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이스라엘=영어 단어 가운데 ‘클레버’(clever)와 ‘스마트’(smart)가 있다. 비슷한 뜻이나 뉘앙스는 확연히 다르다. 쉬운 일만 찾아 하고 영악하며 약삭빠름을 뜻하는 클레버보다는, 어떤 어려움도 정면 돌파하는 스마트형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교육의 핵심이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오후 1시 이후면 자유다. 교과서에 파묻혀 있는 시간은 그때까지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700만여명밖에 안 되는 인구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다수 배출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웨덴=한국은 학벌·스펙 위주의 교육이 주가 되는 듯하다. 스웨덴도 비슷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목수의 돈벌이가 의사나 판검사에 못지않다. 그래서 자기 딸이 목수에게 시집 간다면 좋아하는 분위기다. 자신의 위치에서 프로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면 우대받는 사회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 교육 혁신 역시 시작은 의식과 문화의 변화다.

    ◇영국=철저히 실무형 직업 교육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자동차 정비하는 데 학사학위는 필요없다. 지나친 학벌주의는 사회적 비용만 가중시킬 뿐이다.

    상호협력

    ◇사회=한국과의 상호 협력 증진과 교류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나.

    ◇스웨덴=오늘(18일) 한국 정부가 수입쌀 관세율을 513%로 정했다. 이건 난센스다. 그만큼 한국의 개방성이 떨어진다는 증거다. 물론 농업 등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 분야에는 그에 걸맞은 보상책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고관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며 개방 자체를 원천 차단하거나 대안 없이 반대하는 것은 국제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우리는 현재 미국, 그 가운데 하버드대와 MIT 등이 있는 매사추세츠주와 가장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이스라엘 업체들이 매사추세츠주 수익의 12.6%를 증대시켜 줬다. 일자리 창출률도 연 5.3% 높아졌다. 뉴욕시와는 맨해튼 인근 루스벨트섬에 ‘스타트업 캠퍼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과도 이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고 싶다.

    ◇영국=양국 간 상호투자가 더욱 활성화되기 바란다. 특히 금융과 콘텐츠는 영국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런던 금융가의 세련된 금융 기법과 노하우를 도입하면 낙후된 한국 금융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창조경제의 뿌리산업인 음악, 영상 등 콘텐츠 역시 한국의 하드웨어와 접목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이뤄낼 수 있다.

    ◇사회=오늘 좌담회를 주재하면서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영어를 배우고 쓰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모국어가 아닌 대사들의 영어 공부 비법은 뭔가.

    ◇스웨덴=스웨덴 국민은 대부분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한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을 보면 문법 실력만큼은 우리보다 나은 것 같다. 그런데 입을 떼지 않는다.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려 머릿속에서 주어, 동사, 목적어를 나열하고 있다. 그래서는 늘지 않는다. 틀려도 좋다, 완벽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냥 말하라. 그래도 대부분 알아 듣는다.

    [전자신문] 창조/혁신 3개국 대사, "한국식 규제개혁, 능사 아냐"

    [창간특집]창조·혁신 3개국 대사, "한국식 규제개혁, 능사 아냐"

    한국 정부의 규제 철폐 정책에 국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자신문이 창간 32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주요국 주한대사 좌담회’에서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창조경제와 혁신의 글로벌 아이콘인 영국·이스라엘·스웨덴 3개국 대사는 “지금 한국에서 들불처럼 일고 있는 규제철폐 칼바람에 자칫 필수 불가결한 규제까지 묻힐 개연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는 “나쁜 규제는 뽑아내야 마땅하나, 이른바 ‘선한 규제’(good regulation)까지 없애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 합동 규제개혁 회의’에도 참석한 와이트먼 대사는 “선진국에도 한국 못지않은 강력한 규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사실상 재벌 대기업의 강력한 지배 아래 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중소·벤처기업의 마지막 보루는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필요한 규제라면 선한 규제를 넘어 오히려 ‘더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로 확대·강화시켜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 생태계 보호를 강조했다.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우수 벤처나 중소업체 선정 역시 정부가 인위적으로 나서지 말고 그 기능과 역할을 시장에 일임, 기업의 아이디어가 자연스레 시장에서 발현될 수 있게 놔두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 이들 대사는 권위적 지배구조와 패자부활 시스템 부재, 여성의 경제활동 등 다양성 부족, 시장 개방 미진 등을 대한민국 창조경제와 혁신의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

    2013년 11월 14일 목요일

    [연합뉴스] 게임 지적재산권 수입 年 8천억…나머지 한류의 5.7배

    업계 "규제로 수출타격 우려"…신의진 의원 "法과 경제효과 무관"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뜨거운 감자' 게임산업의 지적재산권 수입이 다른 한류산업을 모두 더한 것의 5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떠오르는 수출 효자를 둘러싼 이른바 '게임중독법(중독관리법)'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국내 게임업체들이 벌어들인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은 총 6억8천만달러(7천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나머지 한류관련 업체들이 벌어들인 1억2천만달러의 5.7배나 되는 수치다. 비율로 보면 전체의 85%나 된다.

    한류관련 업체란 게임회사나 엔터테인먼트사, 방송사, 영화사 등을 말한다. 게임·영화 판권 수출이나 지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수 싸이(PSY)의 활동 수익 등이 여기 해당한다.

    게임업체가 벌어들인 수입은 2007년~2009년까지만 해도 연간 1억7천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 2억7천만달러, 2011년 5억7천만달러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7억달러 부근까지 육박했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한류가 확산되며 게임과 같은 문화콘텐츠 상품이 지적재산권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했다. 나머지 한류산업의 수입은 같은 기간 2천만달러에서 1억2천만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수출 효과를 들어 게임업계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게임중독법)'에 반대하고 있다. 법은 게임을 도박, 술, 마약과 함께 중독유발 물질(행위)로 꼽고 중독예방 전담기구를 설립하는 내용이다.
    <그래픽> 게임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 추이
    <그래픽> 게임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뜨거운 감자' 게임산업의 지적재산권 수입이 다른 한류산업을 모두 더한 것의 5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국내 게임업체들이 벌어들인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은 총 6억8천만달러(7천700억원)로 나머지 한류관련 업체들이 벌어들인 1억2천만달러의 5.7배나 되는 수치다. yoon2@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이 법이 통과돼 게임산업이 위축되면 결국 콘텐츠 생산이 줄고, 이는 수출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이승훈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은 "실력 있는 전문 개발인력 역시 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사무국장도 "국내 규제가 게임에 부정적인 딱지를 붙여 놓으면 이 게임을 갖고 해외로 나간다 해도 산업이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 했다.

    반면에 신 의원은 법과 게임의 산업적 측면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법은 게임산업을 추가로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게임·도박·술·마약의 중독 치료·예방을 국무총리 산하로 모아 효율화하는 게 골자란 것이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시행된 '셧다운제'처럼 현행법 체계에서도 게임에 대한 규제를 새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며 "발의법안 자체에는 단 한 글자의 산업규제도 들어 있지 않은데 오해가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법안 반대 온라인 서명 참여자가 25만명을 바라보고 있는데다 지난 10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한국e스포츠협회장)도 나서 "(이 법은) 꼰대적 발상"이라 비난했기 때문이다.

    여당인 남경필 의원(K-IDEA 회장) 역시 "게임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4대 중독'에 포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신 의원측도 "중독으로 고통받는 수백만의 가족들을 폄훼하지 말라"며 업계에 공개토론까지 제안한 상태다.